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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 독서 모임 전문가 10인의 인생 그림책
김민영 외 지음 / 섬드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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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독서토론에 대한 아주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입니다.
그래서 더 반가운 책이네요. 책제목에서도 물씬 풍기는 진솔함.. 작가님들 각자의 인생그림책 10권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큽니다. 저도 저만의 그림책을 찾아보고 싶다는 염원이 싹틈요 ^^빨리 받아서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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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문장력 특강 - 단계별로 나아가는 문장력 훈련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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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대로 옮겨 적기 필사가 패키지 관광이라면 작문은 자유 걷기 여행”(p.233)이라고 했다. ‘옮겨적기’만으로 불투명했던 필사에 걸었던 기대가 필사, 작문, 첨삭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투명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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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문장력 특강 - 단계별로 나아가는 문장력 훈련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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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으면 문장력이 좋아지나요?”

“책을 읽어도 어휘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요.”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대부분은 독서량과 어휘력, 문장력이 비례한다 생각하는데요, 때로는 그 믿음이 맹목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고민의 해답이 바로 ‘필사’라는 믿음으로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p.5)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들은 대개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한다. 소수만이 자신을 드러내고 존재감을 표현했던 시대에서 누구나 자신을 알리고 만인과 공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역시 기본적으로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해야한다. 그리고 수준높은 글쓰기 기회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한다.『필사 문장력 특강』이 바로 그런 책이라 소개한다.

 

이 책은 명문장을 발췌, 필사, 분석하고 첨삭하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알려준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은 필사의 방법과 효과를 소개한다. 2장은 현장에서 받은 질문을 요약하여 거기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3장은 분야별 필사법이다. 문학, 비문학, 미디어로 매체를 나누어 각 특성에 따라 필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4장에서는 초급, 중급, 고급 단계별로 코칭한다.

 

‘필사’가 유익하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옮겨 적는 것’만으로는 양질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저자는 “‘좁은 범위(다섯 줄 내외)’와 ‘명확한 장점’이 필사의 필수 조건(p.15)”이라며, 다섯 줄 내외의 명문장을 선별하여 지속적으로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현장의 질문을 정리, 분류하여 각각 해답을 제시하였다. 독자들도 부딪히는 문제점들이라 친근하게 다가온다. 질문을 여덟 개로 요약하여 명문장을 발췌하고 같은 소재 다른 글을 비교 분석하며 답을 달았다. 코치 내용을 발췌해보면 이렇다.

 

“글을 읽으면서 숨차지 않은가. 다소 장황하다.(...) 형용사, 부사 사용이 많고 동어 반복도 눈에 띈다. (...) 이렇게 쓰면 문장이 장황해 전달력이 떨어진다. 리뷰를 단문으로 고쳐본다. (...) 열 줄이 네 줄로 요약됐다.”(p.52)

 

동어반복을 걱정하는 이들에겐 문학 필사를, 어휘력이 부족한 이들에겐 한국 문학 필사를 각각 권했다. 특히, 글쓰기 자체가 “어휘력의 결과물”(p.65)이라며 어휘력 향상에 노력할 것을 강조하며 소설 <토지> 필사를 종용했다.

 

‘분야별 필사법’부터는 독자가 참여하는 수업이다. 먼저 명문을 예시글로 제시하고 그 글을 해체, 분석하여 설명한다. 다음 페이지는 독자가 필사하고 작문해야 할 빈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작문할 때 규칙은 예시글의 구조 즉, 틀을 깨지 말아야 하며, 소재나 용어, 조사 등을 대체하여 완성하는 것이다. 작문 예시를 두어 참고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각 매체마다 다섯 문장씩. 총 열다섯 문장을 연습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비문학 필사를 할 때는 “저자가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자기만의 정의를 내려보”(p.118)는 것이 문장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단계별 필사 작문 코칭’에서는 조금더 세밀해진 기법을 제시한다. 예시문을 주고 분석 포인트와 설명을 이어가는 건 같은데, 전편에서 참고로만 사용되어졌던 작문 예시에 첨삭을 한 것은 다른 점이다. 독자는 그 첨삭 내용을 참고하여 그 예시 작문을 고쳐야한다. 이 훈련을 초급, 중급, 고급에 나누어 열 일곱번을 거친다. 총 서른 두 번의 이 과정은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저자는 “그대로 옮겨 적기 필사가 패키지 관광이라면 작문은 자유 걷기 여행”(p.233)이라고 했다. ‘옮겨적기’만으로 불투명했던 필사에 걸었던 기대가 필사, 작문, 첨삭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투명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네 명이다. 이들은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학우들이다. 지도자의 길을 같이 걸으며 현장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풀어내었다. 검증을 거친 자신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문체는 리드미컬하면서 친근하다. 실전 코칭이 진행되는 3장과 4장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어 자칫 지루해 질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양질의 정보를 동반한 저자의 안정되고 매끄러운 문체는 그것을 리듬감으로 바꾸어놓았다. 오히려 가독성을 높이는 요건이 된 것이다. 책 한 권으로 명문장을 한꺼번에 영접한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읽는 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할애된 빈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과 배려는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오는 동시에 흥미로움을 안겨준다. 깔끔한 디자인과 내 외지 색상, 서체 등도 눈을 시원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필자는 서두에서 글을 잘 쓰려면 수준높은 글쓰기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필사 문장력 특강』을 통해 수준높은 명문장을 만나고, 작문을 해보고 첨삭받는 호사를 누려보길 바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글을 쓰지 않을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숨쉬기는 자연스러운 동작이고 명상은 의식적인 행동이다. 독서자들에게 읽기는 편한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일지 모른다. 그러나 필사는 명상처럼 의식적인 ‘몰입’을 요한다. 집중하지 않고 필사를 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p.29)

