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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ㅣ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연극처럼 막이 바뀌듯 유연하게 이어지는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의 중심에서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보이는 이야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친구의 인연 세연과 진경을 중심으로 여러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페미니즘 초점의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에는 '우정'이라는 베이스가 깔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업주부와 워킹맘. 기혼과 비혼 등 입장이 다른 여성들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익숙하고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식의 글에 읽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관계의 갈등.. 삶의 피로.. 힘듦의 무게.. 전부 다 다르지만.. 세상의 날카로워도.. 친구라는 존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기도 했다.. :)
< 책 속 >
딱 한명만 있었으면, 은정은 종종 생각했다.친구가, 마음을 터놓을 곳이 딱 한 군데만 있었으면. (p.20)
- 혼자서 못 보겠으면 내가 옆에 있을 때 읽어보라고. 너 너무 힘들어서 온 거잖아, 지금.
- 너무, 웃기잖아요. 이런 것 때문에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 너무 웃긴 일들 때문에 사람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그래. 말을 못 해서 그런 거야. 말이라도 하면 좀 나아. (p.42)
둘은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네트워크로 언제나 이어져 있었고, 서로에게 가장 먼저 댓글을 달아주는 사이였다. 서로가 지닌 빛에, 어둠에, 즐거움에, 슬픔에, 한심함에.(p.60)
세상이 변해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흐름의 중심을 향해 헤엄쳐 갈 나이는 지났다. 뒤로 물러나 물결에 실려 간다. 퇴적된 지층의 일부가 되어. 별다른 기여를 할 수 없으니 목소리를 높여 지분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윤슬에게도 치열하던 시간이 있었고, 이제는 힘주어 살기보다는 영화처럼 삶을 볼 시간이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p.95~96)
옛날에는 너무 지겨웠는데. 세상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안 변할까, 대체 어떻게 해야 이게 변할까 싶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너무 빨라. 빨라서 어지럽고 울컥거릴 때가 많아. 그런 걸 보면 네가 하는 말들이 틀린 게 없는 것 같아.우린 승객이었을 뿐, 그동안 이 버스에서 한 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었던 거지.(p.155)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삶을 사는 방법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들킬까 봐 겁이 나서.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면서 그립고, 기분이 좋으면서 두려워. 내가 너한테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는 말이었는데. (p.164)
공감되고 와닿은 문장들이 많았다.
등장인물들의 나이는 다양하다. 많기도 하고 또래이기도 하고.
변하는 시대에서 앞서간 선배들의 이야기에는 앞날의 이해를..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에는 울컥하는 공감을.
여성이라서 겪는 부당한 대우,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사회적인 문제들 속에서 작게나마 받았으면 하는 위로가.. 우정을 통해서 그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든 나이가 들면서 환경이 바뀌고 친구도 조금씩 멀어지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런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우정이라는 적금을 평소에 조금씩 적립해뒀어야 한다는 문장들이 크게 와 닿았다.
페미니즘 소재를 다룬 책들이 많이 접하게 되는데.. 사실 읽고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불안하고 계속 불안한 여성들의 모습들을 마주하는게 여전히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마주하게 될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럴때마다 힘들때마다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든.. 세연과 진경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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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