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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런 허풍선이 떠돌이 세일즈맨 아버지를 가졌다면 나는 절대 참지 못했을거 같은데— 사실은 읽는 내내 불편했다. 젊어서 어머니에게 가정을 내맡기고 천천히 차를 몰아 여기저기 다니며 동네 일 다 참견하며 세일즈하고 돌아와 집안에선 무기력하고 왜소해지는 아버지라니. 거기다가 느즈막히 병을 얻어서야 집안에 머물며 알 수 없는 농담에 아재개그만 날리는 중년의 남자라면. 아 짜증 폭발.
작품 속 화자가 아들이라서일까? 아들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를 신화 속의 영웅처럼 상상한다. 무슨 일이든 척척 해결하고 온갖 모험 속에서 살아남는. 그러나 화자가 딸이었다면? 아마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아주 오래전에 극장에서 영화로 먼저 봤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도 ‘이게 뭐지?’ 싶어서 찝찝했던거 같기도. 이런 류의 허풍스런 인물이나 환타지적인 전개는 내 스타일이 아닌걸로.
‘아버지’를 주제로 한 작품 중에서는 역시 ‘아버지의 해방일지’만한 것이 없는것 같다. 한국인이라서 그런가? 이런 정서는 좀 불편하다. 막판에 제인이라는 여자와의 관계를 환상적으로 미화한 부분에선 화가 날 정도. 신비롭게 그려서 그렇지 사실은 현지처랑 뭐가 다른가. 명성에 비해 공감하기 쉽지 않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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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속 걷는다. 어두컴컴한 데서 앞을 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눈앞에 집이 나타난다. 집이다. 그런 것이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운 진흙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똑바로 서 있는지 믿을 수 없지만 그것은 오두막도 아니고 분명히 집이었다. 작긴 했지만 사방에 벽이 있고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집에 가까이 갈수록 물이 빠지면서 땅이 굳어지고 그가 따라갈 수 있는 길이 나왔다. 그는 내심 미소 지으며 생각한다. 이제 길이 없으리라고 단정 지을 때, 그리고 더 이상 길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순간에 길이 나오다니, 참으로 재미있고 또 참으로 인생살이 같다고.
빅 피쉬 | 다니엘 월러스, 장영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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