매일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연습해야 한다. 필사는 단지 모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문장으로 재창조될 때 응용력이 생긴다. 좋은 문장을 베껴 쓴 후 분석하여 작문하는 작업은 모방을 넘어선 창조의 과정이다.


필사와 작문으로도 부족해 굳이 첨삭 과정까지 거쳐야 할까? 그래야 한다. 명문의 비밀을 캐내 체화하기 위해서다. 그대로 옮겨 적기, 필사가 패키지 관광이라면 작문은 자유 걷기 여행이다. 고생스럽지만 잊지 못할 체와의 시간이다.
마지막 첨삭은 다시 원문으로 돌아가는 귀갓길이다. 작문을 하다 멀어졋던 원문으로 돌아가기 위해 ‘첨삭(코칭’이란 보조 장치가 필요한 셈이다. 걷기 여행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의 문장력은 한 뼘 성장해 있지 않을까.(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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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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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위대한 예술가들의 진심과 그 소통을 담은 책

<우정, 나의 종교>(슈테판 츠바이크, 유유, 2016)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두환 회고록 등의 이슈로 인해 ‘전기작가’라는 용어가 익숙한 요즘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오히려 책 속의 대상이 아닌 전기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과 그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정, 나의 종교>를 소개받았다.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는 ‘최고의 전기작가’라는 명성을 가진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작가이다. 그는 ‘유럽사를 꿰는 방대한 지식과 탁월한 이야기꾼의 자질로 역사 속 인물의 깊은 내면세계와 심리적 갈등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켜’ 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위로하는 정신>, <광기와 우연의 역사>, <발자크 평전>, <메리 스튜어트>,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마리 앙투아네트>, <로맹 롤랑>, <에라스무스 평전> 등의 전기물과 <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등의 단편 소설, 자전적 삶을 기록한 <어제의 세계> 등이 있다.

 

<우정, 나의 종교>는 문고판 250여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슈테판 츠바이크’ 사후, 그가 남긴 에세이 중 일부를 골라 묶은 모음집이다. 부제목은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이며, 그 내용은 ‘강인한 정신과 선한 마음, 지그문트 프로이트’, ‘최초의 보헤미안, 폴 베를렌’, ‘잠들지 않는 예술가, 로맹 롤랑’, ‘삶의 구도자, 레프 톨스토이’, ‘글로 도피한 남자, E.T.A. 호프만’, ‘어떤 고귀한 삶, 알베르트 슈바이처’, ‘젊음의 화신, 바이런’, ‘단상 위의 독재자, 구스타프 말러’, ‘헌신하는 예술, 브루노 발터’, ‘예술이란 오로지 완벽,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괴팍한 완벽주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쓰고, 쓰고, 쓰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까지 열 두명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들의 전 생애, 혹은 찬란한 성찰의 한 순간을 담고 있다.

