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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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산에서만 자란다는 돌배나무의 라?. 그게 내 이름이다. 노가 성을 쓰는 덕분에 나는 그냥 노라, 띄어 써도 노 라, 다. (p.11)

 

 

주인공 '노라'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첫 문장.

 

노라는 아빠없이 냉담한 엄마와 둘이 살아왔다. 매사 무심하고 냉담하고 찬물의 온도같은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노라. 어른이 되어서도 노라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자꾸만 겉도는 것만 같은 인물.

 

가지런한 그물이라는 뜻을 가진 모라. 노라와 모라는 7년간 함께 살았다. 엄마의 딸 노라, 아빠의 딸 모라. 하지만 부모가 헤어지면서 가정은 다시 분리되고.. 20년간 연락없이 살다가 모라는 아빠의 부고를 전하게 되는데.... 그렇게 다시 만난 노라와 모라...

 

 

이런 식으로 모라를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죽음이 우리를 만나게 하다니. 우리는 만난 게 맞을까. 모라에게 다가서며 나는 생각한다. 죽음은 언제나 눈을 감은 자의 사진을 보는 것과 같다. 보고 있지만 끝내 보이지 않는 것. 영영…… 알 수 없는 것. (p.73)

 

 

가족에게는 정이 없는 엄마. 다정하지만 가난에 허덕이는 아빠. 그런 한 부모 두 가정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뤘지만 또 한 번 무너지는 가정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래서 더 타인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노라와 타인의 시선에 묶여있는 것만 같은 모라. 노라와 모라는 각자의 성향은 너무나 달라서 너무 짠했던 것 같다.

 

 

모라가 모라일 수밖에 없듯이, 나는 나일 수밖에 없다. (p.194)

 

 

노라가 모라를.. 모라가 노라를.. 노라가 계부를.. 모라가 계모를.. 너무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노라와 모라.  함께였던 7년간의 그들은 가족이었던걸까..

 

 

다만 나는 한때 하나였던 어떤 시간을 되풀이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누군가 다녀갔다고 여기면 마음이 한결 좋아진다. 너무 애쓰지는 말자고, 모라는 내 손바닥에 메일 주소를 적으며 말했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더 애쓰게 되는 마음이 있다.

있거나 없는 것.

그건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니까. (p.196-197)

 

 

담담하고 잔잔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마냥 따뜻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던.. 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먹먹하기도 하고 담담한 시선의 노라와 모라가 안쓰럽기도 하고.. 간결한 문체 덕분인가 좀 많이 쓸쓸함이 느꼈던 지금 계절의 온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감정이 담긴 이 책은 『노라와 모라』이다.

 

 

내가 나무였다면 나무를 키웠을 거고, 새였다면 나무 꼭대기의 집에서 새처럼 사랑을 하고 나무처럼 몸을 비비는 법을 배웠겠지. 혹은 사람이었다면 사랑을 나눌 거고, 사람을 낳을 거고, 그러다 끝내는……

혼자서 하나가 되는 법을 배워가겠지. 그걸 누군가는 읽고, 지우고 다시 쓰겠지. 완전히 지워질 때까지. 완전히 죽을 때까지. (p.202-203)

 

 

미공개 상태에서 읽었던 책인데 추후에 제목과 작가를 알고나니까. 주인공들의 이름만 있을 뿐인 제목인데도 한껏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처음 알게된 작가의 문체가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D

 

 몰입도 좋았던 책. :)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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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전 도서의 제목과 작가를 가린 채 읽고 서평을 작성하는 미공개 사전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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