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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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같이 희고 완전무결한 사람만이 남들앞에 당당히 설 수 있고, 자신도 역시 그렇게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라는 신념 하나로 세상을 버티듯 살아오던 사람. 이런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신념과 다른 선택을 하게되면 대부분 본인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하고 부끄러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종종 목도한다.

우리 정치역사 속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실망했지만, 한편으론 그런 선택밖에 할 수 없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다. 그들을 몰아세운 서늘하고 맹목적인 양심, 왜 그런 양심은 항상 때묻지않은 사람들에게만 그렇게 철저하게 작동하는지.

그들이 그런 고민 끝에 마침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면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비난하기보다 ‘끝내 신념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한 사람’으로 측은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 일본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양심감수성이 민감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들이 최후의 순간에 하는 ‘각오’에 대해서도. 소설 뒤에 붙인 역자의 ‘순수한 탓에 안타까운 청춘의 초상’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1867년도에 태어난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 처음 알았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라고 말했다는데, 역시 이야기가 요즘 읽어도 촌스럽지않고 쫀득쫀득 긴장감 넘친다. 신문에 연재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는데, 그래서그런지 이야기 흘러가는 방식이 너무 재미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편을 보지않고는 견딜 수 없게하는 중독성이랄까? 내친 김에 다른 작품도 좀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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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나중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하는 거야. 나는 미래의 모욕을 피하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려는 것이지. 지금보다 한층 더 외로운 미래의 나를 견디는 것보다 지금의 쓸쓸한 나를 견디려는 거야. 자유와 자립과 자아가 넘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대가로 하나같이 이런 외로움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되겠지.」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양윤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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