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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문예 세계문학선 092 ㅣ 문예 세계문학선 92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서정적이면서도 무엇인가 불끈 솟아오르게 만든 작품 [마음]에 이어 나쓰메 소세키의 첫 장편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
먼저 읽은 작품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라서 깜짝 놀랐다. 도쿄제국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잡지에 1905년 1월 1편을 발표, 이후 대박에 나서 1906년 8월 11회까지 연재. 어찌나 인기가 많았는지 다른 작가들에 의해 수많은 아류작들 [나도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개이외다]등이 발표되었다고.
마치 만화영화 [톰과 제리] 시리즈 중 ‘톰이 주인공인 특별판’을 보는 느낌이랄까. 시트콤 느낌의 만화적인 상상력이 넘친다. 요즘 나오는 말장난 개그 같은 내용도 있고, 터무니없는 제목의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 영화 [아가씨]에 나오던 음란소설 낭독회를 준비하는 지인 등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웃지못할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1905년에 이런 작품을 썼고,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웃기는 내용 중간중간 주인공 영어선생이 자신의 직업을 비하하며 셀프디스 하는 장면은 저자 스스로를 그대로 투영하는 듯. 영국에 유학가서 공부하는 동안, 그리고 귀국하여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저자는 일본인으로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일본현지에서 인기를 끌던 개인주의적 서구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정부의 군국주의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군데군데 드러나기도 한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일본작가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것 같기도 하고.
조금 긴 소설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일본문학에 대한 지평을 조금 더 넓힐 수 있게 된 기회가 되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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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뭔가 알기 쉬운 것을 공부하고 있지 않은가요?”
“글쎄요, 지난번에 ‘도토리의 스터빌러티stability〔안정성〕를 논함과 동시에 천체의 운행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쓴 적이 있습니다.”
“도토리 같은 것도 대학에서 공부합니까?”
“글쎄요, 저도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어쨌든 간게쓰 군이 할 정도니 연구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하고 메이테이는 태연하게 빈정거린다.
코줌마는 학문상 질문은 능력 부족으로 단념한 듯 이번에는 화제를 바꾼다.
“화제가 바뀝니다만, 이번 정월에 표고버섯을 먹다가 앞니가 두 개 빠졌다고 합니다만.”
“예, 그 빠진 곳에 찹쌀떡이 달라붙어서요.”
메이테이는 이 질문이야말로 자기 영역이라고 갑자기 들뜨기 시작한다.
“칠칠치 못한 사람이네요. 왜 이쑤시개를 사용하지 않나요?”
“이번에 만나면 주의를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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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이라는 것은 기억하지 못해도 존재할 수 있다.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면서 자기는 끝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한테 죄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니 순진하여 좋기는 하나, 남에게 폐를 끼친 사실은 아무리 순진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김영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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