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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자능력시험 대비 서적을 비롯해 한자 공부 관련 서적이 참 많은데

일단 외우고 보자는 식으로, 한자를 편의대로 분해해서 스토리를 짜맞추는 설명이 많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외우는 방식을 주장하는 책들이 아니라,

갑골문 연구 성과를 반영해 서술한, 한자에 관한 책들을 살펴 보자

 

 

 

 

자원 해설이 잘 되어 있고 찾아보기 편하게 되어 있다

대략 이천 자 정도 수록되어 있는 것 같고, 소장해서 볼 가치가 충분!

색인이 잘 되어 있어, 공부하다가 자원 찾아볼 때 참 유용하다

구성도 좋고, 전체적으로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책이다

 

 

 

 

 

수록 한자는 많지 않으나, 각 글자마다 갑골문, 금문, 소전을 명시하여 공부하기에 좋음

중국어 병음이 있어 실용적이고, 파생 한자에도 한국어 훈과 음, 중국어 병음이 있어 활용도가 높음

무엇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표제 한자가 실제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고전을 인용해가며 밝혀놓은 점이고, 이를 통해 의미의 변천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점임

모로하시 테츠지의 한화대사전의 접근법을 연상케 하는 부분인데, 나와 같은 초급자에게 긴요하진 않으나 언젠가 중고급의 문언문 실력이 갖춰지면 많은 도움이 될 공구서라 여겨진다

대학도서관에서 발견한 뒤, 조기 절판을 우려하여 (좋은 책은 꼭 절판되더라) 바로 구입했다

책을 쓰기 위해 들인 각고의 노력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책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깊이있는 내용을 칼럼 식으로 잘 풀어 써서 읽기 쉽게 꾸며놓은 점이 큰 미덕이다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한자어를 하나씩 선정해 각각의 한자를 설명해가는 방식인데

위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금문, 소전을 보여주며 잘 설명되어 있어 건질 게 많은 책이다

다만, 매 칼럼의 끝을 어김없이, 세태에 대한 주관적인 코멘트로 장식하고 있는데 차라리 책으로 엮을 때 지워버리는 게 나았으리라 싶을 만큼, 읽는 데 거슬린다

 

역시 위에 소개한 책들처럼, 갑골문부터 파고드는 정통파 한자 서적이다

내용이 상당히 알차고, 이야기가 많아 잘 읽히는 점도 매력이다

다만 "한자의 뿌리"처럼 주관적인 코멘트가 많은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것 같다

 

 

 

 

 

 

 

그리고 자전은,

 

 

<<<네이버 한자 사전>>>

소스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원 해설이 이상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 옛날 갑골문 연구가 걸음마였던 시절, 견강부회로 설명하던 그런 스타일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필순이 완벽하게 나와있는 점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중국어 병음도 충실하고, 찾는 속도가 가장 빠르니까 활용도 만점

 

 

민중서림의 한한대자전, 체크해보지 못했으나 비슷한 사이즈 중에서는 가장 낫다는 소문만 들었다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의 야심찬 프로젝트, 한한대사전

대략, 모로하시 테츠지의 한화대사전의 스타일이 느껴진다

각 글자가 쓰인 고전명구를 인용하며 각각의 뜻을 밝혀놓는 스타일

 

그리고

<<<한화대사전>>> 모로하시 테츠지

한 인간의 학구적 집념의 끝을 보여주는 필생의 역작

아마 20만엔 정도면 한 질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훑어본 바로는, 선명하지 못한 인쇄로 인해, 글자를 알아보기가 쉽지는 않으나

그 내용의 방대함에는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볼륨과 스타일로 봐서, 일본판 Oxford English Dictionary라고 해도 좋겠다

 

 

 

 

 

언젠가는 OED와 한화대사전을 한 질씩 장만해서

머리와 모로하시, 이들 두 학자의 혼을 우리 집에 모셔놓고 본보기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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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커베인 > [답변] 롱맨영영사전

Longman Wordwise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초보라 해도 매우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삽화비율도 상당히 높아서 정의문을 파악하지 못해도 뜻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라 해도 영영사전을 처음 보는 분이라면 보조용으로 보시다가 동생이나 조카에게 물려주세요. 사전에 손때가 묻기 전에 물려줄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시간안에 영영사전에 익숙해 질테니까요.

