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인의 위기 중에서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불안’이 아닐지.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만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또한,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정의했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다양한 종류의 불안 중 사회적 지위(status)와 관련된 불안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즉, 경제적 성취 정도에 의해, 즉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위가 구분되기 시작한 시기, 그 시점부터 인간은 새로운 불안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다. 저자는 세상의 눈으로 본 자신의 가치나 중요성에 의해 불안이 촉발되는 것으로 보았다.

알랭 드 보통은 그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총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이런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그는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을 제시했다. 실제 세계여행이 불가능하다면 예술작품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라는 다섯가지 키워드로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1. 철학의 측면에서

지적인 양심이 이성의 힘으로 외부에서 행해지는 평가를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2. 예술의 측면에서

예술적 매체들이 드러나지 않은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도움을 주며, 우리의 공감능력을 확대시킨다. 비극은 사람들이 타산지석 삼아 본인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방식으로, 희극은 잘난 사람들을 풍자하며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고 조절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3. 정치의 측면에서

현재의 지위불안을 이데올로기의 정립과 사회개혁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4. 기독교의 측면에서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을 기독교적인 죽음의 경고(memento mori)로 승화시켜 세속적인 삶에서 영적인 삶으로 해결하게 도와준다.

5. 보헤미아의 관점에서

주류문화와 대항하며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취하는 것도 불안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류문화와 갈등하면서도 자신 있게 살아가려면 우리의 직접적인 환경에서 작동하는 가치 체계, 우리가 사교적으로 어울리는 사람들, 우리가 읽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보헤미안들의 통찰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역사, 문화, 경제, 철학 등에 걸친 지식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늘상 개인적인 소소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읽어왔던 터라 이번 작품은 상당히 스케일이 커져서 당황스러웠을 정도. 요즘같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불안’을 이기기 위해서는 이 정도 스케일쯤은 되어야 설득력이 있다는 반증인건지.
_______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불안 |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저

#불안 #알랭드보통 #은행나무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