나의 미치광이 이웃 위픽
이소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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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유리. 미아를 찾고 있나요? 『나의 미치광이 이웃』

 

 

나는 앞으로 미아와 살아야 한다. 이상하고 괴팍하고 괴상하고 절대적인 예술가 미아와 살아야 한다. (p.30)

 

 

극심한 기후 변화, 식량 위기에 있는 근미래가 배경인 이 소설은 예술을 사랑하는 베를린의 학도 유리와 미아. 학교 기숙사 룸메이트인 두 사람. 미아는 무국적자 난민이다.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이 있는 미아. 그녀는 가족도 없고 돈도 없고 나라가 없다. 반대로 유리는 천재적인 재능은 없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미아가 원하는 것들을 다 가진 유리는 미아의 재능을 부러워한다.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가지고 싶어 하며 미아의 삶과 불행마저도 갈망한다. 열등감으로 소원해지기도 하는 두 사람. 서점에서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시집을 골라 기숙사 방 번호와 같은 136페이지에 편지를 써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화 폭등으로 예술 작품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유리는 소실된 작품들을 복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한다. 첫 전시를 위해 베를린을 방문하게 되고 미아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유리는 미아 생각에 같이 갔던 서점에 오랜만에 들른다. 편지를 주고 받았던 시집을 살피다가 발견한 편지 한 통. 미아가 유리에게 쓴 편지였다. 미아의 편지는 마음이 아팠다. 읽는 내내 유리만 미아에게 열등감이 있고 부러움이 있는 줄 알았다. 편지에는 미아 역시 유리를 너무나 부러워했다.  그리고 유리 역시 미아에게 전하는 답장을 남겨 놓고 다시 한국으로 떠난다. 그 편지는 전해졌을까...?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을까...?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는 미아를 부러워하고 또 다시 열등감에 쌓여있을텐데.. 그건 또 너무 힘들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또 자신의 그림을 그리지 않지만 네모를 그리고 싶다던 유리는 언젠가 네모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공간적인 배경은 미래였지만 미아와 유리.. 너무나 현실적인 이 두 사람..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픈 소설이었다. 각자 다른 환경, 재능, 열등감 때문인지 두 사람이 좋아하는 예술 앞에서 너무 아픈 낭만이 느껴졌다.

 

 

■ 책 속 문장 pICK

미아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는 미아의 불행조차 빼앗고 싶었다. 저 모든 행동이 미아의 삶과 불행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그것을 빼앗서라도 뛰어난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 나는 미아의 모작 그 자체이다. 슬픔을 흉내 내는 것과 파토스의 차이는 거대하다. 미아는 거대한 파도 같은 슬픔이라면 나는 잔잔한 호수 같다.  (p.47)

 

미술과 현관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계속 생각했어. 나라 없이는 그림을 그려도 영원히 팔 수 없구나. 내 그림은 영원히 몰스킨 안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겠구나. 슬펐어.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것일까. 부모도 형제도 나라도 없이 나에게는 오직 나뿐이었는데. 처음으로 누군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다 가진 네가 너무 부러웠어. 나라가 있는 네가. 가족을 가진 네가.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팔 수 있는 네가. 고지대의 시민권을 가진 네가.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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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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