Longman Active Study Dictionary 원서를 본다거나 유학을 준비한다면 부족하지만, 시험준비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중급자용 사전이 가장 좋아요. 중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모두에게 적합한 사전일것 같아요. 토익용의 단어도 안보이는 경우가 있긴하지만 그 정도 빈도의 단어는 영한사전을 봐도 충분할 겁니다. 영영사전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기본어휘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용례, 문법적 사고를 쌓기 위해서인데 모든 어휘를 영영사전으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mp3나 9/11, Flash Memory같은 신조어가 수록되어있는 사전이라고 광고하는 경우가 있는 데, 구매의욕을 자극하지는 않더군요. 신조어뿐만 아니라 전문용어들의 경우엔 사전을 찾아야만 아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학교에서 배울수도 있고 실무에서 선임자에게 배울 수도 있고. 예문, 문법사항과 표제어수가 중급자에 맞게 가장 적절히 배분되어 있어요. 이 사전을 ELT사전이 아닌 원어민용 사전이나 영한사전과 함께 병행사용한다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개정판은 풀컬러로 인쇄되어있어서 자주 펴보고 싶은 기분이 많이 나네요.

Longman Dictionary of American English 미국식 영어만을 수록한 사전이라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습니다만 중급자용 사전으로 표제어가 Active Study Dictionary보다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알라딘 책소개에 교학사판은 크기가 작게 나왔던데, 직접 실물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이라면 크기가 작다는 것만으로도 추천할 만 합니다. 사전이 들고 다니기 힘들다면 실제 활용도가 떨어질테니까요.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가장 많이 팔리는 사전중에 하나죠. 표제어, 용례 어느하나 부족함이 없는 ELT사전이네요. CD롬에는 다른 사전인 Longman Language Activator마저 수록 되어있습니다. 크기/두께와 가격이 아니라면 흠잡을 곳이 없네요. 축쇄판이 있다지만 3판에 비해 더욱 커지고 면수도 늘어나서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Active Study Dictionary처럼 풀컬러 인쇄가 되어있어서 가격도 비싸네요. 그래도 사전을 단 한권만 사야한다면 이 사전이 가장 좋습니다.

Longman Language Activator 일반적인 사전과는 다르게 개념을 다룬 사전입니다. 유의어/동의어 사전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와도 매우 다르고요. 특정한 개념을 분류해두고 그 개념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나열한 방식의 사전인데 영작을 한다거나 회화할 때, 한영사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가 집에두고 평소에 시간을 내서 공부하듯 읽기에도 좋은 사전이고, 영어실력이 일정수준을 넘어선 분들에게도 상당히 유용한 사전일겁니다. 마치 Vocabulary 책같기도 하구요. 사전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한 느낌도 있고. 꼭 한권 사둬야 하는 책이긴 한데 다만, 크기가 커서 회화에 유용하다고 위에 썼던 말이 무색해져 버리네요. 들고 다니기 위해서 수록량이 적은 Essential Activator나 Pocket Activator라도 아쉽더라구요.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전자사전을 불편하다해도 이런 책이 전화기나 pda같은곳에 수록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Longman Advanced American Dictionary Dictionary of American English의 형님쯤되는 사전입니다. 역시 미국영어만을 수록했구요.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3판에 비해 수록단어가 조금더 많다는 장점이 있었는 데 4판이 나오면서 표제어수의 장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영어사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 발음이나 문법들이 미국식이 아니라해서 미국인들이 외국인을 이상하게 본다거나 하지도 않는 데, 굳이 미국식 영어를 애타게 찾을 이유도 없고 우리나라 영어문화가 이미 충분히 미국식이라 오히려 부족한 표준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주도 영어쓰고 필리핀도 영어쓰고 아프리카도 영어쓰는 데... 쩝

