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욕망의 시간 - 영화를 살다
남다은 지음 / 강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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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홍상수이고 봉준호일까?

 

감정과 욕망, 그리고 시간이라는 난 이 세 가지 단어만을 붙들어 놓고 볼 때 홍상수와 남다은과 봉준호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남다은의 글들을 오랫동안 읽어왔다, 봉준호의 영화는 그녀의 글보다 더 오랫동안 봤다. 홍상수의 영화는 그 둘을 합친 것 보다 훨씬 더 길고 방대한 시간으로 묵묵히 지켜봤다


비평을 할 때 마다 맹렬한 결기가 보이는 그녀는 홍상수와 봉준호 그리고 장률과 지아 장커와 이송희일이 한 카테고리에 묶여도 상관없이 보이는 듯한 것처럼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목록에 올라있는 그 다섯 명의 감독들은 영화를 단지 예술의 한 장르로 보지 않고 하나의 현실의 비판 장소로서 엄격하게 활용하고 다룬다는 점 이외에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의 뇌에 약간의 극단적인 선택을 명령해야 한다


이득이 되지 않는 결단의 판단,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결정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치, 그렇다, 이 단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홍상수는 이 단어를 그의 영화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자유의 언덕까지 이러한 성향과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이러한 방식이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대단히 이상해 보였는데 예를 들면 다른 한명의 홍상수와 이름이 똑같은 임상수와 이창동과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염려하며 혼돈의 한국사회의 연대기를 만들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이 테마에 대해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정치적 스탠스의 외로운 선언, 그리고 그만의 자유. 그 자유는 결국 돌고 돌아 봉준호의 믿음이 되었다. 봉준호는 매번 인물이 어떤 지점에 도달해 그 순간을 넘어서려는 순간에 포기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니깐 <설국열차>에서 월리엄이 커티스에게 이만하면 됐다, 우리는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니 여기서 그만 두는 게 좋겠다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모든 인물들은 이 제안들을 모두 거절한다. <마더>에서 형사가 마더에게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행동을, <괴물>에서 모든 식구들이 송강호에게 고아성을 포기하라고 할 때, <살인의 추억>에서 <플란더스의 개>까지 행동을 일으킨 범인을 찾는 것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라는 약간에 비관적인 상황이 놓일 때 혹은 인물들이 순수하게 그들의 신념에 대해서 열렬히 주장할 때 그들 바깥에 서서 체제에 대해서 확신에 찬 믿음이 있는 자들은 모두들 그들의 사투를 좋지 못한 결과가 보이는 허무맹랑한 모험으로 취급했다


봉준호는 물론 그들의 관습적인 말들에 대해서 믿지는 않았다. 그는 원래부터 지식인들의 말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식인과 비지식인과 경계, <설국열차>는 단지 유산자와 무산자간의 계급투쟁으로 보기에는 대한민국의 지금의 정치적 상황과는 일치하는 부분이 전혀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투표를 자신의 재산과 소득수준에 따라서 하지 않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세대 간의 갈등이 좀 더 포괄적이면서 종합적인 변수가 숨어있다


홍상수는 그 세대의 어긋남을 단순히 뛰어넘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이 현실들을 다룬다. 중년의 남성과 젊은 여성, 그 둘을 이어주는 것은 언제나 이었다. 홍상수의 연애가 바깥에서 지켜보면 되면 유치하지만 그 둘은 그 바깥에서 보지 못한 그 둘만의 시간을 기억하며 솔직하게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자유의 언덕>은 술과 싸움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치적 연애상황이 있다. 정치. 홍상수는 정치의 시간은 없지만, 돌이켜 보면 그 영화의 내재적인 시간바깥에는 활발한 정치적 사유가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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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07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그렇기에 홍상수가 더 사실적이죠. 정치를 외면하는 다수

네오 2015-05-07 09:29   좋아요 1 | URL
그래서,,,홍상수가 재미없어 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 현실이 이런데,,예술의 진화가 무슨소용일까라면서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