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마음 쏜살 문고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유호식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박한 마음(2017),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음사

 

<순박한 마음>은 ‘순박한 마음’, ‘구호 성자 쥘리앵의 전설’, ‘헤로니아’ 등 세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귀스타브 플로베르(프랑스 자연주의 소설가, 1821~1880), 그의 생전 마지막 단편소설집이다. 이 작품은 그가 ‘<부바르와 페퀴셰>(1881, 미완성 유작)를 집필하는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약 십오 개월 동안 쓴 작품집’(p.153)이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소재가 다른 세 편의 소설을 완성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단편들 중 ‘순박한 마음’을 제외하고는 모두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저자 플로베르는 ‘열여덟 살에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떠났으나, 신경질환으로 인해 삼 년 뒤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 마을로 돌아와 홀로 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글쓰기에 전념했다.’고 한다. 삶이 방향을 잃었을 때 우리는 곧잘 실망하고 실의에 빠지기도 하고 간혹 인생의 마지막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와 같은 성공 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그것이 더 나은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표제작 ‘순박한 마음’은 “폴레베크의 가정주부들은 펠리시테를 하녀로 데리고 있는 오뱅 부인을 오십 년 동안 부러워했다.”(p.9)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한결같이 모든 가정주부들이 부러워했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1년에 100프랑을 받으며 요리와 집 안 살림, 바느질과 빨래와 다리미질을 했고, 말에 굴레를 씌우고 닭을 통통하게 살찌우고 버터를 만들 줄도 알았고, 상냥하지 않은 여주인에게도 충실”(p.9)한 하녀 신분이다. 그녀는 집안 일을 잘 할 뿐만 아니라, 그녀는 모든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 아니, 사람 뿐 아니라 사물도 사랑한다.

 

그녀는 무식하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무식하다고 해서 그녀가 살아가는데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오히려 대조적으로 유식하고 잘난 사람들은 온갖 허례허식으로 훨씬 더 불편하게 살아간다.

 

그녀의 열정적인 사랑은 그녀를 귀머거리로 만들기도 하지만 원망하기는 커녕 그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애초 원망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탓하지 않는다. 그녀 안에는 사랑만이 존재한다. 그녀는 그렇게 오래오래 살다 아주 편안하게 미소 지으며 눈을 감는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싶지만 있을 것도 같다. 그런 순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독토리더(민영샘)의 평과 함께 이 서평을 갈무리하려한다.

 

“시적인 언어로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쓰는데 음악적, 리듬감이 중요함을 느꼈다.”, “작가는 자신이 누군지 일찍 발견한 사람이다. 그것을 강하게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순박함은 우리 모두 안에 들어있는 마음이다. 다만 우리가 사회에 길들여져서 그것을 발견 못하는 것 뿐이다. 순박함이란 우리 인간의 원초적 자아 모습이 아닐까. 분명히 우리 안에 있는데 왜 낯설어할까? 우리는 그만큼 길들여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저자 플로베르가 지극히 평범한 하녀 펠리시테를 주인공으로 세운 것은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려 함일 것이다.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원초적 자아를 보여주는 것으로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려 한 것이다. ‘삶이라는 게 뭐 그리 까다롭겠는가. 그저 순박한 마음으로 잘 살다가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눈을 감는 것 아니겠는가’ 하고.

 

발췌 :

“그녀는 콧구멍을 내밀며 연기를 들이마시고 신비로운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조금씩 느려졌고, 샘물이 마르듯 메아리가 사라지듯 매번 더 희미해지고 더 가늘어졌다. 마지막 숨을 내빝으며 그녀는 열린 하늘에서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가 자기 머리 위를 나는 모습을 얼핏 본 듯했다.”(p.58)

 

"교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사제가 강론하고 아이들이 암송하면 그녀는 잠들고 말았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대리석 바닥에 나막신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 그제서야 깜짝 잠에서 깨어났다."(p.25)

 

진정한 애정에서 나오는 상상력 덕분에 그녀 자신이 비르지니가 된 것 같았다. 그 아이의 얼굴이 자기 얼굴이었으며, 아이의 옷을 자신이 입었고, 아이의 심장이 자기 가슴에서 뚜었다. 비르지니가 입을 벌리는 순간, 그녀는 눈을 감으며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p.26)

 

그의 부모는 언제나 흑설탕 한 통, 비누, 브랜디 같은 것들, 가끔은 심지어 돈지 얻어 오라고 시켰다. 수선해야 할 허접한 옷들을 빅토르가 가져오기도 했다. 그가 옷을 받으려 다시 올 것을 기뻐하며 그녀는 그 귀찮은 일을 떠맡았다.(p.28)

 

그때부터 펠리시테는 오직 조카 생각만 했다. 해가 내리쬐는 화창한 날이면 그녀는 갈증으로 괴로웠고, 폭풍우가 들이치는 날이면 조카 때문에 천둥을 두려워했다. 바람이 굴뚝에서 요란하게 윙윙대면서 지붕 타일을 날리면, 온몸을 뒤로 젖힌 조카가 부러진 돛 꼭대기에서 똑같은 폭풍우에 후려 맞고 식탁보처럼 펼쳐진 파도 거품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 그녀에게 보였다.(p.30)

 

긴 털이 달린 작은 밤색 천 모자를 찾아냈는데, 좀이 잔뜩 슬어 있었다. 펠리시테가 그 모자를 달라고 했다. 서로 바라보던 그녀드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마침내 여주인이 팔을 벌렸고 하녀가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주인과 하녀의 신분을 잊고 평등한 가운데 꼭 껴안고 입을 맞추며 서로의 고통을 달랬다. 오뱅부인이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리한 것은 그들의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펠리시테는 은혜라도 입은 것처럼 부인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그 후로는 동물적인 헌신과 종교적인 경배심을 품고 부인을 지극히 소중이 여겼다. 그녀의 마음 속에 깃들어 있던 선의가 점점 커졌다.(p.40)

 

그녀는 룰루를 잃어버릴 뻔한 일을 쉽게 잊지 못했다. 어찌 보면 결코 잊지 못했다. 감기 끝에 그녀는 목에 급성 염증이 생겼고 곧이어 귀가 아팠다. 삼 년 뒤에는 귀머거리가 되었다. (...) 그렇쟎아도 협소하던 그녀의 생각이 더 협소해졌다. 시끄러운 종소리, 황소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모든 존재들이 유령처럼 조용히 움직였다. 이제 그녀 귀에 들리는 소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앵무새가 내는 소리였다. (....)그녀가 외롭게 살아가는 동안 룰루는 거의 아들이자 연인이었다.(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