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끝없는 벌판
응웬옥뜨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베트남 소설은 처음인데 아주 우연히 보고 제목이 끌려 구입했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 무게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배를 타고 떠돌아 다니며 사는 남매와 아버지의 이야기로 매우 덤덤하게 일상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 '일상'이라는 게 (우리의 기준으로 봤을 때)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 극도로 원시적이고 폭력적이며 본능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인데 이게 베트남의 현재라니 컬쳐쇼크... 2006년도 작품인데 발간 당시 이 작품이 '사회 미풍양속에 반한다'고 작가가 정부로부터 소환 당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지금까지 나에게 있어 베트남은 더운 나라, 물가 싼 나라, 놀러가기 좋은 나라.. 뭐 이런 정도의 막연한 이미지 뿐이었다. 가본 적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겠지. 관광은 물론 그 나라에서 사람들과 함께 섞여 살아간다해도 개인이 접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어느 사회든 그늘진 면은 감추려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채 200쪽도 안되는 이 짧은 책 한 권을 통해 국민들이 아직도 강 위를 떠돌며 살아가는 나라, 맨 바닥에 야자수로 집을 짓고 사는 나라,  한국으로 처녀들을 '수출'하는 나라- 베트남 사람들의 진짜 땀과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인 '끝없는 벌판'은 이야기의 실제 배경인 메콩 강 일대를 일컫는 동시에 오늘도 발 붙일 곳 없이 고단하고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 그 자체다. 부디 그 끝없는 벌판에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하루 빨리 생겨났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월의 라이온 1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니와 클로버>의 작가인 우미노 치카의 신작. 표지 속 덥수룩한 머리에 안경을 쓴 소년, 레이의 (18세/ 친구 없는 고딩 겸 프로 장기기사) 이야기.

레이가 어두운 과거를 안고 혼자 살아가려고 애쓰는 게 주 내용인데 그러던 와중에 독립해 나온 동네에서 우연히 한 가족(훈녀 3자매와 할아버지)을 알게 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는 그런 내용임. 써놓고 보니까 일드 같네. 닝겡와 히토리쟈나이... 4권까지 나왔는데 전개가 그리 빠른 편은 아니고 러브라인 같은 거 없음.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제하고 사족을 덧붙이자면 주인공이 프로 장기기사인 만큼(중딩 때 프로 데뷔한 천재 소년이라는 설정) 장기 이야기가 종종 나옴. 관련 지식이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음. 읽는데 지장은 없음. 모르면 그 부분은 별로 재미없다는 소리. 그리고 난 바둑 좋아함..   

이 작가 특유의 귀엽고 발랄한 그림체와는 달리 은근히 날카롭게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시선, 특유의 유머와 아기자기함은 변함없음. 전작 <허니와 클로버>에서 대딩 남녀들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 거쳤을 청춘의 성장통과 첫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아픔이 있는 소년 레이와 그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장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성장통은 물론 인간의 내면을 좀 더 폭 넓고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3종 세트였음. 은희경+성장소설+음악(심지어 Kebee).

그러니 당연히 나오자마자 어쩜 표지도 예뻐! 하며 바로 질렀고, 받자마자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펼쳤는데... 반도 못 읽고 덮었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도저히 못 읽겠더라.

어느 한 작가에게 매번 비슷한 작풍을 바라는 것은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은희경 님처럼 네임밸류(!)가 있는 작가라면 독자들이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또 바라는 것이 있기 마련 아닌가.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예상하고 바랐던, 은희경이 쓴 성장 소설은 <새의 선물> 속 진희가 열일곱이 되어 돌아온, 그런 거였다. 진지하지만 재치있고, 시니컬하지만 따뜻한 뭐 그런거. 이렇게 십대의 말투(를 흉내낸 것) 같은 문체에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는(아니 도대체 왜???), 현실에 있다면 빵셔틀하기 딱 좋은 남자애가 주인공인 감수성 과잉섭취한 이런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

내가 너무 틀에 박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당분간은 읽다 만 나머지를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만약 다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뀐다면 이 리뷰는 수정 될 것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 때부터 눈 여겨(?) 본 작가 천명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고래를 읽으며 느꼈지만 이 작가 이빨이 장난이 아님. 구라를 구라 아닌 척 하고 쓰는데 타고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글을 '쓴'다기 보다 '그리는' 것 같은 느낌.

