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곳에서
박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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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등단 후 2년동안에 여러 지면에 실렸던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박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

 

 

여덟 편의 단편 모두 타인과의 관계, 감정, 사랑을 담고 있지만 그것으로부터 오는 갈등, 대립 등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성소수자 퀴어 정체성을 띤 여덟 편의 단편 <밤의 물고기들>, <우리는 같은 곳에서>, <빛과 물방울의 색>, <느리게 추는 춤>, <그 가을의 열대야>, <고요한 열정>, <소언한 사이>, <휘는 빛> .. 

  

퀴어이기때문에 사회에서 겪는 소수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았고. 퀴어의 사랑과 관계의 내적 갈등, 묘사된 감정들이 담겨있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자기혐오로 이어진 주인공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제목만 보면 사랑이 가득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야기들은 어딘가 어두운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아니 더 가까운 표현으로는 어스름해지는 저녁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던 『우리는 같은 곳에서』 .. 그리고 다소 심오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페이지는 잘 넘어가지만 각각의 단편속 주인공들의 감정을 잘 이해한 게 맞나 싶었다. 부족한 내가 작가의 섬세함을 따라가지 못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잘못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p.39) _ 밤의 물고기들

 

 

 

불쑥불쑥 시선이 멈춘 문장들에는 작가의 표현력에 물안개같이 아련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D

 

 

 


 

 

■ 인상깊은 문장

 

아내와 가깝다는 느낌이 사라진 건 언제부터일까.

나는 그녀에게 등을 보이는 자세로 돌아누웠다. 충분히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결혼한 건데, 얼마든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내와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결혼 전에는 이 모든 것이 저절로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p.53 _ 우리는 같은 곳에서

 

 

잊는 기분에 사로잡혔다.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하리라는 예감에 무릎이 툭 꺾일 것만 같았어. 그러니까 그날, 늦여름의 태풍이 짙은 먹구름을 몰고 온 그때처럼, 네가 내 앞에 나타날 일은 더 이상 없으리라는 확신이 나를 말라붙게 만들었다. 야위게 했고, 덕분에 내 삶은 옥상 난간에 널어두고 까맣게 잊어버린 솜이불처럼 수척해져…… 누군가의 수거를 기다리는 형태로 남아 있다. 기약 없이, 그 어떤 기대도 없이.    p.73 _ 빛과 물방울의 색

 

 

"나중이 무서워서가 아니야." 냅킨으로 입가를 눌러 닦으며 말했다 "그냥 현재에 충실하려는 거라고."

"사실 나는 무서워." 너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가."

"나중이."    p.81 _ 빛과 물방울의 색

 

 

 

 그렇지만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간혹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이대로 가을이 지나가면 겨울이 찾아온다는 뜻이니까. 희미하게 남아 있던 열기마저 사그라지고 나면 하얗고 차가운 눈송이가 흩날린다는 뜻이니까. 세상은 순백으로 물들 것이다. 얼어붙을 것이고, 종내에는 모두 녹아 사라지겠지. 사계를 겪고 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새로이 흘러들 것이고…… 봄이 올 것이다.    p.146 _ 그 가을의 열대야

 

 

 


 

 

 

<밤의 물고기들>, <빛과 물방울의 색> 이 가장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물론 다른 단편들도. 정말 다채로운 사랑을 보여준 소설집. :)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타인에게. 이끌리는 감정의 흔적을 따라갈수 있었던 박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책을 덮고 나니 박선우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빠르게 작가의 섬세함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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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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