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마음 - 저마다의 극단을 사는 현대인을 위한 책 읽기
이수은 지음 / 메멘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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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전을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전집류 세트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한층 더 목이 마르다.

고전을 사랑하는 작가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의 표준과 본인 나름의 표준 사이의 평균을 찾기 위해서 고전을 읽는다고 말한다. '인간의 항상성'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고전이 주는 크나큰 위로이자 기쁨이라고.

생각해보니 내가 고전을 즐겨보려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싶다.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들과 반응들에 대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것이 고전이라는 생각. 예전 사람들도 이렇게 느꼈었고, 지금의 나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 이런 감정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감정 아니겠는가 하는 깨달음이 주는 위안이라고 해야할까 위로라고 해야할까. 나만 크게 이상하거나 독특한 존재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든다.

특히, 작품마다 작가의 생애와 생각을 바탕으로 작가의 해설과 감상이 재치있게 곁들여지는데, 작품에 대한 통찰이 그야말로 철학적, 문학적, 역사적인 설명과 함께 광범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읽다보면 문학책인지 역사책인지 혼동스러울 정도인데, 그것또한 재미난다.

고전을 제대로 읽으려면 역시 당시의 사회상과 작가의 생애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는 사실이 또다시 너무나 절실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책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나같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절실하고 필요하다.

고전 다시 읽기, 고전 제대로 읽기에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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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스페인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고전을 자세히 읽는 것은 “무한히 많은 주제가 정신에 자극을 주도록 하기 위해 우리 정신의 반사면들을 증가시키는 일”이기 때문이고, 그게 고전이어야 하는 것은 “내 가슴이 비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유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의 의미를 설명하고 살아가는 노고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서, 인간인 내가 한사코 인간성을 긍정하려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에 기쁘게 의지하는 것이다.

평균의 마음 | 이수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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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 아시아 설화 SF
켄 리우 외 지음, 박산호 외 옮김 / 알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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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단편을 포함해서 아시아의 설화들을 주제로 여러 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있는 책인데, 다른 작품들은 그닥 끌리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한국 작가들 작품도 실려있는데, 탐라를 비롯해서 제주도 관련 작품들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

[종이동물원] 이후 켄 리우의 단편은 간만이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다른 작품들에 밀려서 이제야 읽었다. 전작만큼 임펙트가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마주앉아 이야기 해볼만한 꺼리들은 있는 작품이었던듯.

일 년에 딱 하루밖에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불행하게 늙어가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너무 힘겨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충분히 인생을 즐기기로 쿨하게 선택한 견우와 직녀라니. 이거 너무 동심파괴 아닌가? 이건 좀 아닌듯. 흘....

30, 40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사는 멋진 노부부를 볼 때 느끼는 감동, 배우자의 죽음 이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해 홀로사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접할 때 드는 측은함과 그 위에 더 크게 다가서는 '위대한 사랑'의 존재를 느끼는 내 마음은 뭐란 말인가.

아, 모르겠다. 고민이 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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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분은 이제 서로 사랑하지 않나요?” 유안이 물었다.
“우리가 더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묻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했던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직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하지만 과거는 다시 쓸 수 없어. 견우는 나의 첫사랑이었고, 그와 헤어진 후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했건 상관없이 그에 대한 마음은 영원히 진심이었어.”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 켄 리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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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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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침울한 책. 너무 사실적이어서 소름끼치고, 이런 현실과 달나라 같은 황금빛 이상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느순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 영원히 깨어질 것 같지않은 불합리가 공기처럼 우리 주위를 감싸고, 무력하게 그물에 걸리는 고기떼처럼 그저 휩쓸려버리는 사람들.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공부하고 깨어있으라 서로를 일깨우는 사람들이 아직 내 주변에 남아있음이 반딧불같은 희망이 될까.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난 조세희 작가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______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조세희 #이성과힘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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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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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침울한 책. 너무 사실적이어서 소름끼치고, 이런 현실과 달나라 같은 황금빛 이상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느순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 영원히 깨어질 것 같지않은 불합리가 공기처럼 우리 주위를 감싸고, 무력하게 그물에 걸리는 고기떼처럼 그저 휩쓸려버리는 사람들.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공부하고 깨어있으라 서로를 일깨우는 사람들이 아직 내 주변에 남아있음이 반딧불같은 희망이 될까.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난 조세희 작가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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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조세희 #이성과힘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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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그늘 1
박종휘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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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간된 [태양의 그늘]이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됐다. [파친코]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면 [태양의 그늘]은 광복이후 남과 북으로 첨예하게 이념논쟁이 한창이던 어수선한 우리나라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다. 서평단으로 선발되어 읽어본 1편에서는 '이승만', '여순반란사건', '4.3사건', '빨치산'과 같은 단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부농의 막내딸로 자란 총명하고 당찬 아가씨 윤채봉. 마을에서 이웃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다가 역시 넉넉한 가정환경에서 반듯하게 자란 청년 남평우와 우연한 계기로 결혼하여 알콩달콩 산다. 남평우는 일본유학 후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소소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소박하게 사는 안온한 삶을 지향한다. 그러다가 찍은 사진이 공모전에 당선되고, 그 사진이 후에 엉뚱한 제목을 달고 여순반란 전단지에 실리는 바람에 공산당으로 몰려 끌려가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한편, 공장을 운영하던 채봉의 큰 오빠는 좌익의 선동으로 파업이 잦아지자 경영이 어려워져 자살하게 되고, 6.25 이후에 악덕지주로 몰려 아버지와 오빠들이 줄줄이 즉결처형될 위기에 놓인다. 이를 알게된 채봉은 마을에서 일하는 인민군 간부직을 수락하고 가족들을 빼낸다.

