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깡이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3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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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시간 속의 사람들과 잊혀져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1970년대 힘들었던 시절 맏딸인 정은은 기특한 딸이 되기 위해,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 그런 마음으로 자란다. 동생들도 어리지만 정은이도 어린데. 중학교도 포기하고. 맏딸이라는 이유로. 깡깡이 일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본다. 어느덧 중년이 된 정은은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게 된다.  어른이 된 딸, 아이가 된 엄마. 고되고 힘들게 살아온 엄마. 그렇게 정은이도 엄마의 그림자를 밟아 왔는데..  중년이 되어 엄마를 바라보는 정은을 보고 있자니 짠하고 참.. 힘들다.. 사는 게 왜 그렇게 그러냐.....

 

 

시간이 흐르고 흘러 동생들도 다 크고 .. 다 어른이 되어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사는 정은이네.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중년 정은의 시점에서는 왜 그렇게 애틋하던지... 읽는 내내 참 힘들고 답답한 소설 속 현실에 한숨만 푹푹 내쉬었는데... ㅠ 정은이는 그래도 잘 견뎌냈구나.. 하고 안심의 마음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우리 정은이 같은 딸이 세상에 어딨겠노. 아무리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지만 어린 니가 고생하는 거 엄마도 다 안다. 아버지 대신 니라도 있어 내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하지만 니는 내처럼 맏딸이라는 말에 묶여 살지 마라. 사람은 배워야 제대로 대접받고 살 수 있는 기라. 일하다 다쳐도 보상은커녕 간신히 치료비 몇 푼 쥐여주는 그런 회사 말고 제대로 대우 받으며 일해서 먹고 살아야지! 새벽잠 못 자고 신문 돌려도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공부해야 사리 분별 하는 판단력도 생기지. 나는 옛날 사람이라 이래밖에 몬 살지만 니는 공부해라. 내 뼈가 으스러져도 자식들 공부는 제대로 시킬 거다." (p.160)

 

 

엄마의 '든든'이라는 말이 얼마나 족쇄 같은 말인지 .. ㅠ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어도 안타깝고 늘 미안해하는 정은이에 대한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오열할 뻔.

 

 

 

■ 책 속으로

 

"우리 집 살림 밑천 기특한 맏딸!"

아버지의 그 말은 나를 옥죄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 말에 꼼짝없이 묶여 기특한 딸이 되어야 했다. 칭찬은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었다.  (p.16)

 

 

세상의 모든 일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감정의 질척한 구덩이에 들어가 함께 엉켜 뒹구는 건 이제 사절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최대한 객관화시켜 바라보면 문제의 핵심이 놀랄 만큼 명료해졌다. 그걸 깨닫기까지 참 오랜 세월을 나는 맏딸이라는 책임감에 눌려 살아야 했다.  (p.28)

 

 

 

엄마의 무의식은 자식을 다섯이나 낳고 살아온 삶을 다 지워버리고 싶었을까?

그래서 아예 당신이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만큼 엄마의 삶은 고달팠던 것일지도 모르지.

거짓말.

엄마가 내게 심어준 거짓말에 대한 경각심.

까마득한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기억은 빛도 바래지 않는다. (p.97-98)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거는 말할 시기를 놓치면 점점 더 말하기 어려워지는 기라. 당장은 별일 없지 싶지만 세상에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는 법이다. 실컷 고생하고 반월급도 못 받았으니 값비싼 공부 했네. 상대방 눈을 마주 보지 못할 일은 하면 안되는 기라. 아무리 실수를 했다 치더라도 소장은 진짜 나쁜 놈이다. 힘없는 어린애들 등쳐먹는 나쁜 놈!"  (p.111)

 

 

맏딸. 세상 엄마들이 은연중에 많이 의지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 큰딸한테 제일 의지가 돼-라는 말을 해주실 때마다 난 그게 참 싫다. 그냥. 엄마든 그 누구든.

나한테 의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냥.. 그 '든든한 의지'라는 말이 자꾸만 나를 무너뜨리는 것 같아서...  내가 맏딸이라 그런가... 마주 보는 마음이 참 힘들었던 『깡깡이』

 

 

사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출간되었었고, 얇고 긴 판형으로 어른을 위한 소설(특별판)으로 새로운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얇고 긴 판형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책 한번 펼치면 금세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어쩌면 마음이 아플 수도 있고, 어쩌면 화가 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는 그 시절의 이야기.  

 

 

1970년대의 어른들이라면 그 시절의 냄새를 공감하고 회상할 수 있을 것 같은 『깡깡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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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지만 아주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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