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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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이란 기증받은 유골을 모아둔 법의인류학자의 특별한 공간을 말한다. 법의인류학자는 뼈를 분석하여 유골의 정확한 시원을 확인한다. 법의학자는 주로 시체에서,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의 원인을 찾아낸다.

 

법의인류학자이기도한 저자는 역사 속에 논란이 되거나 미제로 남은 사건들을 전한다. 잊혀진 이들의 이야기.. 뼈로 보는 이야기. 삶에서 죽음, 죽음에서 삶.

 

백골화되어 발견된 뼈.. 죽었으나 신원을 모르고, 사건에 대한 전말도 모르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을 하는 법의인류학자. 이 책에 담긴 뼈에 담긴 사연과 사고나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상을 밝혀내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어쩐지 무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애도의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뼈에 대한 예의'를 다룬 이야기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일본군은 머리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개인적으로는 너무 이해할 수 없었던 '전쟁 기념품'이라는 미군의 이상한 인식이다. 그들은 머리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 팔뼈, 치아, 귀, 코는 미국 병사들이 가공해서 장식품을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사람이 할 짓인가 이게) 뒤에 이어 나오는 슈아족의 '싼사'라는 풍습... 워... '머리에 영혼을 가두는 의식'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토할 뻔...)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인육을 먹어야만 했던 에피소드.. 그 외에도 시신의 전시, 사람의 피와 뼈로 만들어 먹는 약... 등등... 생각보다 기상천외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없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각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상상력이 동반되어 어딘가 꺼림칙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의학적인 가치와 윤리적인 문제의 대립. 이 또한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죽은 사람에 대한 예우. 사람이었으니까 대우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꽤 옛날 옛날의 지난날보다는 많이 인간적으로 변화하긴 했지만.. 어쨌든!




■ 책 속의 문장 Pick

 

진상이 밝혀진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뼈에 남겨진 흔적을 토대로 우리는 망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법의인류학자의 본분은 말할 수 없는 망자를 대신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p.24)

 

뼈는 평생에 걸쳐 만들어지며 나이에 따라 다른 성장 비율과 속도로 자라난다. 뼈 안에는 개개인의 정보가 숨겨져 있다. 우리는 뼈의 화학 성분이나 형태를 분석해 생전의 생활 환경과 활동을 알아낼 수 있다. 또한, 뼈 안에서 일어난 변화를 자세히 분석하면 나이와 관련된 정보뿐 아니라 뼈의 주인이 언제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도 밝혀낼 수 있다. (p.34)

 

역사적 배경, 정치, 종교는 달라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죽음은 한결같은 답을 준다. 바로 뼈 너머의 인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p.37)

 

운이 좋으면 미라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고고학 연구로 출토된 문물 가운데 쓸 만한 것은 대개 유골이다. 사소해 보이는 문물에도 고대의 생활 방식과 환경, 건강 등을 연구하기에 유용한 정보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뼈의 상처는 고대의 풍속, 관습, 정치 등 실제 생활의 세부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체질인류학자나 생물인류학자들은 옛사람들이 남긴 음식과 병에 대한 단서, 일상생활, 심지어는 직업과 관련된 흔적을 찾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뼈를 연구한다. (p.100)

 

사람은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은 미래의 사람들이 꼭 배워야 할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이렇게 죽음과 뼈를 통해 과거와 연결되고 현재와 과거가 순환할 때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p.184)





뼈를 통해 과학적이고 문화적으로 접근하여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들려준 『뼈의 방』

평소에 자주 접하는 분야가 아니어서 그런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물론 이야기의 이면에는 슬프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대원칙은 유골도 한때 누군가의 가족이었으며 무엇보다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뼈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존엄하게 대우받아 마땅하다.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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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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