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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이상해도 불안해도 괜찮은, 부드러운 위로의 시간
사고 트라우마로 인해 강박증이 생긴 '정해진' .. 불면증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맨홀뚜껑은 밟지 않고, 자신만의 정해진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런 해진의 곁에는 어딘가 조금씩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잠들지 못해서 '불면증 편의점'을 확장해나가는 사장님, 외출을 싫어하는 게으른 작가 백수진, 공황장애로 비행기를 못타게 되어 한국에 7년이나 눌러앉아 살고 있는 마크, 우체통을 지킨다며 매일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아이 김다름, 수녀복을 입고 다니는 해진과 동갑내기인 배우 지망생 안승리 그리고 형체가 불분명하고 소심한 차가운 그림자 김만초까지..
'불면증 편의점'에서 일하는 해진을 중심으로 멤도는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다들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다. 그리고 그들은 내면에 아픔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해진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그들과 참 잘 섞인다.
해진의 방에만 나타나는 햇빛. 햇빛 그림자의 허락 없는 방문을 좋아하는 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궁금해하고 관심의 시선을 주는 해진.... 시계 소리가 세계 공용어 같다는 극작가 백수진의 말도. 언젠가 나같은 사람도, 너같은 사람도 필요해질거라며 사뭇 진지한 승리와 해진의 대화도. 어리고 달래기보다 다그치는 쪽의 해진이네 가족의 위로방식도. 오로지 나는 나이고 내가 나의 주인이라며 여기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고 싶다는 그림자 김만초의 말도. 해진에게 남긴 마크의 눈물나는 편지도. 길을 잃었지만 우체통 덕분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그 우체통을 지키기 위한 다름의 노력도. 평소엔 잠을 못자는데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에는 잠을 푹 잤다는 불면증 편의점 사장님도....
그들의 이상함이 이상하지 않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전부. 정말 하나하나 인상깊었던 에피소드와 그 안의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어졌다.. "저도 심심하고 쓸쓸해서 그러는데, 저랑 놀아줄래요?"
■ 책 속의 문장 Pick
그렇기에 나는 그날을 떠올릴 때면 수많은 '만약'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간고사를 끝낸 우리 앞에 비가 내리는 흐릿한 날씨가 주어졌더라면, 소영 커플이 정해놓은 여행지가 양평이 아닌 다른 곳이었더라면, 그날 곰 인형을 사지 않았더라면, 곰 인형을 사주겠다는 해진 선배와 긴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그 평범한 순간들이 우리를 그 만취 차량 앞에 데려다 놓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만약들…….
"우습지. 이미 끝나버린 일에 만약이란 건 한없이 무의미 한 건데, 난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자꾸 그 만약을 생각하게 돼……." p.125~126
왜 매번 이날의 세상은 이토록 푸르른 것일까. 눈에 보이는 곳곳마다 태어남이 넘쳐나는 이 계절에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 모순이 나는 늘 싫었다. 봄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봄은 그냥 봄이었으면 좋겠다. p.198
말하고 들어주는 힘, 그 힘은 때로 누군가를 살리기도 한다.
웃게 하기도 하고, 변화와 용기와 의지를 끌어내기도 하며, 지치지 않게 다독여주기도 한다.
웃는 이유가 아닌, 우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람이 사람에게 닿는 일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생의 이치가 그러함에도 모두 다 그자리에 있어주면 좋겠다. p.286 _ 작가의 말
불안한 20대의 시간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해진과 승리, 그리고 책 속 인물들의 오늘과 내일을 꿈꾸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들어준 해진이 예뻤다. 해진이처럼 잘 들어주고 마음 기울여주는 관심이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하고 들어주는 힘이 얼마나 큰 건지 새삼 깨닫고 이 책을 덮고 많은 생각들이, 그 생각 속에 지나온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한바탕 울어버린..ㅠㅠ 또 울어. 자꾸 울어. )
사람이 사람에게 닿는 일이 사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 이제 점점 내게 닿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더는 안 울고 싶다.. ㅎ

무슨 공감이 이렇게 많았는지.. 플래그잇 파티~ 난 이 책 정말정말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았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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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