Longman Dictionary of English Language and Culture 영미권 문화와 인물등이 수록된 사전입니다. 책 자체로나 시도는 매우 마음에 들지만 요즈음의 한국 학습자들에게는 전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케이블티비에선 미국의 시트콤들을 볼 수 있고 헐리우드 영화는 고속인터넷을 통해 보는 현실에서 별로 필요없습니다. 초등학생들이 학원에서 할로윈축제를 하기위해 대형마트에서 용품들을 사는 곳이 한국인데요. 그래도 부족한 문화적 정보들이 있다면 이런 사전으로 해결될 것들이 아니고 상당히 심도 깊은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야죠. 외국인 친구를 사귄다거나 연수를 간다거나... 그래도 영미권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상당히 적은 분이라면 유용할 테고, 이 사전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서 아는 내용을 명확히 할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책 자체의 완성도는 충분히 높기때문에 책 자체에 대한 불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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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독일어 공부?


강유원 :: 독일어는 배우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공부방법이 다릅니다. 모든 외국어가 다 그렇지만요. 목적을 알려 주시면 적절한 방법을 궁리해서 답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책보면서 눈 안나빠지는건 걱정을 안해 봤습니다. 살 날도 얼마 안남았고, 나빠지면 말지, 하는 생각이거든요.
 
caelum :: 선생님 '학생'님이 질문한 것에 덧붙여서 질문드립니다. '학생'님의 답글과 함께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독일어 철학책을 읽으려고 독어 공부를 하는데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 답답합니다. 독일어는 교재도 없고 강의하는 곳도 없고 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독일문화원을 일년 다녔는데 독해하고는 거리가 멀더라구요. 선생님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삭제
강유원 :: caelum님, 한가지를 말씀드릴터이니 적절히 응용하시기 바랍니다. Kant의 판단력비판 원전을 구합니다. 판단력비판 번역본( http://www.aladin.co.kr/catalog/book.asp?UID=1130539415&ISBN=6000122027 )을 삽니다. 번역본을 한 페이지 읽습니다. 그에 해당하는 원전을 한 페이지 읽습니다. 해당 페이지 원전에서 단어를 찾으면서 자기 나름대로 번역을 합니다. 자신이 번역한 것을 번역본과 대조하면서 고칩니다. 이렇게 계속합니다.  
학생 :: 내년에 철학과에 입학해서 공부하는데 좀 도움이 될까 해서
여쭤본 것입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삭제
강유원 :: 학생/ 내년에 철학과에 입학할 것이라면 지금부터 독일어 공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야에 걸쳐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더욱더 중요합니다. 어떤 공부든 다 그러하겠지만 철학은 정해진 과정을 철저히 마스터하면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고시공부'라는 생각을 지우는게 먼저겠습니다.  
길손 :: 독일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어디서 부터 해야하나요.
문법책을 먼저 봐야되는지.
주된 목적은 독일어 철학책을 원전으로 읽으려합니다. 요즘 유행인 프랑스철학책이나 해설서를 보니 전부 헤겔, 맑스, 프로이트, 니체에서 시작하더군요. 번역된 책은 그 원전의 풍부한 함의를 담지 못하는것 같고 프랑스를 거쳐들어온 것들은 프랑스적 해석같기만 해서요. 한번 원전에 도전해보고 싶어서요.
삭제
강유원 :: 저는 독일어를 고등학교 다닐 때 제2외국어로 배웠던 탓에 초반에 좀 어렵지 않게 들어섰습니다. 독해 공부는 지금은 헌책방에서도 구하기 어려울 '종합독문해석연구'라는 책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다 박사과정 입학 시험에만 도움이 될 뿐 독일어 철학책 해독에는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그래서 위에 적은 방법은 사용했습니다.  
신기철 :: 대학원에서 독일 관념론을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주된 목적이 독일어 철학책을 원전으로 읽는데 있다고 해도 우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독일어를 익히면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자들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고도로 추상화시켜내어 개념을 만들고, 이 개념을 가지고 자신의 사상을 전개합니다. 따라서 독일어로된 철학책을 읽고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다면 우선 1) 일상적으로 독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방식에 익숙해 져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2) 독일어로된 일반적인 글을 읽고 그 다음에 3) 고도로 추상화된 철학책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없다고 해서 문법책부터 읽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독일어를 처음 시작할 때 문법책 한 권 다 읽으면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을 순 있겠지만 정작 독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문법은 일상적인 언어 사용 규칙을 정리한 것이므로 일상적인 언어에 익숙해 진 후에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초급 교본은 고등학교 독일어 교과서와 자습서(테이프 포함)입니다. 우선 테이프를 들으면서 교과서와 자습서를 소리내어 읽어보고 문장을 손으로 베껴씁니다. 그러면 어느정도 1)에 해당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대학교의 초급 독일어 강좌나 독일문화원 초급 과정(G1A)을 수강하십시요. 1)의 과정을 다지면서 2) 정도 수준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3)에 도전할 것을 권합니다. 함께 읽으면서 "원전의 풍부한 함의"를 가르쳐주실 선생님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일 불가능하다면 강유원 선생님이 제시한 <판단력비판 독일어로 읽기>를 해보면 되겠지요.