120kg이 넘는 전과 5범의 장남, 영화 한다고 설치다가 쫄딱 망한 차남, 이혼녀 막내 딸과 그녀의 중학생 딸, 그리고 칠순의 노모가 낡은 연립 주택에서 투닥대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명절 특집 드라마를 보듯 가볍게 술술 읽힌다.    

콩가루 집안답게 장남과 차남은 중년을 넘어 불혹을 달려가는 나이에 주먹질을 하며 싸우고, 여동생은 어린 남자와 눈이 맞고, 발랑 까진 중학생 조카는 집을 나가는 등 이런 저런 일들을 통해 울고 웃으며 유대관계가 돈독해지고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건 아니고 해피엔딩은 맞는데 거기에 또 작가 특유의 '구라'가 섞이면서 나름 개성 있는 결말.   

매우 쉽고 빠르게 읽히니 궁금하면 읽어보시길. 이 점은 작가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 듯.   

그리고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찌질해서 별 매력이 없다는 거. 읽다보면 좀 짜증나기도 함. 만약에 우리 친오빠나 조카가 저러면 난 정말 싫을 것 같음. 이 소설을 통해 현재 자신의 옆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들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는 아니었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인터뷰 특강 시리즈 4
진중권.정재승.정태인.하종강.아노아르 후세인.정희진.박노자.고미숙.서해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이라는 주제로 한겨례에서 했던 강의를 글로 옮긴 책. 대화체라 읽기도 편하고 편집도 깔끔하게 잘 된 편.무엇보다 작가진(강사진)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게 만듬.  총 6개의 챕터가 있는데 개인적인 소감을 말해보자면,  

[진중권 : 자존심의 존재미학] 자존심에 대한 상대적이면서 근본적인 논리를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간결한 말투로 핵심을 찌르면서도 쉽게 설명. 진중권 욕도 많이 먹지만 왠지 밉지가 않음.

[정재승 : 자존심의 과학, 과학의 자존심] 과학과 자존심을 연관 지었다는 것부터 매우 신선. 막연하게 ‘과학의 발전=인간성의 종말’ 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됨. 인간적인 과학… 그게 가능한 것 같음.

[정태인 : 한미 FTA와 마지막 자존심] 책 소개에서처럼 한미 FTA의 ‘허와 실’에 대해 논함. 어차피 체결 될 거라는 걸 알았는데 왜 자꾸 눙무리…

[하종강 & 아노아르 후세인 : 이주노동자와 노동의 자존심] 사실 지금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내국인의 노동문제부터 심각한 것 같음.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올바른 인식이 아예 형성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주노동자들한테 제대로 된 대접이 가능하겠냐고요. 노동문제는 어릴 때부터 국가차원에서 교육을 시켜야 함. 교과과정에 포함을 시키던지 하는 식으로다가… 독일은(아닐 수도 있음. 기억이 가물가물…) 10대들이 학교에서 교과과정에 노조를 결성하고 노사가 협상하는 법, 언론하고 인터뷰하는 법까지 배운다는 거 보고 닭살 돋았음. 아주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가 노동자임. 그리고 외국에 나가면? 이주노동자. 그 당연한 사실을 왜 모르나 이 사람아! 

[정희진 : 누구의 자존심? 자존심의 경합]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남녀평등'과 '여성 문제'를 다룬 이 챕터가 가장 인상적이었음. 무엇보다 군대 얘기… 여자도 군대 가야 된다는 말 이제 지긋지긋함. 남자가 군대 가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자꾸 여자를 끌어들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같이 죽자 이건가?)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심. 남자는 군대 ‘못’가는 여자와 싸울 게 아니라 비합법적으로 군대를 ‘안’ 간 소수의 기득권자와 현재의 군사제도 같은 부조리한 사회와 싸워야 하는 거였음. 그러기 위해서 남녀가 연대를 해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서로 싸우면 안 되는 거 아님? 네이트판 이딴 거 말고 이런 책 좀 봅시다 남성여성들이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 유익하고 재미도 있음. 웬만해서는 그런 생각 잘 안하는데 주변사람들도 읽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 절대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니까 꼭 보시라.  물론 쉽고 재미있는만큼 깊이 있게 파고 들지는 않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여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넘어가는 계기로 삼으면 딱 좋을 듯. 이거 보고 21세기 시리즈 다 찾아 봤는데 이게 제일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