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방, 편의점, 중고상점 등 장소를 매개로한 힐링소설들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비슷비슷한 힐링물에 누군가는 질린다고 뻔하다고 볼멘소리를 내곤 하지만
각박하고 여유가 없는 세상살이에 난 오늘도 내 마음 속 작은 쉴 공간을 이 책으로 만든다.
<스포주의>
영업시간, 일몰부터 일출까지.
H동의 어두운 밤을 유일하게 환하게 비춰주는 야간약국.
약사인 '보호'는 12년째 하루도 빠지지않고 야심한 밤을 밝히는 중이다.
남들이 잠들 때 깨어있는 동네주민들과의 츤데레 우정을 나누며
그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을 약과 함께 쓰다듬어준다.
물론 그 대상이 약국 이용자들 뿐만은 아니다.
야간약국의 주인이자 약사인 '보호'도 마찬가지.
12년 전 '보호'의 친언니 '자연'이 범죄 인질로 휘말려 약국 앞에서 죽음을 맞이 한 후
'보호'는 그 죄책감으로 지금까지 버티며 살고 있다.
야간약국을 고집하는 이유도 친언니가 도움을 청할 곳 하나 없이 야심한 밤에 죽었기 때문.
언니를 도와줄 불빛이 한 곳이라도 있었다면,
'자연'은 그렇게 되지 않았을거라고 자책하며
오늘도 해가 진 후 야간약국은 불이 밝게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