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학습담 - 외국어 학습에 관한 언어 순례자 로버트 파우저의 경험과 생각, 2022 세종도서 교양 부문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국어 전파담] 읽은 후에 바로 이어서 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외국어 학습담]을 읽었다. 이 책은 독자들과 만나면서 받았던 외국어 학습에 관련된 궁금증을 모아서 개인적인 학습경험을 설명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하면 외국어를 잘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영어나 외국어 때문에 고생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궁금증 아니던가. 사실 답은 다들 알고있다. ‘왕도가 없다’는 것.

저자도 나름의 공부방법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공부가 진행되면 실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그 언어로 쓰여진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원어민처럼 정확한 발음이 되는 것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등등.

사실, 공부하는 방법이라면 여기저기서 갑을논박이 많은 현실이고, 개인적으로도 각자 나름의 방법이 있을 터이니 책에 소개된 이런저런 방법이 어떻든 그런가보다 하고 흘려들을 수도 있는 부분이겠다.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책을 첫머리에 저자가 고백한 ‘백인남성으로서 편안하게 외국어를 배우고있다는 것에 대한 현타’가 찾아왔을 때 이를 극복한 이야기였다.

“전 세계 패권 언어로 군림하는 영어를 모어로 쓰는 내가 외국어 학습을 즐긴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힘들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에게 한가하고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아닐까. 나아가 내가 외국어를 배우는 행위가 혹시 미국 백인 남성의 지배 구조를 유지,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나의 외국어 순례에는 문제가 있는 걸까.”

어지간해서는 본인이 가진 능력을 자랑하고 즐기기에 바쁘지 이런 생각까지 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싶은 생각도 들고. 남다른 데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저자는 유럽의 역사에 대해 반추해보면서 본인이 하고있는 즐거운 외국어 학습이 개인적인 즐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활동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면서 갈등에서 벗어났다고.

이 내용이 너무 인상깊어서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수록된 서문 중 영어판을 찾아서 다시 읽어봤다. 한국에서 출간한 책이라 그런지 영어판 서문보다는 한국어판 서문에 좀 더 자세하고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많이 적으신듯. 친절한 미국아저씨다.
___________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기술의 진보로 점점 좁아지고 있다. 좁아지는 만큼 전쟁, 기후 변화, 전염병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갖 위험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은 서로 협력해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나에게는 외국어 학습이 그 노력을 위한 도구인 셈이다. 즉, 나에게 외국어 학습은 개인적으로는 즐거움의 원천이면서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하는 길이기도 하다. AI의 발달로 인해 외국어 학습의 쓸모를 둘러싼 많은 말이 들려오지만 나는 외국어 학습이 인류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외국어 학습담 | 로버트 파우저 저

#외국어학습담 #로버트파우저 #혜화1117 #외국어학습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국어 전파담 - 외국어는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어마무시한 사람이 있다니! 외국어 배워서 사용하고 가르치기에 능통한 사람이 바로 저자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더우기 미국인으로서 한국의 사회, 문화, 역사, 경제, 정치 등 모든 것을 두루 통달하고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백과사전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책만 훑어봐도 인용되고 있는 자료들이 지도, 문헌자료, 사진 등 엄청 다양하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특히 부모님들과 상담하면서 아이들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난감하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무작정 암기해야 하는 단어들, 와닿지않는 영어문장들을 매일매일 몇 시간씩 앉아서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는 애들에게는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정말 꼭 해야하는 것인지 설득하는 일이 큰 일일 수밖에.

저자는 외국어배우기의 역사에 대해서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부와 신분의 과시를 위해서, 제국주의 시대에서는 식민지 수탈과 통치를 위한 수단으로, 자본주의 시대에는 국제적인 경제교류를 통한 더 많은 부의 창출을 위해. 다양한 세계와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외국어를 배웠던 것이 궁극의 목표였다는 것이다.

과연 외국어배우기의 의미가 외부세계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 뿐인 것인가.
현재의 화려한 IT기술은 더이상 힘들여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어렵지 않게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에 나가봐도 그 나라 언어를 하지 못하는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언어를 배우는 것은 결국 다른 모든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에 모든 것을 맡겨도 될 것인가’하는 문제와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다. 작가는 진보한 기술이 우리에게 인간대인간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교류와 마음의 흐름까지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마음에 연결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저자의 세계를 보는 따스한 눈과 동서양 역사와 문화를 꿰뚫는 통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책을 덮을 때는 그가 내린 결론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늘 마음속에 이런 느낌을 담고 아이들 앞에 서야겠구나 싶다. 모처럼 속이 든든해지는 독서였다.
__________

다가올 시대, 외국어 전파의 과정은 더 이상 ‘의사소통 도구’의 확보를 목적으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갈등을 완화하고 나아가 그 원인을 없애기 위한 상호 문화의 이해와 개인의 교양 증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 흐름이 가닿을 곳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평화다.

이 시절을 보내며 우리가 다시 발견한 것은 뜻밖에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체온을 느끼며 나누는 대화와 소통의 가치다. 어떤 기술의 진보를 통한 매끄러운 번역도 직접 만나 온기를 느끼며 나누는 서툰 소통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을 우리는 역설적으로 놀라운 기술 진보의 세례를 받으며 깊이 깨달았다.