 

“참다운 예술가란 인류에 대한 사랑’을 지녀야 한다는 톨스토이(1828~1910)의 가르침에”(p.79) 영향을 받고 세계 1,2차 대전 당시 평화운동에 매진했던 로맹 롤랑(1866~1944), 그리고 그에게 또 영향을 받아 평화주의자 대열에 합류한 츠바이크. 수많은 인물과 넓고 깊게 교류했던 그를 로맹 롤랑은 ‘우정이야말로 그의 종교’라고 말했다. 이 책은 그들이 함께 했던 당시의 흔적이며 그 우정의 기억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공유한 사유와 성찰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톨스토이는 “왜 사는가, 어떤 이유로 나와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 현존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분열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은 어째서 존재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p.88)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신앙에 심취했었다. 하지만 곧 기독교, 그리고 국가와 권력, 소유의 모순 즉, 속성을 파악하며 ‘반국가론’에 근거한 조용한 혁명을 주도해나간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 수많은 혁명가와 사상가들에게 전파되어간다. 특히, 인도의 3억 동포를 비저항주의로 이끌며 혁명을 성공시킨 간디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문학이 미치는 범위가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이 책은 톨스토이의 이 시점이 기록되어 있다.

 

또, 알베르트 슈바이처와 함께 했던 시간을 묘사하고 있다. 오르간 선율이 아름답던 그 날 밤의 일화는 그 소개만으로 슈바이처의 사람됨을 파악하는 데 충분했다. 그 자연스러움이 바로 그가 평소 친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며, 전기작가로서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일 것이다.

 

“우리가 들어섰을 때 아무도 없는 교회 내부는 이미 어두웠다. 우리는 불을 켜지 않았다. 오로지 오르간 건반 위의 작은 전구 하나만 켰다. 그 전구는 이제 막 건반 위를 움직이기 시작한 슈바이처의 두 손을 비추었고, 명상에 잠긴 듯 아래로 숙인 얼굴은 반사된 빛을 받아 무언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오직 우리만을 위해 밤처럼 어두운 빈 교회에서 그가 사랑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체험이었다! 그날 저녁, 진정한 인간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이 주는 감동은 모든 복잡한 속세의 사정과 정치적인 장애물을 자연스럽게 제거했으며, 우리의 내면을 온기로 데웠다.”(p.141)

 

마지막 편에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전 생애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이 역시 츠바이크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함께 하고 있다. 아래 발췌는 <말테의 수기> 일부분으로 사물에 대한 릴케의 깊은 이해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츠바이크는 이 글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문장’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다소 길지만 그대로 옮겨놓는다.

 

“시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감정(충분히 일찍 찾아오는 것)만은 아니다. 시는 경험이다. 한 편의 시를 쓰려면 많은 도시와 사람과 사물을 관찰해야 한다. 동물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 새가 어떤 방식으로 나는지 느껴야 하며, 아침에 작은 꽃이 필 때의 움직임이 어떤지 알아야 한다. 돌이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낯선 지역의 길과 예상치 못한 만남과 그 다가옴이 보이는 이별을,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의 어릴 적 날들을, 아이를 기쁘게 해 주려던 부모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결국 속상하게 해 드릴 수밖에 없었던 일을, 유난히도 낫지 않던 어린 시절의 병을, 고요한 방에서 보낸 나날을, 바닷가의 아침을, 아니 바다 그 자체를, 바다들을, 여행 가서 보냈던 밤들, 높이 솟아올라 모든 별과 함께 흐르던 밤들을. 이 모든 것을 생각만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다른 누구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을 나누던 밤들에 관한 기억이 있어야 하고, 산고의 비명, 자궁문이 닫힐 때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창백하게 잠들던 산모들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죽어 가는 사람의 곁에도 있어 보아야 하며, 열린 창문으로 뭔지 모를 간헐적인 소리를 들어가며 이미 죽은 자와 한방에 앉아 있어 보기도 해야한다. 잊힌 기억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굉장한 인내심도 지녀야 한다. 기억 그 자체로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이 우리 안에서 피가 되고, 시선과 몸짓이 되고, 그러다 이름도 잃고 우리 자신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그제야 그 중심에서 시의 첫 구절이 깨어나 얼굴을 내미는 매우 드문 시간이 찾아온다.”(p.227~228)

 

이렇듯 열 두편의 에세이는 모두 예술가로서의 존경과 인간적인 진실함을 담아내고 있다. 물론 몇 인물의 삶에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낼 때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모두 진실함이 바탕이 된 것이었다. 역자 역시 후기를 통해 츠바이크의 전기가 다른 것과 가장 뚜렷이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그 바탕의 대상에 대한 인간적인 존경과 진한 그리움이 깔려있는 점일 거라고 밝히고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진심과 그 소통을 담은 책인 것이다.