이상은 고등학교시절 부터 지금까지 제가 수행해온 독일어 공부 방법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길손 :: 예전에 읽은 이영희 선생글중, 외국어를 배울때 그 나라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사다가 배워나가셨다는 애기가 있었는데
내일 서점에 가서 고등학교 독일어 교과서를 사야겠군요.
답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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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차 읽기
책을 읽을 때에는 '목차'를 먼저 읽는다. 목차를 읽으면서 대강의 내용을 예측해 본 후에 본문을 읽는다. 결코 저자에게 주눅들 필요가 없다. 내가 이반 일리히를 아는 것도 아니고, 이반 일리히가 나를 아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메모를 하며 읽는다. 그 메모들이 서평의 기본적인 자료가 된다. <학교 없는 사회>의 경우 학술서적이므로 논리적인 서술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목차를 통해 전반적인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 책을 다 읽었는데 목차를 읽으면서 짐작한 바와 별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면 문제가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예상을 깨는 책일수록(독자의 배반감이 클수록) 괜찮은 책인 경우가 많다.
책을 사고 읽은 후 서평을 쓰기까지의 순서를 제시하겠다.
1) 우선, 장서표를 붙이고 첫 장에 그 책을 구입한 의도와 목적을 기록해 둔다.
2) 그리고 목차를 읽으면서 짐작되는 내용을 쓴다. 이것이 서평 쓰기의 출발점이 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처음의 의도와 그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한다. 공부를 하려면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또, 짐작가는 내용을 써 봐야 책을 선택하고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남이 쓴 서평을 읽고 책을 살 수는 없다. 서평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3) 이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을 때에는 내다 버릴 책이라 할지라도 충실히 읽어야 한다. 충실히 읽고 깔끔하게 재정리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난외에) 써야 한다. 다 읽은 후에는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읽으면서 노트에 정리한다. 그리고 나서는 노트만 읽으면서 관점을 잡아서 서평의 초고를 쓴다.
서평 자체는 어찌 보면 창작이라 할 수 있다. 서평은 저자도 발견하지 못한 어떤 것을 독자가 발견하고 저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이다. 저자가 책을 쓸 때에는 '독자가 여기까지는 읽어줬으면...'하고 생각(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거기까지는 읽어봐야 한다. <책과 세계>를 읽고 '병든 자만이 책을 읽는다.'라는 구절에 현혹된 독자는 '하수'이다. 그런 구절이 저자가 깔아 놓은 부비트랩이다.
2. 서문 읽기
서문에 있는 내용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그러므로 서문은 세 문단으로만 구성되면 된다.
1) 이 책을 쓰게 된 과정, 이유------------<동기>
2) 책에서 밝히고자 하는 핵심 주장-----<목적>
3) 핵심 주장을 논증하는 방법------------<방법>
그 이상 쓰는 것은 오버다. (출판사 사장, 가족에 대한 감사 따위)
예를 들어 서평집의 서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면 충분할 것이다.
1) 내(저자)가 생각하기에 책은 '이러이러한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책 중에서 몇몇 책을 골랐으므로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2) 서평집을 내게 된 경과
3) 내가 책을 해석interpretation한 방법
여기에 덧붙여 독자에 대한 당부 정도를 쓸 수 있겠다.
여기까지 정리가 되면 책의 3분의 1정도는 이해된 것이다. 본문을 읽기 전에 이면지(메모지나 아무 종이)에 처음의 의도(짐작한 내용), 목차와 서문을 읽고 이해한 내용을 정리한다. 정리한 종이를 '책갈피'로 사용한다. 읽는 중간중간 서문에서 제시한 목적과 방법이 본문 속에서 균형있게 서술되고 있는지 대조해 가면서 확인한다.
제1장 우리는 왜 학교를 폐지하여야 하는가