남편이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시어머니는 상심끝에 목을 매어 자살하는데, 사실은 총살을 위해 착출된 군인이 바로 자신이 학당에서 가르치던 제자였던 것. 제자의 도움으로 평우는 부상만 입은 상태로 도주하여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가 화전민 노인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남편이 도주했다는 소식을 비밀리에 전해듣고 어디엔가에 반드시 살아있을 것이라 믿는 채봉은 인민군들이 북으로 역피난을 갈 때 네 아이들과 함께 빨치산 대열에 합류한다.

함께 길을 가던 빨치산 일행과 뒤쳐진 채봉은 천신만고 끝에 남쪽 피란민들 무리에 합류하여 국밥집에서 머물렀는데, 거기서 남편을 찾아나선 친척 아저씨 조후하여 남편의 소식을 듣게된다. 결국 깊은 산속에서 채봉과 평우는 다시 만나고, 얼굴도 보지못한 막내아이 소식에 눈물을 흘린다. 빨치산을 소탕하러 산을 향해 올라오는 국군의 총소리. 꼭 살아남으라는 약속을 하고 채봉과 평우는 다시 혜어진다.

이 시기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백성들 입장에서는 마음놓고 숨조차 함부로 쉬지못할 불안하고 답답한 시기였을 것 같다. 책 읽으면서 내내 인물들이 느꼈을 긴장감과 불안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 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박종휘작가가 직접 만난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삶을 살아오신 분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먹먹함과 마음저림은 어떠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만났다 다시 헤어진 채봉과 평우는 어찌 되었을까? 앞으로 또 얼마나 심하고 기막힌 일들이 그들에게 펼쳐질까 생각하니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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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참! 아들은 공산당 놈들이 유도하는 파업 때문에 죽고, 사위는 공산당으로 몰려 잡혀가고, 나는 어느 놈 멱을 따야 헐지 모르겄다."
_208쪽

"윤채봉 씨! 너무 늦었지만 한 가지 말해줄게요. ......개인도 정부와 싸울 수 있어요."
"그런데요?"
"그러나 개인은 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정의입니다."
_229쪽

아! 태양!
조국이 그렇듯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태양!
_270쪽

"삼 일 전 처형장에서 도망쳐 어르신을 뵙게 될 때까지 저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살려고 바둥거리는 짐승이고 벌레였습니다."
"사지에서 도망치는 놈이 품위 지키는 거 봤나? 내가 보기엔 사흘 동안 살기 위해 몸부림친 자네야말로 가장 인간적이었네."
"그럼 이전의 저는 무엇이라는 말씀입니까?"
"이전에도 자네는 분명 남평우였지. 자기 자신을 지금처럼 잘 알지 못하는......"
"지금 제가 무엇을 더 깨달았다는 말씀이신지요?"
"자네가 스스로 자신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거지. 자신을 위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남을 위할 수 있겠는가."
_227쪽

"일이란 것이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있을 때 도와주는 것보다 내가 안 하면 누구 하나 대신 해줄 사람이 없을 때가 훨씬 힘들고 고달프지."
_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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