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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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이 나이니까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일까? 애디와 루이스가 왜 이렇게 남같지 않은건지.

각자의 배우자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홀로 살고있는 70대 노년의 애디와 루이스. 두 사람은 남편의 보험일을 돕는 경리로, 시인의 뜻을 품었었으나 생활에 쫓겨 교사로 살다 은퇴한, 각자 자기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인생을 그저 멀리서 관조하듯 하루하루 흘러보내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애디가 루이스를 찾아와 잠자리에 함께 누워 이야기하며 외롭지않게 밤을 보내자는 야릇한 관계를 제안하게 되고, 잠시 고민하던 루이스는 결국 수락하여 떨리고 어색한 밤친구 노릇을 하게 된다.

루이스는 암으로 죽은 아내 이야기,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잠시 가출했었던 이야기를 했고, 애디는 남편의 편애 때문에 상처받고 어른이 된 후에도 방황하는 아들이 이야기, 본인과 소통하려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마을에서 떨어진 도시에 나가 홀로 연극을 보며 가까스로 버텨냈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점점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남들의 수근거림에 더이상 거리낄 것 없이 당당한 두 사람. 그러나 두 사람의 자녀들은 둘의 관계가 회자되는 것을 수치스러워하며 급기야 애디의 아들은 당장 관계를 끝내지 않으면 가족관계를 끊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

길지는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젊은 사람들의 남녀관계가 아니라 나이든 어른들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그저 함께 이야기할 사람, 옆에서 숨쉬며 존재하는 나 아닌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마저도 너무 큰 걸 바라는 것이 되어버리는 걸까?

오늘따라 나이먹으며 늙어가는게 너무 서럽다.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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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뉴스이고 싶어요?

아뇨, 절대요. 난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 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밤에 우리 영혼은 | 켄트 하루프, 김재성 저

#밤에우리영혼은 #켄트하루프 #노년의사랑 #늙는게죄다 #뮤진트리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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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마음 - 저마다의 극단을 사는 현대인을 위한 책 읽기
이수은 지음 / 메멘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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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전을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전집류 세트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한층 더 목이 마르다.

고전을 사랑하는 작가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의 표준과 본인 나름의 표준 사이의 평균을 찾기 위해서 고전을 읽는다고 말한다. '인간의 항상성'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고전이 주는 크나큰 위로이자 기쁨이라고.

생각해보니 내가 고전을 즐겨보려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싶다.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들과 반응들에 대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것이 고전이라는 생각. 예전 사람들도 이렇게 느꼈었고, 지금의 나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 이런 감정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감정 아니겠는가 하는 깨달음이 주는 위안이라고 해야할까 위로라고 해야할까. 나만 크게 이상하거나 독특한 존재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든다.

특히, 작품마다 작가의 생애와 생각을 바탕으로 작가의 해설과 감상이 재치있게 곁들여지는데, 작품에 대한 통찰이 그야말로 철학적, 문학적, 역사적인 설명과 함께 광범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읽다보면 문학책인지 역사책인지 혼동스러울 정도인데, 그것또한 재미난다.

고전을 제대로 읽으려면 역시 당시의 사회상과 작가의 생애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는 사실이 또다시 너무나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책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나같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절실하고 필요하다.

고전 다시 읽기, 고전 제대로 읽기에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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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스페인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고전을 자세히 읽는 것은 “무한히 많은 주제가 정신에 자극을 주도록 하기 위해 우리 정신의 반사면들을 증가시키는 일”이기 때문이고, 그게 고전이어야 하는 것은 “내 가슴이 비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유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의 의미를 설명하고 살아가는 노고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서, 인간인 내가 한사코 인간성을 긍정하려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에 기쁘게 의지하는 것이다.

평균의 마음 | 이수은 저

#평균의마음 #이수은 #메멘토 #고전읽기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평균의마음_이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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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 아시아 설화 SF
켄 리우 외 지음, 박산호 외 옮김 / 알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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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단편을 포함해서 아시아의 설화들을 주제로 여러 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있는 책인데, 다른 작품들은 그닥 끌리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한국 작가들 작품도 실려있는데, 탐라를 비롯해서 제주도 관련 작품들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

[종이동물원] 이후 켄 리우의 단편은 간만이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다른 작품들에 밀려서 이제야 읽었다. 전작만큼 임펙트가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마주앉아 이야기 해볼만한 꺼리들은 있는 작품이었던듯.

일 년에 딱 하루밖에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불행하게 늙어가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 힘겨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충분히 인생을 즐기기로 쿨하게 선택한 견우와 직녀라니. 이거 너무 동심파괴 아닌가? 이건 좀 아닌듯. 흘....

30, 40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사는 멋진 노부부를 볼 때 느끼는 감동, 배우자의 죽음 이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해 홀로사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접할 때 드는 측은함과 그 위에 더 크게 다가서는 '위대한 사랑'의 존재를 느끼는 내 마음은 뭐란 말인가.

아, 모르겠다. 고민이 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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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분은 이제 서로 사랑하지 않나요?” 유안이 물었다.
“우리가 더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묻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했던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직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하지만 과거는 다시 쓸 수 없어. 견우는 나의 첫사랑이었고, 그와 헤어진 후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했건 상관없이 그에 대한 마음은 영원히 진심이었어.”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 켄 리우 저

#일곱번째달일곱번째밤 #켄리우 #알마 #공상과학소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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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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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섭고 침울한 책. 너무 사실적이어서 소름끼치고, 이런 현실과 달나라 같은 황금빛 이상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느순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 영원히 깨어질 것 같지않은 불합리가 공기처럼 우리 주위를 감싸고, 무력하게 그물에 걸리는 고기떼처럼 그저 휩쓸려버리는 사람들.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공부하고 깨어있으라 서로를 일깨우는 사람들이 아직 내 주변에 남아있음이 반딧불같은 희망이 될까.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난 조세희 작가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______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조세희 #이성과힘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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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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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침울한 책. 너무 사실적이어서 소름끼치고, 이런 현실과 달나라 같은 황금빛 이상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느순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 영원히 깨어질 것 같지않은 불합리가 공기처럼 우리 주위를 감싸고, 무력하게 그물에 걸리는 고기떼처럼 그저 휩쓸려버리는 사람들.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공부하고 깨어있으라 서로를 일깨우는 사람들이 아직 내 주변에 남아있음이 반딧불같은 희망이 될까.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난 조세희 작가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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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조세희 #이성과힘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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