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수화 통역사 세트 - 전3권 - 데프 보이스 + 용의 귀를 너에게 +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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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농아시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전말을 밝히려는 수화 통역사의 이야기를 담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데프 보이스』

 

주인공 아라이 나오토는 농인 부모에게서 자란 청인, 코다(CODA)이다. 가족중에 유일하게 들리는 아이. 경찰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아라이는 수화 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농아시설 '해마의 집' 이사장의 죽은지 17년이 지나 그 이사장의 아들이 살해되면서 진상을 파헤치며 목소리를 전달하는 아라이. 살인사건을 가지고 전개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농인과 청인의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그 사이에서 아라이의 역할은 잔잔하면서도 묵직하지 않았나 싶다.

 

아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지겨울 만큼 '가족과 세상' 사이의 '통역'을 해 왔다. 쇼핑을 하러 가거나 놀러 간 곳에서. 학부모 면담에서는 교사와 부모 사이에 있었고, 은행이나 관공서에 끌려가는 일도 자주 있었다. (p.106)

 

흥미로운 미스터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물들과의 갈등, 위기, 화해가 돋보였던 것 같다. 아라이의 외로운 성장이 안타깝기도 했다. 수화 통역사가 되어 그들의 생각을 전하고.. 사건의 끝을 함께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녀들에게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녀들의 생각을, 모두의 생각을 대신 전해 줄 누군가가. (p.313)



7년만의 속편 『용의 귀를 너에게』

 

용에게는 뿔은 있지만 귀는 없지. 용은 뿔로 소리를 감지하니까 귀가 필요 없어서 퇴화해 버렸어. 쓰지 않는 귀는 결국 바다에 떨어져 해마가 되었단다. 그래서 용에게는 귀가 없어. 농이라는 글자는 그래서 '용의 귀'라고 쓰지. (p.233)

 

농아시설 '해마의 집' 살인사건이 있은지 2년이 지난 후, 아라이는 여전히 수화 통역사를 하며 농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해마의 집' 폐쇄 소식이 들려오고, 잘못을 저지른 피의자들의 법정 통역을 맡게 되면서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이 든다.. 『용의 귀를 너에게 줄게』 읽으면서 느꼈지만 전작 『데프 보이스』 보다 더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다. 사건을 목격한 미와의 친구 에이치. 에이치는 들을 수 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함묵증이 있는 아이다. 세상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아라이에게 수화를 배우게 되고 집 앞에서 목격한 사건을 털어놓게 되는데...

 

흉내를 당하는 사람, 바보 취급을 받은 사람이 알아차라지 못할 리 없다. 자신을 깔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상처를 받아서 생긴 분한 감정이 그대로 가슴에 새겨진다. 그렇게 살아간다. (p.173)

 

가족중에 유일하게 들리던 아라이. 모두가 수화로 이야기할 때 빗소리를 혼자 들었던 아라이.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함께 있어도 어딘가 조금은 외로운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날림공사로 지어진 허름한 집 지붕에 큰비가 세차게 내리꽂히던 날이었다. 가족 모두가 빗소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수화로 '담소'를 나누던 가운데 딱 한 사람, 아라이만 그 빗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자신은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톨이였던 그 방에 머물러 있었다. (p.32)

 

농인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볼 수 있었던 『용의 귀를 너에게』




'법정 수화 통역사 시리즈'의 최근 신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는 연작 단편소설집으로 네 가지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제 1장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제 2장 쿨 사일런트

제 3장 조용한 남자

제 4장 법정의 웅성거림

 

 

수화 통역은 '들리지 않는 사람'만을 위함이 아닌 '들리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들리는 사람' 중에는 이런 의식이 없는 사람이 이따금 있다. (p.50)_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전작에서 아라이는 연인인 미유키와 함께 동거를 했지만 이제는 가정을 이루고 아빠가 된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딸의 양육방식에 있어서 부족한듯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면서 부모가 되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의 첫번째 에피소드. 아라이에게 농인 부부의 산부인과 진료 통역들어온 의뢰. 처음 의뢰는 그런대로 넘어갔으나.. 이 후에 산모에게 문제가 생겨 119에 신고를 늦게 하게되는 상황이 생겼는데.. 좋지 않은 상황에 아이를 잃게 되는 농인 부부.. 응급대원이 신고를 왜 일찍 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아라이의 외침에 현실에서도 이렇다라면.. 하아.. ㅠㅠ

 

"더 빨리 신고를 해 주셨더라면."

"할 수 없었습니다!" 아라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 사람들은 귀가 들리지 않아요, 119에 신고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요!" (p.68-69)_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들리지 않은 인기 모델의 에피소드를 담은 '쿨 사일런트' , 방송사가 야외촬영을 할때마다 배경에 끼어들어 수화로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 않는 거짓말을 남겼던 무연고 사망자의 에피소드 '조용한 남자' , 회사에서 불합리한 근무 환경 및 고용 차별 때문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직원의 이야기 '법정의 웅성거림' ..

 

소수자가 놓은 현실.. 아라이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들리지 않는 이'의 말을 '들리는 이'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특히 이번 최근작 『통곡은 들리지 않는다』에서는 의료, 복지, 노동 그리고 아라이 가족을 중심으로 들리지 않는 아이에 대한 양육방식 등을 섬세하게 담은 것 같다. 어느 하나 무시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이지 않은가... 소통이 되지 않아서.. 소통을 할 수가 없어서.. 지킬수 없는 것들도 있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ㅠㅠ (나울어)

 

'아, 역시 말이 통한다는 건 좋은 거구나.' 그때를 떠올리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들리지 않는다. 역시 나는 농인이 아닌가.' 하고. 그런데 모델 일을 하면서 농인 커뮤니티와도 거리를 두게 되고……. 그때 아라이 씨를 만났어요. 오랜만에 일본 수화를 보니까 어쩐지 편안해서.

아, 역시 수화가 나의 언어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p.108)_ 쿨 사일런트



'수화 통역사'라는 공통 소재의 시리즈 데프 보이스 법정 수화 통역사.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지만..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굉장히 힘들겠다.. 불편하겠다.. 어떻게 이런건 개선이 안되는건가..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없는건가.. 현실에서도 정말 이럴까.. 오만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이 시리즈는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크게 상관 없지만.. 출간 순서대로 읽어 본(그러고 싶었음) 법정 수화 통역사 시리즈- 『데프 보이스』, 『용의 귀를 너에게』,『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비록 소설이지만 현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겪는 문제들이, 현실적인 문제들이 아프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끝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라이 덕분에.

 

그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기를. 조금 더 귀기울일 수 있는 세상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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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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