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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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 아래>, <오기>, <가출>, <미스 김은 알고 있다>, <현남 오빠에게>, <오로라의 밤>, <여자아이는 자라서>, <첫사랑 2020> - 여덟 편의 단편을 담은 『우리가 쓴 것』. 10대부터 80대까지.. 여성의 삶에 집중해 보는 이야기.. 각각의 이야기에 분노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잘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 <매화나무 아래>와 <현남 오빠에게>를 언급해보자면...

 

 

<매화나무 아래>

치매 요양병원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노년의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의 연명치료를 고집하는 손자 승훈.

 

산이나 숲에서 풍겨 오던 물기 어린 나무 냄새가 아니라 오래 닫혀 있던 나무 서랍장을 열었을 때의 냄새였다. 이렇게도 사는구나. 살아지는 구나. (p.12)_ 매화나무 아래

 

"근데 승훈아, 나라면 싫을 것 같아. 아무것도 못하고 저렇게 누워만 있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교차로의 신호등이 주황색으로 바뀌었고 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여 횡단보도 정지선 앞에 섰다. 승훈이가 물었다.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는 걸까요?" (p.42)_ 매화나무 아래

 

참 많이 아픈 마음으로 읽은 <매화나무 아래> .. 연명치료 동의서에 서명 해야 했던 이모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이모보다 눈물이 더 많이 보였던 엄마가 서명을 해야했다면 아마 그대로 주저앉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때가 떠올라서이겠지. 노년의 삶이 어떻게 될지 어쩐지 나의 노년도 생각해보게 되고.. 괜히 먹먹하고 그립고 아프게 읽은..

 

 

<현남 오빠에게>

전에 읽었을 당시에도 굉장히 이입해서는 분노하면서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wow....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강현남 이 나쁜 @#%^%&^#@*& 자식... 연인관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스라이팅.. 연인 사이의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폭력.. 하아-

 

오빠와 결혼해서, 우리가 가족이 되고, 모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법적으로도 서로에게 의무와 권리가 생긴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숨기고 넘기고 덮으면서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더라. 못 할 것 같아요.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p.189)_ 현남 오빠에게

 

저는 제 인생을 살고 싶고 너랑 결혼하기 싫은 겁니다.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가 나오고 나서야 꺼림칙하던 모든 게 분명해졌어. 그동안 오빠가 나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애정을 빙자해 나를 가두고 제한하고 무시해 왔다는 것을, 그래서 나를 무능하고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p.190)_ 현남 오빠에게

 

과거일 수도 있고, 현재 혹은 미래일 수도 있는 여성의 모습을 담아낸 여덟 편의 단편들. 이야기 속 여성들은 다른 연령층이다. 사회적으로 여전히 불평등하고 남성우월주의와 보수적이면서 가부장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조금은 불편했었던 같다. 마음 어딘가가. 그냥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지지않을 것만 같은 지금이. 계속 불편하겠다.. ㅠ

 

책 속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내 주변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제목처럼 <우리가 쓴 것>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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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가제본)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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