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노인 실종사건
최현숙 지음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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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와 생활관리사 등 노인 돌봄 노동 현장에서 구술생애사를 쓰는 작가 최현숙의 첫 번째 소설 『황 노인 실종사건』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고, 이런 구수한 입담을 가진, 책으로 써도 될만큼의 이야기 보따리를 이고지고 살아오신 노인분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처음 알게 됐다.

우리 주변에는 극복해나가야 할 족쇄와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가. 이 책 속에는 마냥 모른척 눈 감고 지나가고 싶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들이 낱낱이 적혀지고 증언되어 있다.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어 일평생 버둥거리면서도 끈질기게 지금까지 용케 살아내셨구나 싶으면서도 무엇을 어찌할 수 없어 마냥 난처하기만 한 기분. 좋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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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이들의 죽음을 기록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오래 묵은 불우에는 어떤 구조와 감정과 태도가 깃들어 있는가. 그 불길한 풍문들의 꼴과 겹은 무엇인가. 비참과 암담의 표지가 아니라면 좀처럼 비치지 않는 가난한 노인들의 삶과 죽음,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김미경이 노인들 곁을 바장이게 된 까닭은 바로 그 “죽음에 관한 흔해 빠진 소문이 거짓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본문 54쪽)

황 노인 실종사건 | 최현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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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감각 - 방황하는 도제가 단단한 고수가 되기까지
로저 니본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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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박제사, 양복쟁이, 구두쟁이, 미용사, 음악연주자 등등 어느 분야에나 놀라운 손재주를 가진 장인들이 존재한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야 장인이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안간을 앞서는 시대에 과연 장인의 존재가 의미있는 것인가?

작가 자신은 경력 오랜 외과의, 의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의학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분야에서 인정받는 장인들을 살펴보니 신기할 정도로 일치하는 공통점이 발견되었는데, 자신이 경험했던 의사로서의 예와 주변 다른 장인들의 경우를 찰떡같이 이어붙여 쉽게 수긍할 수 있게 책을 썼다.

도제-저니맨-장인의 단계로 나누어서 각 단계마다 갖춰나가야 할 필수적인 요소들과 특이점들을 열거한다.

탁월한 ’기술‘만을 놓고보면 기계나 인공지능이 능히 인간을 앞서나간다고 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러나 작가는 기술에 더하여 임기응변이나 예술적인 감성, 그리고 인간을 인간의 입장에서 다룰 수 있는 인간고수들의 가치와 필요성에 방점을 찍는다. 크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기술’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세상. 완벽할 수는 없지만 불가능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는 도전을 하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람이 사람임을 지켜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기에 21세기에도 장인의 존재는 의미있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인간다움의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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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 전문가와 기계의 알고리즘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기계적인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의학 문제가 있다. 현미경으로 비정상적 세포를 확인하여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은 적절한 방식으로 환자에게 자궁경부암에 걸렸다고 알려주지 못한다. 환자의 걱정을 잘 들어주지도 못한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최선인 방법으로 자기만의 진단을 내린다.

일의 감각 | 로저 니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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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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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마치 한 작품인듯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허무하고 암담한데 읽고나면 뭉긋하고 따스한 느낌이 잡히는 것이—

비슷한듯 다른 삶을 사는 한국인 여학생과 일본인 여학생, 한국군인들에 의해 가족과 마을 전체가 학살당한 기억을 품고있는 베트남 가족들,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다 죽은 외동이 손녀딸, 단식중에 교황을 만난 유민아빠를 보며 측은해하는 가난한 엄마.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지닌 사연들이라는 것이 참, 심상치 않다. 할 말들이 차오르는데 뭐라 꺼내놓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최은영 작가는 느릿느릿, 무덤덤하게, 이 아픔에 저 아픔을 섞어 한 소끔씩 내어놓는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그런 식으로. 뒤끓는 듯했던 마음이 흘러가버린다 그녀의 박자대로 그냥 그렇게—

미워하면 뭐할까 그냥 두면 어느 결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무책임하고 맥 빠지게 들리겠지만, 그게 답인 듯하다.
억지로 바락바락 따지고 들지 않지만, 여기서 포기하고 끝내버리지 않겠다는 믿음도 보여서 마냥 슬프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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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와 이십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고 부당하게 대했던 것에 대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애에게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따뜻하고 밝은 곳에 데려가서 그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그렇게 겁이 많은데도 용기를 내줘서,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쇼코의 미소 | 최은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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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위대한 법정 - 지구공동생활자를 위한 짧은 우화, 동물의 존재 이유를 묻는 우아한 공방
장 뤽 포르케 지음, 야체크 워즈니악 그림, 장한라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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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유머러스함과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재미있지만 가볍게 봐서는 안될 이야기.

환경오염, 기후변화 같은 문제들로 지구상의 멸종위기 동물들을 다 구제하기 까다로와지자 정부에서는 어떤 동물을 살려야 하는지 투표에 붙이기로 한다. 딱 한 종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포기하는 걸로. 단, 자기들은 책임에서 빠져야하니 동물들을 법정에 출두시켜 스스로를 변호하게 하고, 이를 방송에 내보내서 국민투표를 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에 임시적으로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된 멸종위기종 동물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여 자기들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갯지렁이의 피에 사람의 혈액보다 어마어마한 헤모글로빈이 들어있다는 사실, 그들의 피가 모든 사람들에게 다 적합하여 이용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스스로를 변호하기 바쁘던 동물들이 급기야 이런 사태를 만들어놓고 책임지지않고 쏙 빠져나가려는 이기적인 인간들을 비판하며 돌아서서 가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인 것이 참 미안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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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세요. 결코 끝나지 않는 진화가 흘러가다 보면, 오늘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여러 종이 깜짝 놀랄 만한 후손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상상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당신들보다 훨씬 더 놀라운 종을 탄생시킬 거라고 말이죠? 어떻게 가장 원시적인 종 안에서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보지 않을 수 있겠어요? 숱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말이죠? 그러니 어찌 이 종들을 하나하나 돌보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어찌 감히 그 종들을 계속 파괴하는 권리를 휘두를 수 있겠어요? 최초의 해면이 생겨났을 때 어떤 기적 같은 진화가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는데, 어떻게 종을 선별할 수 있겠어요?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 | 장 뤽 포르케, 장한라, 야체크 워즈니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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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리커버)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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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에 회사에서 인정받고 출세가도를 달리던 청년이 어느 날 느닷없이 다 그만두고 외국에 나가서 숲속승려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불교의 교리나 명상, 참선 이런 거랑은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아 책의 저자 나타코 스님의 말씀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내 생각이 옳다’ 주장하기 전에 항상 스스로를 단속하고, 행복할 때 조차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차분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인듯—
그래도 아내가 해주는 결혼반지 뒤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새겨달라고 했던 것은 좀… ^^;;;

루게릭 병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나날이 쇠약해져가는 몸 상태에 실망하고 두려워하기보다 담담하게 내 몸에게 감사하며 ’죽음‘의 반댓말은 ’생명’이 아니라 ‘탄생’이라며 자연스런 삶의 과정이라 설명하는 모습에 의연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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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진심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스님의 손바닥 안에 있었지요.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다들 숨죽이고 스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요. 스님은 몸을 살짝 내밀더니 극적인 효과를 내려고 한 번 더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습니다.

“자, 다들 그 주문이 뭔지 궁금하시죠?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박미경, 토마스 산체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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