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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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졸업 작품을 함께 만들었던 나가세, 다카미네, 모리, 시즈쿠는 어른이 된 뒤에도 같은 빌딩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묘한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나 빌딩 철거로 보석 리폼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나가세는 실직하고, 사업과 결혼생활을 정리한 다카미네는 무기력에 빠진다. 모리의 회사는 이전하고, 시즈쿠는 동성 연인과 살기 위해 외딴섬으로 떠난다.

소설은 마흔다섯 살이 된 네 사람의 현재에서 시작해 5년씩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들이 지나온 30년을 보여준다. 마침내 네 사람이 중학교 졸업 작품으로 물방울무늬를 선택했던 순간에 도착하면서, 그 문양이 이들의 삶과 관계를 관통하는 상징이었음이 드러난다.

친구들은 더 이상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지 못하고 저마다의 삶을 찾아 흩어지지만, 그들 사이의 우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보석이 새로운 모습으로 리폼되어 다른 누군가의 손에서 빛을 이어가듯, 네 사람의 관계도 거리와 형태를 바꾸며 계속될 것이다. 늘 곁에 있지 않더라도 서로를 연결하는 마음만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물방울이 지닌 의미는 꽤 상징적이다.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지만 그 본질까지 달라지지는 않는다. 물방울은 눈물을 형상화하기도 한다. 하나의 관계를 오래 지켜가기 위해서는 때로 눈물이 날 만큼 절박한 마음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물방울은 영원한 관계를 위해 각자가 흘려야 하는 눈물과 감수해야 하는 희생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눈물은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다. 묵혀두었던 감정을 흘려보내고 서로의 진심에 도달하게 하는 정화의 과정이자, 마침내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하는 카타르시스를 상징하기도 한다.

영원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힘을 준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종하는 현대사회에서 영원을 약속해주는 것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지속되는 영원을 기대하기보다, 형태가 달라져도 그 본질만은 변하지 않는 새로운 영원의 모습을 찾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기억은 물방울 모양》이 말하는 영원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머무는 상태가 아니다. 보석이 새로운 모습으로 리폼되고 물방울이 강과 바다와 구름을 오가듯,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역시 시간과 거리에 따라 모습을 바꾸면서 이어진다. 흘러가고 변해가는 것들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마음을 믿는 일, 그것이 불안한 오늘을 다시 힘내어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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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에 잠들어 있는 보석을 꺼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손에서 손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러면 형태가 달라져도 보석과 귀금속은 계속 남는다. 그건 내가 한 일이 영원히 남는다는 뜻이다. 난 ‘영원’에 닿고 싶다.

기억은 물방울 모양 | 데라치 하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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