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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4
진중권.정재승.정태인.하종강.아노아르 후세인.정희진.박노자.고미숙.서해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이라는 주제로 한겨례에서 했던 강의를 글로 옮긴 책. 대화체라 읽기도 편하고 편집도 깔끔하게 잘 된 편.무엇보다 작가진(강사진)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게 만듬. 총 6개의 챕터가 있는데 개인적인 소감을 말해보자면,
[진중권 : 자존심의 존재미학] 자존심에 대한 상대적이면서 근본적인 논리를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간결한 말투로 핵심을 찌르면서도 쉽게 설명. 진중권 욕도 많이 먹지만 왠지 밉지가 않음.
[정재승 : 자존심의 과학, 과학의 자존심] 과학과 자존심을 연관 지었다는 것부터 매우 신선. 막연하게 ‘과학의 발전=인간성의 종말’ 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됨. 인간적인 과학… 그게 가능한 것 같음.
[정태인 : 한미 FTA와 마지막 자존심] 책 소개에서처럼 한미 FTA의 ‘허와 실’에 대해 논함. 어차피 체결 될 거라는 걸 알았는데 왜 자꾸 눙무리…
[하종강 & 아노아르 후세인 : 이주노동자와 노동의 자존심] 사실 지금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내국인의 노동문제부터 심각한 것 같음.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올바른 인식이 아예 형성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주노동자들한테 제대로 된 대접이 가능하겠냐고요. 노동문제는 어릴 때부터 국가차원에서 교육을 시켜야 함. 교과과정에 포함을 시키던지 하는 식으로다가… 독일은(아닐 수도 있음. 기억이 가물가물…) 10대들이 학교에서 교과과정에 노조를 결성하고 노사가 협상하는 법, 언론하고 인터뷰하는 법까지 배운다는 거 보고 닭살 돋았음. 아주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가 노동자임. 그리고 외국에 나가면? 이주노동자. 그 당연한 사실을 왜 모르나 이 사람아!
[정희진 : 누구의 자존심? 자존심의 경합]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남녀평등'과 '여성 문제'를 다룬 이 챕터가 가장 인상적이었음. 무엇보다 군대 얘기… 여자도 군대 가야 된다는 말 이제 지긋지긋함. 남자가 군대 가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자꾸 여자를 끌어들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같이 죽자 이건가?)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심. 남자는 군대 ‘못’가는 여자와 싸울 게 아니라 비합법적으로 군대를 ‘안’ 간 소수의 기득권자와 현재의 군사제도 같은 부조리한 사회와 싸워야 하는 거였음. 그러기 위해서 남녀가 연대를 해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서로 싸우면 안 되는 거 아님? 네이트판 이딴 거 말고 이런 책 좀 봅시다 남성여성들이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 유익하고 재미도 있음. 웬만해서는 그런 생각 잘 안하는데 주변사람들도 읽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 절대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니까 꼭 보시라. 물론 쉽고 재미있는만큼 깊이 있게 파고 들지는 않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여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넘어가는 계기로 삼으면 딱 좋을 듯. 이거 보고 21세기 시리즈 다 찾아 봤는데 이게 제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