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세월, 신념에 따라 당당하게 나아갈 수도 억울하게 짓밟히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있을 수도 없었던 한 제주 사내의 이야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을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실존했던 한국사의 한 장면을 내 피부가 찢기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혼란스러웠던 해방이후 미국과 소련 사이의 이념논쟁에 이용당했던 대한민국. 거기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발악하듯 죄없는 우리네 사람들을 들어먹고 찢어먹고 급기에 목을쳐서 죽창에 내걸어 전시하던 시절이었다. 몰랐던 사실들이 너무 많았고 어림으로 상상해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막힐 정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을 죽이고 헤치는 장면에 무뎌지고, 스스로 파괴되고 있다는 절박감이 엄습해오는 상황이라면. 내 총구 앞에 내 죽창 앞에 서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앞에 씌인 망령들을 걷어내야 했거늘. 그런 여유도 이유도 찾지못했던 불행한 시절이었다. 아니, 스스로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만들었던 모든 것들이야말로 우리를 괴롭힌 악의 근원이었을 것이다. <화산도> 이후의 이야기가 <바다 밑에서>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주문해두었다. 이방근 자실이후 1년쯤 지난 시점, 일본으로 돌아가있는 남승지 주변의 이야기라는데,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12권의 장편대하소설을 읽고나니 제주도가 그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어느 곳을 바라봐도 눈물부터 날 듯 싶고. 그전과는 다른 의미로 제주에 가고싶다.#화산도 #김석범작가 #화산도완독 #보고사 #제주43 #제주43항쟁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바다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