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인 시체 Corpse on Vacation K-픽션 스페셜 에디션
김중혁 지음, 정이정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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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iction Special Corpse on Vacation

 

 

 

K-픽션 스페셜 에디션

김중혁 작가의 『휴가중인 시체』

 

 

"버스에다 '나는 곧 죽는다'라고 붙여 놓았는데 왜 그런거예요?"

"나는 곧 죽을 거니까요. 죽을 거니까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 한군데 있으면 자꾸 생각하게 되니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는 거네요?"

"맞아요. 피하는 거예요. 도망 다니는 거." (p.18)

 

 

죽을 거니까 계속 돌아다닌다는 주원 씨.

버스를 개조하고 버스 옆면에는 '나는 곧 죽는다'라고 붙여 놓은 주원 씨. 위 언급된 대화로부터 어쩐지 다소 무섭게 느껴졌던 제목이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논픽션 작가 '나'는 주원 씨와 함께 다니면서 그를 조금씩 알아가려 한다..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점차 그 둘의 대화는 길어지고.. 밤마다 주원 씨의 발작 증세를 목격하기도 하고 .. 셰익스피어에 나오는 대사들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주원 씨의 실수를 털어놓는데.. 그러던 중 그 둘이 함께한 버스여행은 끝이 난다.

사실 주원 씨는 혼자 계속 여행 중인지.. 그게 아닐지는 잘 모르겠다..

 

 

"(...) 실수라는 건 간단한 게 아니에요. 그 모든 기록을 한꺼번에 통째로 순식간에 지워버립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죽어야 해요. 여기가 내 관이고, 무덤이고, 천국이고, 지옥입니다." (p.74)

 

 

스쿨버스를 운전했었고, 꿈도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운전뿐이었던 주원 씨는 지나간 자신의 실수를 그대로 껴안은 채 고통 속에 살아간다.

잊으려 하지만 잊히지 않고. 저지른 실수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기록을 지워버리고 마는. 그래서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는 발작을 자주 일으키고. 괴성을 지르며 버스에서 나갔다가 한참 뒤에 돌아오는 반복적인 행동들. 그러고 나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기도 했지만. 그런 행동조차 안타까웠다. 

주원 씨에 대해 생기는 안타까움 전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사건 때문에 주원 씨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어떤 사건은,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계로 옮겨 놓는다. (p.80)

 

 

 

 

 

 

 

 

 

주원 씨가 지난 과거의 실수를 죄책감을 그의 삶 속에 가둔 채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함께 보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하하, 상처의 고통을 모르는 인간들만 타인의 흉터를 비웃는 법이지요." (p.44)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듯이 버스에 자신을 가둔 주원 씨의 삶과 죽음의 경계. 실수와 상처의 경계. 복잡하게 얽힌 생각에 정리가 잘되지 않지만. 이 책이 주는 여운은 굉장한 것 같다. 

 

 

 

 


"사람은 얼굴이 답안지예요 문제지는 가슴이 있고 답안지는 얼굴에 있어서 우리는 문제만 알고 답은 못 봐요. 그래서 답은 다른 사람만 볼 수 있어요. 사람과 사람은 만나서 서로의 답을 확인해줘야 한대요."

"그러면 거울을 보면 되겠네요?"

"거울을 보는 나는 답을 숨겨버리거든요."

 - P24

"버스를 몰고 다니는 게 아니라 창문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네요. 이렇게 보니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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