 

통뱔췌 욕구 자극하는 책이다. 각 에세이들은 모두 그들의 사유를 파악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깊이 파악하는 데도 무리함이 없다. 더 깊이 알고자하는 토론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도 역시 충분하다. 그들과 같은 시대를 함께 한 츠바이크를 부러워해야할지, 츠바이크와 함께 한 그들을 부러워해야할지 혼란이 인다는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진심은 통한다고 하였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그들이기에 가능했을 이심전심의 기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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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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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암 발병 한달, 입원 사흘만에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의 저자 정미경(1960~2017). 그녀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밤이여, 나뉘어라>, 2008년 이효석문학상 추천 우수작인 <타인의 삶>, 2008년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 <프랑스식 세탁소>, <번지점프를 하다>, 소설집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새벽까지 희미하게>,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아프리카의 별>, <가수는 입을 다무네>, <당신의 아주 먼 섬> 등 10여편의 주옥 같은 작품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어느듯 1월 18일, 그녀의 사망1주기를 맞았다. 많은 독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그녀를 애도하고있고, 그런 가운데 우리는 '정미경 전작, 함께 읽기'로 의기투합하였다. 그 첫 작품이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다. 이 소설집은 '나릿빛 사진의 추억', '호텔 유로,1203', '나의 피투성이 연인', '성스러운 봄', '비소 여인',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등 총 여섯 편의 비굴하면서도 허무한, 그리고 속절없는 삶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못났다. 권력을 가진 자의 협박이 무서워 사랑했던 여자를 불러 몹쓸 짓을 시도하고, 명품을 사기 위해, 명품으로 치장한 삶을 위해 몸을 팔러 가고, 이미 죽어버린 남편을 대상으로 질투심을 일으키고, 돈 때문에 존경했던 옛 은사를 협박하고, 비소라는 독극물로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비로소 영혼의 단짝을 만난 것을 예감하면서도 경제적 풍족함이 보장된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 그런 안타까운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왜 이렇게 못난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그들 중 행복한 사람은 없다. '성스러운 봄'에서는 어린 딸의 병원비로 사채빚까지 끌어쓰는 보험사 직원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설상가상으로 딸은 죽고, 그 죄책감으로 서로 물어뜯기까지 한다. 산더미같은 빚 때문에 남편은 돈의 노예가 되었고, 냉혈한의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내는 그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딸의 죽음을 남편 탓으로 돌리며 매일 원망하더니 결국 입까지 닫아버린다.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그는 잠 잘 시간조차 턱없이 부족하여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아찔한 차 사고 위험도 몇 차례 있었다. 그렇게 그는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못 죽어서 살아가는 듯, 덧없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작가는 그들 주인공들을 음지로 내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에게 나름의 기회를 주었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호텔 유로, 1203'에서는 평범하지만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는 남자를 보내주었고,  '성스러운 봄'에서는 대학시절 가장 존경했던 대학교수를 만나 찬란했던 과거를 돌아보게 했으며,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에서는 영혼의 짝꿍같은 존재를 알아차리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그 기회들을 거절했고 본래 삶의 형태를 조금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 고통 속으로 걸어들어간 그들.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며 사는 의미는 더욱 찾기 어려웠으리라. 결국 그들은 돈과 관습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호텔 유로,1203'의 윤미예는 "생이 이토록 누추한데 거기다 근검절약까지 할 수는 없지 않은가."(p.66)라며 자기합리화를 시도한다. 이런 모습, 익숙하지 않은가. 평범하고 주위에 있을 법한, 인텔리라는 타이틀을 가진 좀 고상한 측에 속하는 부류.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에서 정은의 경우는 결정의 순간에 잠깐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기대를 가져보지만 역시나 결국 용기를 내는 단계까지는 발전하지 못한다. ​이 역시 우리 주변의 모습들이다.


작가는 이렇게 신데렐라나 영웅으로 주인공들을 꾸미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지도, 헛된 희망을 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인간들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만 하였다. 어떠한 반전도, 반성도 없었고, 권선징악도 없다. 이것이 딱 인생 그대로의 모습일수도. 혹시 '내로남불'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하고 반성이 되는 건 아마도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닌지하고 유추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라고, 적극적으로 살기 바란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라고, 그리고 잠시 쉬어가라고, 또 주위를 돌아보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더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이 그려내고 있는 배경이다. 독자들은 아마 주인공들의 칙칙한 삶 만큼이다 칙칙하고 습한 배경을 짐작하리라.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작가는 그 주인공들이 살아 숨쉬는 모든 공간을 푸르름으로, 아름답고 밝음으로 표현했다. 사실 그래서 더욱 가슴 시리게 느낀다. '이렇게 좋은 날, 이런 일을..' 이라며... 분명 이것은 고도의 계책,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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