'학교폐지론'에 대한 내용으로 이 책의 핵심 주장을 담고 있는 부분이다. 상식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을 때 효과적으로 -힘을 쓸 부분과 쓸 필요가 없는 부분을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각각의 챕터에 같은 시간을 배정할 필요가 없다. 바쁠 때는 필요한 부분만 읽고,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읽고 싶을 때 더 읽으면 된다. 이 책의 경우, 1장을 치밀하게 읽고 '핵심주장'과 그것을 논증하는 데 사용한 '개념'을 분명히 해 두면 서평이 써진다. 처음에(1장에서) 기본 개념을 철저히 정리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의 끝까지 잘 읽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책은 1장의 첫번째 내지는 두번째 문장에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논증한 부분은 잘 봐두어야 한다. 쉽게 appeal이 되고 잘 이해되기 때문이다. 거론된 사례에 강한 설득력이 있는 경우에는 서평을 쓸 때 인용해도 좋다.
주장이 확장되고 있는 부분에서는 '소제목'을 붙여 지표로 삼는다.
밑줄은 세 줄 이상 치면 의미가 없다.(주목성이 떨어진다.) 중요한 부분, 문단에는 '박스'를 친다.
논술은 결국 창의적인 사고와 토론인데, 일단 집에서 부모와 자연스럽게 대화(토론)을 해 본 아이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형화된 정답을 강요하고, 할(하고 싶은) 말 하는 아이들에게 싸가지 운운하니 논술을 잘 할 수가 없다.
이반 일리히의 주장은 결국 누구나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자격'이 있는 사람만 교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자격(에의 진입장벽)을 높일수록 경직된 사회가 되고, 교육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으로 전락한다.
외국 저자의 책 서문에 인명이 등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저자들이 출판사 사장과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책의 저술에 기여contribution한 이들을 기록해 둔 것이다. 그 이름들을 기억하고 책을 읽다가 다시 등장했을 때 중요한 사람인 줄 알면 된다. 그 인명들은 나중의 확장된 독서를 위한 저자 리스트가 될 수 있다. 특히 세 번 이상 등장하게 되면 관련 도서 목록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된다.
각주에 등장하는 책은 체크해 두고 번역본이 있는지 확인한다. 인용된 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살피고, 사서 읽거나 도서 목록에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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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초보독서가 > 강유원,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1.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의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동안 살아있는 자연만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죽어있는 글자 따위는 눈에 담지 않는다. 책이 그들의 삶에 파고들 여지는 전혀 없으며 그런 까닭에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과 같은 게 있을 수가 없다. 책을 읽지 않는 그들은 자연과 자신의 일치 속에서 살아가므로 원초적으로 행복하다. 또한 그들은 지구에게도 행복을 준다. 지구가 원하는 것은 한치의 어김도 없이 순환의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인데 그들은 나무를 베어 그걸로 책을 만들고 한 쪽 구석에 쌓아놓는, 이른바 순환의 톱니바퀴에서 이빨을 빼내는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나 얼룩말처럼 평생을 살다가 어머니인 대지의 품에 안겨서 잠든다. 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번의 자기반성도 하지 않는다. 마치 사자가 지금까지의 얼룩말 잡아먹기를 반성하고 남은 생을 풀 뜯어먹으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하지 않는 것처럼.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나는 이 글에서 '왜 책을 읽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 대신 전 지구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 줌도 되지 않을 책 읽는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서술하고, 그에 이어서는 책을 어떻게 읽는 게 좋은지, 몇 권이나 읽는 게 좋은지 따위와 같은 하찮은 문제 등을 생각해보는 것에 그치려 한다.