기술의 진보는 앞으로도 눈부시게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진보한 기술이 우리에게 평화와 화해를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역할이며, 그것이 이후에 펼쳐질 모든 외국어 전파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개정판 | 외국어 전파담 | 로버트 파우저 저

#외국어전파담 #로버트파우저 #혜화1117 #외국어학습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1~3 - 전3권 - 서양 고대 철학편 + 서양 중세·근대 철학편 + 서양 현대 철학편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김재훈.서정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1 서양 고대 철학편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2 서양 중세·근대 철학편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3 서양 현대 철학편
김재훈, 서정욱(지은이), 카시오페아

와… 이 책을 이제야 봤다니. 서양철학사를 한 번도 고대철학부터 현대철학까지 펼쳐놓고 본 적이 없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깊이 와닿았다. 2권 근대철학 읽을 때부터 조금씩 어렵다~ 불편하지기 시작하더니 3권 읽을 때쯤엔 앞으로 돌아가서 몇 번씩 다시 복기해야 할 정도로 무지한 나. 이렇게라도 한 번 훑었더니 속이 다 후련하다.

이러이러한 주장을 했던 철학자들에 반대하여 그와는 전혀다른 주장을 하는 어떤 철학자들이 등장했었는지, 당시의 특정한 사회문화역사적 바탕 아래 어떤 철학사조가 득세하게 되었는지— 이런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주는 쉬운 철학사 책이 필요했다. 내 짧은 소양에도 무리없을만한 책으로.

어쩐지 앞으로 여러 번 반복하게 될 책을 만난 것 같다. 흐름부터 마음에 담자. 서양철학입문서 대만족.

#만화로보는3분철학_서양고대철학편
#만화로보는3분철학_서양중세근대철학편
#만화로보는3분철학_서양현대철학편
#만화로보는3분철학 #카시오페아 #서양철학사 #철학입문서 #철학상식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한빛비즈 교양툰 8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압듈라(지은이), 신동선(감수), 한빛비즈

해부학 공부하면서 입 딱 벌리고 침만 질질 흘리던게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 가시질 않는다. 체육학과 대학원에서 해부학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의대생들 능력 다시 봤다.

이렇게 많은 뼈 이름과 근육 이름을 어찌 다 외운단 말인가. 더군다나 어디에 붙어있는 녀석들인지, 어다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 암기해야 한다니— 심지어 같은 근육인데 이름은 라틴어, 한자, 순우리말 세 가지 버전으로 나와있고… 총천연색 해부학책 잔뜩 사모아놓고 한숨만 푹푹 쉬며 페이지 넘기곤 했었는데.

뼈대와 근육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요약해서 들려주고, 전체 인체구조 안에서 그 뼈대나 근육이 하는 일이랑 다른 녀석들과의 관계 등을 같이 설명해주는 책,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움 무서움 부담감 없이 휙휙 넘기면서 볼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찾아봤는데, 당시에는 맘에 드는 녀석을 찾을 수 없었다.

졸업하고나서 한참 뒤에야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하다니… 이거 먼저 보고 시작했으면 훨씬 해부학 공포증이 덜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 그래도 공부라는게, 이렇게 쉽게쉽게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닌지라 다른 자료 보면서 제대로 다시 하긴 해야됐겠지만.

그림책 보는 기분으로 천천히 넘기면서 봤더니 이제는 재미나다. 웃긴 부분도 많고 덕분에 아무 생각없이 낄낄거렸다. 우리 몸에 관련된 책이라 봐두면 언제도 도움될 만한 책.

#까면서보는해부학만화 #압듈라 #한빛비즈 #해부학공부 #뼈와근육 #학습만화 #인체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혼한 뒤에도 친구처럼 지내는 부부의 이야기라고 해서 책을 읽기 전에는 마냥 쿨하고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다 읽고보니 딱히 발랄하고 밝은 분위기가 아니어서 뜨악했다.

결혼생활 중에 6-7년 넘도록 몇 명의 여자들과 불륜관계를 지속했다는 남편 윌리엄, 진짜 나쁜 놈이다.
그런 남편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권위‘를 부여하고 질질 끌려가면서 계속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두 딸을 내버려두고 홀로 집을 나온 아내 루시, 답답하다.
과거를 숨기고 신분세탁하여 오래전 자기 모습과 비슷한 며느리를 쥐락펴락한 시어머니 캐서린, 완전 대박이다.

등장인물의 면면만 봐도 별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모든 사단은 정작 인물 각자가 스스로 자기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 자기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것에서부터 시작된 듯 하다.
내가 가진 어릴 적 결핍과 트라우마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따라서 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서로 맺물려 당사자 뿐만 아니라 자녀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것.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모른다’가 아니라 ‘내가 한 경험조차 잘 모른다’가 결국 궁극의 명제가 아니었나 싶다.

루시가 막판에 아무리 ‘오, 윌리엄‘을 부르짖으며 촌철살인의 깨달음을 얻었어도, 윌리엄 같은 호랑말코에개는 측은지심도 과분하다는 생각. 새벽에 책 읽다가 혼자 열불나서 돌아가실 뻔.
___________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을 빼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신화이며, 신비롭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오, 윌리엄!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정연희 저

#오윌리엄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문학동네 #1인칭시점 #회고록 #이혼커플 #나가나를모르는데 #넌들나를알겠느냐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