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 보이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본 유일한 다큐멘터리 영화.  

켈리네 가족은 부모와 두 형들, 그리고 켈리 다섯 식구이다. 켈리의 어머니는 자폐증에 걸린 켈리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전문의와 자폐아를 가진 가족들, 치료 시설 등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폐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자폐아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자폐증 교육 다큐멘터리랄까? 흔히 나올 법한 가족간의 갈등이나 부모들의 인간적 고뇌는 거의 생략되어있다.  

실제로 자폐아 아들을 둔 친구가 있고, 그녀의 이야기를 간혹 듣고 있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된 영화였다. 자폐증에 대해 무지했던 만큼 영화가 전달하는 정보가 상당히 유용했던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현 한국의 자폐증 치료 시스템과는 너무도 다른 상황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되기도 했다.  

한때 정신지체와 구분되지 않았던 자폐증은 지능이나 인식 면에서 거의 문제가 없고, 오히려 어떤 한 분야에 뛰어난 면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오랜 시간 집중력과 인내력을 요하는 일이라면 보통 사람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유럽에는 그들이 근무할 수 있는 회사가 여럿 있다.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이 모여 만든 재단이 자폐증 연구에 투자를 하고 있고, 보통 사람들처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데 필요한 시설도 늘려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제법 낙천적인 관망도 가능해질 듯 하다. 하지만 현 한국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이런 이야기들이 오히려 친구에게 현실을 비관하거나, 역시 아이를 위해서는 외국으로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진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한 번 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자폐증의 증상도 다양하고 그 심함과 덜함 역시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시선을 오래 두고 있는 것은 자폐아들과 부모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고, 실제로 그게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희망이라...과연 그것이 좋은 것일까,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자폐아들의 감각 수용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이들은 보통 사람보다 과도한 감각적 자극을 받게 되어서(가령 우리가 보통 볼륨 1,2 정도로 듣는다면 그들은 볼륨 10 정도로 듣게 된다고 한다), 그 과도한 자극에 대한 방어기제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반복적 행동으로 자신을 지켜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 모든 병적 증상은 살고자 하는 방어기제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 켈리 어머니와의 대화 시간에 들은 이야기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일단 제작 당시 150명 중에 1명 꼴로 태어나던 자폐아가 현재는 90명 중에 1명 꼴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영화에서는 아이들 넷 중 셋이 자폐아로 태어난 가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여자 아이보다 남자 아이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제목이 왜 선샤인 보이인가 하는 질문에 감독은  자폐증을 다룬 거의 유일한 영화인 '레인 맨'의 반대되는 의미라고 했다. 그 하나로 영화의 주된 시각은 이미 알게 된 셈이었다.  

손가락으로 알파벳을 하나씩 눌러 힘겹게 문장 하나를 만들던 선샤인 보이들 뒤에는 그 짧은 문장 하나에 감격해 어찌할 바 몰라하는 어머니가, 아버지가 있었다. 그들의 설명할 수 없는 얼굴 위로 친구의 얼굴이 오래 겹쳐 보였다. 그래, 그래도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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