2. 책 읽는 방식은 몇 가지로 유형화될 수 있다.


2.1 동화책 읽기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조금 자라면, 그가 이른바 '문명세계'에 살고 있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지상명령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문자를 알지 못하므로 누군가 옆에서 책을 읽어준다. 그러니까 최초에 하는 일은 읽기가 아니라 듣기인 것이다. 이렇게 듣다가 문자를 깨우치게 되면 스스로 읽는 단계에 접어든다.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그저 읽을 뿐이다. 어린 시절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지 초보자는 무작정 듣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스스로 읽는 단계에 들어설 수가 없다. 가령 대학원생이 되어 논문을 쓰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는 학문 세계의 초보자이다. 그가 논문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그가 아무리 이전에 책을 많이 읽었다 해도 논문을 쓰기 위한 책읽기는 해본 적이 없으므로 그는 사실상 어린아이이다. 그가 책읽기를 하려면 먼저 듣기를 해야 한다. 듣기 단계를 거치지 않은 학생들은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논문 하나, 잡글 서너 개 쓰고 만다.


2.2 교과서와 하이틴 로맨스 읽기

인간은 육체적 존재다. 책은 기본적으로 정신에 호소하는 것이므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책을 멀리하게 되어 있다. 굳이 책을 읽어야 한다면 몸에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순리에 맞다. 이런 책들이 하이틴 로맨스와 무협지다. 하이틴 로맨스, 무협지와 더불어 읽는 책은 교과서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책만이 교과서는 아니다. 사실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반드시 외워야 한다고 기성체제가 강요하는 책들이 교과서이다. 교과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람은 어떤 판단이나 행동을 할 때 그것의 근거를 확실해 보이는 사실에서 찾는다. 청소년기에 읽게 되는 교과서는 대한민국 사람의 의식의 저변에서 그 역할을 한다. '돈이 많으면 세상살이가 편하다', '어떤 직업을 가지면 돈벌이가 괜찮다',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건 빨갱이다' -― 이 모든 것들이 교과서에 나온다.

 

체제 유지를 위한 사실 묶음으로서의 교과서와 피곤하고 괴로운 현실의 휴식처로서의 무협지, 하이틴 로맨스라고 하는 두 가지 줄기는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기는 하지만 평생에 걸쳐 남아 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강의 시간에 교재로 쓰이는 책에서 시험 치르기에 필요한 사실들을 외우고 남은 시간에는 위안을 가져다주는 환타지 소설을 읽으며 보낸다. 인간 존재의 근본을 흔드는 책읽기 경험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이 줄기는 바뀌지 않는다. 업무에 필요한 매뉴얼 읽기와 따라 해보기, 그리고 가끔 읽는 '누가 내 치즈...' 류의 책들이 그들의 삶을 채운다. 이런 식의 독서가 이어져 나이가 들면 눈이 어둡다는 핑계로 저절로 책을 읽지 않게 된다. 더 이상 매뉴얼 읽지 않아도 된다면 더 이상 읽을거리를 찾지 않게 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치매예방을 위한 두뇌활동으로서의 고스톱 치기와 술자리에서의 토론을 위한 테레비 보기뿐이다.

