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자 어른의 이야기"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존재성을 전면에 내세운 첫 소설집

 

윤성희 <어제 꾼 꿈>

남편의 제삿날을 챙기지 않는 자식들에게 서운해하지만. 손주에게 만큼은 구연동화를 해주며 좋은 할머니가 되고 싶은 소망이 담긴..... "섭섭해하지 마. 이젠 내 밥 챙기기도 귀찮으니까." (p.11) .. 너무나 현실적인 문장이라고 생각..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내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말도....

 

 

백수린 <흑설탕 캔디>

그 시대 다른 이들과는 다른 인물의 할머니.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그러지 못했고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졌지만 수줍고 사랑스럽기도 했던 할머니. 그녀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놀라운 사건들이 가득할 거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고,자신에겐 인생을 하나의 특별한 서사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p.63)

 

 

강화길 <선베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할머니를 찾은 손녀. 손녀와 손녀 친구 명주의 이야기를 통해서 언젠가 혼자남을 손녀를 걱정하지만 결국 치매로 손녀를 잊어가게 되는 할머니. 또르르.....

 

 

손보미 <위대한 유산>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집을 처분하려고 돌아왔는데. 10년만에 만난 가정부 아주머니를 마주하고 겪게되는 사고와 긴장감 있는 전개. 다른 단편과 조금 다른 장르인가 싶기도 했던...

 

 

최은미 <11월행>

수덕사로 템플스테이를 하러간 세 여자. 할머니, 엄마, 딸.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다음 계절이 와도 그것을 다시 찾지는 못할 거라고, 알아차리면서도 받아들이지는 못한 채로, 은형은 망연하게 서 있었다. (p.192)   예산과 수덕사.. 재작년 이쯤의 외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 ㅠㅠ

 

 

손원평 <아리아드네 정원>

늙은 여자, 유닛 D에 거주해야하며 주인공 민아를 통해 노인의 미래, 세대 갈등 등.. SF적 상상력으로 읽어야 하는 단편. 개인적으로 SF는 크게 좋아하지 않지만 여섯 단편 중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 인상깊었던 페이지의 문장

 

모두 내 탓이라고 느끼리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리라는 것.

할머니, 이런게 살아 있다는 거야?

두 사람의 어깨에 머물러 있던 햇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허리가 아팠다.   (p.101) _ 강화길 <선베드>

 

 

"지금 같은 세상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재미난 게 많니. 좋은 게 좀 많아."    (p.193) _ 최은미 <11월행>

 

 

늙은 여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 오늘날에 도달했을 뿐이다. 가끔씩 민아는 자신의 20대를 떠올려본다. 그때 봤던 소설들 영화들, 드라마에 나왔던 생기발랄한 주인공들과 나이가 같았을 때. 그땐 누가 봐도 민아가, 민아의 세대가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오늘의 다음 날은 두근거리는 미지의 내일이었다. 노년은 하물며 떠올려볼 수조차 없었다. 기껏해야 민아가 그릴 수 있는 먼 미래는 적당한 소음이 들려오는 평화로운 해변을 닮아 있었다. 그 안에서 민아는 젊음의 생기는 사라졌으나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누군가와 주름진 손을 다정히 맞잡은 채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오늘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것이어야 했다.   (p.199) _ 손원평 <아리아드네 정원>

 

 

 

"늙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 변한다는 걸 빼곤 확실한 게 없으니까. 너희가 본 할머니도 마찬가지야. 이름은 지윤이지만 누구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지. 지윤인 가진 게 참 많았었어. 그런데 이제는 그것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안다. 자기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이름처럼 말이야."   (p.215) _ 손원평 <아리아드네 정원>

 

 

미래는 순식간에 다가와 현재를 점령한다.

늘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 손원평 작가 노트 (p.229)

 

 

언젠가 다가올 모습이기도 한 것만 같아서 조금 따끔하게 읽었던 것 같다. 할머니라는 존재를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나의 할머니에게』 .. 할머니는 언제나 따뜻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기억 속의 할머니는. 유일하게 괜찮다며 내 손을 잡아준 외할머니. 그 손의 온기가 그리운 나는. 여전히 보고싶다.

 

 

하루하루 살아 오늘날에 도달했을 뿐이다- 는 손원평 작가의 <아리아드네 정원>의 한 줄에 따라. 나도 언젠가 그날이 되겠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그때가 되면.. 그 언젠가를 추억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이미 살아온 날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도 할 거고..  그리고 그때가 되면.. 반짝이지 않아도 그냥 그 자리에 있는 '여자 어른'의 나를 잘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의할머니에게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다산책방 #단편소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