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한 다스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문화인류학, 개정판 지식여행자 7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그러고 보니 나는 이런 류의 책을 그다지 읽지 않는 편이구나. 근래에는 거의 소설책과 정신분석 관련 서적만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책상 앞에 쌓여 있는 읽어치워야 할 책들도 대부분 소설들이다. 분명 이런 류의 책들도 재미있다고 느끼지만 재미의 농도가 소설과 좀 다르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역시 이런 책도 가끔 읽어줘야 한다. 나처럼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드문 경우 일상적인 느낌과 소소한 지식, 재미있는 일화 등을 접하는 것 역시 아무래도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소설을 읽는 일이 진중한 대화 나누기라면, 이런 류의 책은 일종의 수다를 가능케 한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처음이다. 친구가 가볍게 추천한 책이었다. 가벼운 에세이집인 줄 알았는데 비교문학 서적으로 분류해도 좋을 듯 하다. 책을 읽고 찾아보니 번역서가 몇 권 나와 있다. 천천히 한 권씩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녀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일화들과 러시아 문학이나 유머 등을 인용한 부분이 흥미롭다. 앞 부분에 나와 있는 <악마와 마녀에 관한 사전>을 잠시 들여다보자.

 
사랑 : 상대로부터 공짜로 이익을 얻기 위해, 상대가 대가 이상의 것을 받았다고 착각하게 하여, 덕 봤다고 생각하게 하는 주문의 일종. 단 주문을 외는 당사자 쪽에서 착각하여 자기 쪽에서 손해봤다고 여길 때가 많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등 일부러 토를 다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본래는 대가가 있는 거라고 여겨지고 있다.

희망 : 절망을 맛보기 위한 필수품.

배려 : 약자에게는 보이지 않고 강자에게만 보이는 친절의 표시.

겸손 : 자만하고 싶은 것을 남이 대신 말하게 하는 방법.

 
이렇듯 웃고 넘길 만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날카로운 통찰력이 엿보이는 일화와 해석, 인용문들도 적지 않다. 위의 이야기도 결국 마녀에게 있어 한 다스는 13개라는, 13이라는 숫자를 터부시하는 서구 지배 문화에 반하는 이단 문화를 이야기 하기 위해 꺼내든 에피타이저다. 이후 본식으로 들어가면 저자의 다양한 경험, 날카로운 비판, 사고의 유연함으로 보다 풍성해진다. 아름다운 나의 마녀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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