 

많은 이의 책 읽는 활동이 이 유형에 속한다. 심지어 책 읽고 글쓰는 것을 직업으로 한다는 사람들도 이 유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부를 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이 자신의 실존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높은 외면적 지위를 얻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러한 필요에 따라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 필요에 잘 맞춰진 논문을 만들어낸 다음에는 공인 학술지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어 논문을 쓴다. 가끔씩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멋스러운 글도 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정한 위치에 올라서면 책읽기가 불필요해진다. 회사원들이 직장에서 짤리지 않기 위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라는 직장에서 버티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책을 읽고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 세계의 변화와는 무관한 글을 만들어내는 게 학술활동의 전부가 된다. 그러다 퇴직을 하면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된다.


 

2.3 <<교양>> 읽기

아주 가끔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교양>>같은 책을 읽는 이를 만날 수 있다. 두서없이 헛소리를 해대던 사람이 지금 <<교양>>을 읽고 있다는 말을 하면 얼마나 황당한지 모른다. 그들은 떠들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 분야 저 분야로 옮겨 다니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책을 읽는다. 'xx아카데미'에 다니기 위해 책을 읽는다.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세미나를 하면서 집단적인 최면 상태에 빠져들기 위해 책을 읽는다.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스스로가 독서인임을 자랑스러워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과시적으로 책을 읽는다. 사람들이 잘 안 읽는 책만 골라서 읽는다. 이 사람들은 늙어서도 책을 읽는다. 늙어서까지 출판사에게는 가장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인생은 낭비되었고 그들의 지식은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곁에 쌓여 있을 뿐이다.


 

3.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정도의 책읽기 유형 중에서 자신은 어디에 속하는지 한번 체크해 보기 바란다.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연인이다. 사자와 마찬가지다.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면 인생의 행복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면 빨리 책읽기를 그만두는 게 좋다. 세 번째 유형에 속한다면 계속하라. 내가 그만두라 한다 해서 그칠 사람이 아닐 테니까. 이제부터는 책읽기와 글쓰기의 방식에 대해 말하겠다. 이 방식은 아주 이상적인 것이다.

 

3.1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정답은 하나다 --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상에는 좋은 책이 없다. 이 책은 뭐가 부족하고 저 책은 또 뭐가 모자란다. 그러니 좋은 책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일단 아무 책이나 읽어야 한다. 어떤 주제에 관한 책 하나를 읽어서 별로였다 싶으면 다른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한다. 맘에 드는 책을 만날 때까지 읽어야 한다. 관심 주제가 걸쳐져 있는 범위에서 아무거나 골라서 다섯 권만 읽으면 저절로 선별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책을 골라서 읽겠다는 건 한심한 결심이다.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고를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무지하기는 매일반이니 특별히 책에 관한 도사가 아니면 누구에게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3.2 어떻게 읽을 것인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꼼꼼히 읽어야 한다. 세상사에 그리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고전을 붙잡고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읽는 게 좋다. 이른바 원전강독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읽는 건데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이 짓을 하는 건 바보로 여겨지지만 최소한 두 권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도서관에 가지 말고 방구석에 처박혀서 혼자서 읽어야 한다. 무슨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많은 사람들은 대개 함께 읽을 사람들을 찾아서 세미나라는 걸 한다. 그렇게 여럿이 모여 읽으면 다 읽어도 내가 다 읽은 게 아니다. 다섯이 모여서 백 페이지를 읽었다 할 때 내가 읽은 건 사실 20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데도 다 읽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3.3 얼마나 많이 읽어야 하는가

 

절대로 장서가의 꼬임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만 권의 책을 읽었다는 말에 현혹되면 안된다. 만 권을 가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그걸 다 읽었다는 건 거짓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많이 가지고 있고 많이 읽었다 해서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안된다. 중세 시대 최고의 도서관 중의 하나였던 이탈리아 보비오 수도원의 장서는 666권이었다는 사실을 늘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중세가 아니니 더 읽어야 한다는 말 따위에 귀 기울이면 안 된다.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관심을 가지게 될 분야는 셋을 넘지 않으니 각 분야 당 100권씩 읽으면 300권이고 거기에 고전 50권을 덧붙여서 350권이면 충분하다. 이만큼만 꼼꼼하게 읽고 죽으면 후회하지 않는다.


