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라디오
남효민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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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라디오 작가인 남효민 작가의 첫 에세이  『그래서 라디오』

 

라디오 작가 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생각, 기억, 추억들을 담은 에세이다. 그리고 작가의 실제 오프닝 멘트 원고가 수록되어 있어 라디오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라디오의 매력은 청각만으로도 다양한 감정과 공감을 느낄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에는 그때문에 라디오를 끼고 살았을 정도. 시험공부를 하면서, 숙제를 하면서.. 늘 라디오와 함께 했었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목소리로 전해지는 글이 혹은 멘트들이 좋았던 게 아닐까. 서로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전해지는 말이.. 수다가 좋았던 게 아닐까... :) 어느 날은 더 재밌고, 어느 날은 더 공감되고, 어느 날은 뜻하지 않은 위로가 되고, 어느 날은 서로가 누르고 있는 아픔을 알고... 그래서 더 듣게되었던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라디오』를 읽는 내내 추억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추억은 방울방울. 톡톡. :D 오프닝 멘트에 설레기도 했고 달달하지만 끝인사에 아쉬움을 갖기도 했고..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는 날이면 귀 바짝 쫑긋 세워 듣기도 했고.. 녹음까지 해서 다시 듣기고 하고... (그 시절엔 아마 다시 듣기가 없었..을.. 워... ㅋ) 그 시절이 자꾸 떠올랐던 것 같다.. :)

 

사실 지금은 라디오를 잘 듣지 않게 되었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아닐까 싶다... TV도 그렇고.. 뭔가 소란스러워서... 딱 볼것만 보고 딱 들을것만 듣게되는 요즘.....)

 

이 책을 읽고나니 라디오가 듣고 싶어졌다.. 요즘의 끝인사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추억에 견딜 수 없을 때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춰봐야겠다.. :)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운이 따라준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지 않을까. (p.109)

 

 

메인 작가가 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데.. 작가는 운이 있어줘서 긴 기다림 없이 바로 원고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해냈기 때문이겠지만. 하고 싶은 일에 운까지 따라주었다니 ... 나만 부러운것인가! ㅋ (응?)

 

 

갑분-부러움은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사실 라디오는 들을 자신이 없고... 남효민 작가의 글을 이렇게 책으로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디오의 추억을 느낄 수 있어서. 그리고 책 표지와 작가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너무 좋았기때문에... 비단 라디오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D

 

 

■ 책 속으로

 

사실 방송 원고는 작가의 글이지만 디제이의 말이기도 하다. 디제이의 말이지만 작가의 글이기도 하다. 글이지만 말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말을 글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매일 쓸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지만, 사람은 누구나 매일 말을 하니까.    p.14 _ 어떻게 매일 글을 써요?

 

 

 

방송을 만들면서 종종 일어나는 이런,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좋다. 일상에 그만큼 큰 흔적을 남기니까.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는 항상 재밌다. 생각지도 못했던 걸 생각하게 만드니까.   p.163 _ 짐작과는 다른 일들

 

 

사람들이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하는 얘기는 그냥 이렇게 사소한 생각이 든다. 거대한 담론이 아닌, 사소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소중했던 오늘의 일상. 그 얘기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 사소한 일상에 담긴 건 그래서 기뻤다는 얘기, 그래서 속상했다는 얘기,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다는 얘기.   p.205 _ 청취자가 던진 물음표, 디제이가 건넨 위로

 

 

 

우리가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면 이만큼이나 자신의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을 나눌 수 있을까. 누가 내 하찮은 일상을 궁금해할 것이며, 이렇게 공감해 줄까. 누구에겐 소소한 일상이 우리의 하루를 만든다는 것, 하찮은 일상들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라디오는, 청취자들은 알기에, 하찮은 일상을 공유하는 거라 생각한다.   p.222 _ 라디오엔 당신의 '하찮은' 인생이 있다

 

 

책 속에는 어느 날의 오프닝 멘트도 수록되어 있다고 했는데.. 전부 너무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

 

눈에는, 소리를 빨아들이는 기능이 있어서,

지금처럼 눈이 많이 오는 날엔,

평소보다 소음이 적게 들린다는 겁니다.

 

쉴 새 없이 눈이 내리던 어젯밤을 떠올려보니,

평소보다는 훨씬,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중략...)

 

그것도 그렇겠지만,

마음 둘 곳도 없을 만큼 시끌벅적한 지금

세상의 소리들을 다 덮어버리고 싶어서,

이만큼이나 눈이 내렸는지도 모릅니다.

 

_ 2010년 3월 10일의 오프닝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깊었던 것 같다. 그냥. 세상의 소리들을 다 덮어버리고 싶어 이만큼이나 눈이 내렸는지도 모르겠다는 멘트가 이렇게 감성적일 수 있는건가... 오프닝에 날씨와 감성을 다 잡아쒀... 멋있다... :D

 

 

라디오가 없었다면

너와 나는 있어도

우리는 없었겠지. (p.313)

 

 

작가의 글이.. 디제이의 말이.. 계속 흐르는 라디오의 소리가.. 언제부터인가 내게는 추억으로 변해버렸지만.. 누군가에게는 소란하지 않은 다정하고 따뜻하고 유쾌하기도 한 소리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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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지만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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