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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평점 :
조선시대 천한 광대 신분으로 예술혼을 불태우며 진정한 소리꾼이 되기위해 분투하는 이날치의 이야기.
노비 신분을 숨기고 어린 나이에 광대무리에 끼어들었으나, 돈에 팔려 양반에게 피를 빨리며 착취당했다. 소리를 배울 수 있게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를 내주었으나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구출되었다.
신분 때문에 인생이 꼬인 또 한 명의 인물. 공주의 낙점을 받아 부마가 되어 출세길이 막혔을 뿐만 아니라 은애하던 여자와도 아어질 수 없었던 기구한 젊은이의 이야기도 얹어져있다.
심지어 부인이 된 공주마저 일찍 죽어버려 그는 남자임에도 ‘미망인’이 되어 재가도 할 수 없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답답한 팔자가 되어버렸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아리따운 장님 곡비 백연이 등장해서 운명적인 삼각관계가 만들어지고, 질투와 오해가 빗어내는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줄줄 아어진다.
‘이날치’라는 인물이 19세기에 실재로 존재했었던 인물이었던 듯. 흥미로웠다. 중간중간 각 지역 방언들이 상당히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사용된 것도 재미있었고, 심청전, 춘향전 등 판소리 구절들이 꽤나 상세하게 인용되어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자료조사를 정말 많이 하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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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저는 천인입니다. 나이도 많습니다.”
“내 나이도 겁나 많으.”
“월사금을 낼 형편이…… 못 됩니다.”
“남 돈 받을 맴, 나두 읎어부러.”
“염치없사오나…… 거두어만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어르신!”
눈앞의 명창마저 저를 밀어낸다면 끝을 내겠다, 날치는 다짐했다. 삶을 더 이상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정 갈 데가 읎으면 여서 동절이나 나불등가.”
“참말……이십니까!”
“시방도 콱 디져뿔까 말아뿔까 그 생각 안 혔냐? 쌩목숨 내버리는 꼴은 못 봉께 여 있으란 거여. 근디 거 하난 확실히 혀. 뭐슬 갈켜달라 구찮게 헐 것 겉으면 당장 가뿌러. 내는 누굴 갈키고 으짜고 그럴 깜냥이 안 되븡께.”
“감사합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땡그라랑…… 돌연 날치 앞에 빈 호리병 하나가 떨어졌다.
“여는 느 몸 하나 간신히 뉘일 방만 있응께 군식구까진 몬 들여야.”
“예?”
“워떤 잉간인지 느 명치에 떡허니 앉어 있응께 당최 슬퍼서 더는 몬 듣겄어야. 엿장수도 느보단 신나겄다 이 말여. 긍께 여 넣고 가끔만 애달파혀, 잉?”
이날치, 파란만장 | 장다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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