 

3.4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책읽기에서 그치면 더없이 좋으나 글을 쓰고 싶어지는 사람이 가끔 있다. 그러나 될 수 있으면 글을 써서는 안 되고 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해선 안 된다. 도저히 참기가 어려우면 100:1의 공식을 떠올려라. 책 한 권 쓰려면 먼저 100권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글 한 페이지 쓰려면 100페이지는 읽어야 한다. 이 공식을 머리에 담아두면 뭘 쓰겠다는 욕심이 저절로 없어진다. 그래도 이 공식을 다 충족시켰고 뭘 쓰겠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과 같은 일을 하라.

1) 자신이 읽은 책을 하나도 빠짐없이 요약 정리하라. 요약정리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많이 해봤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것은 책을 읽고 내 머리로 요약한 것이 아니라 남이 정리해놓은 것을 되풀이해서 읽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내 머리로 다시 읽고 내 손으로 요약정리를 해야 한다. 책을 한 권 쓰고 싶으면 반드시 100권의 책을 꼼꼼하게 읽고 반드시 요약 정리해야 한다.

 

2) 요약정리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중요한 개념들은 따로 정리하여 개념 카드를 만들어라. 세상에 굴러다니는 대부분의 글은 자신이 쓰는 개념에 대한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되고 끝나며 그에 따라 의사소통 불능상태로 공적인 토론 영역에 던져진다. 개념카드 만들기는 이런 무책임한 글쓰기를 방지하는 핵심적인 장치이다. 개념카드가 있어야 자신이 내놓은 글을 가지고 나중에 다른 사람과 토론을 할 때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다.


 

3) 개념카드와 요약정리를 되풀이해서 읽으며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에 관해 가장 잘되었다 싶은 글 하나를 골라서 필사한다. 컴퓨터 워드 프로세서에서 타이핑하는 것 말고 자신이 직접 손으로 종이에 필사를 해야 한다. 필사를 해보지 않으면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지 못한다. 필사를 하다보면 의식이 몽롱해질 때가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쓰면서도 그렇게 몽롱한 상태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글 베끼기도 제대로 된 정신상태에서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겠는가. 필사는 문장연습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쯤 되면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글쓰기를 단념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4) 그래도 기어이 글을 쓰고 싶다면 써보라. 단 글을 쓴 다음 적어도 세 달을 묵혀두고 나서 다시 읽어 보라. 그때 괜찮다 싶으면 다시 또 세 달을 묵혀두고 다시 읽는다. 그래도 괜찮다 싶으면 그때 주변 사람에게 보여라. 그들이 괜찮다 하면 다시 세 달 후에 보여라. 그래도 괜찮다고 하면 그때 가서 세상에 내보여라. 세상에 내보인 다음에는 곧바로 잊어라.

4.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그렇게 하고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책을 350권만 읽었느냐고, 당신은 글을 그렇게 쓰느냐고 물을 것이다. 아니다. 난 책을 350권 더 읽었다. 뻔뻔한 대답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는 일일 뿐이다. 다른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잘하기 위해 책을 읽는 일도 없다. 그냥 자신의 도락과 심심풀이를 위해 책을 읽을 뿐이다. 글도 나는 그렇게 쓰지 않는다. 이렇게 청탁을 받아서 후다닥 뚝딱 쓰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다. 그러니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는 게 옳다고 본다. 이 글을 읽은 다음 독자 여러분은 이 글이 실린 신문을 곧바로 접어서 구석에 쌓아 두었다가 자장면을 먹을 때 받침으로 쓰기 바란다. 다 먹고 난 다음 그릇을 싸서 현관 밖에 내놓으면 더 좋을 것이다.

 

/ 연세대학 대학원신문 200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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