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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9월
평점 :
장애인 인권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같은 책들은 저자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살면서 겪은 부당한 일들과 일반인들이 알게모르게 저지르고있는 잘못이 대해서 각성하게 하는 좋은 경험이 되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졸업 후에 야학에 뛰어들어 장애인들과 함께 오랜시간을 보내고 나와서 본격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사람, 고군분투하며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다. 세월호 트라우마를 겪는 가족이나 생존자, 장애인, 무차별 도살되는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 속에서 다르고 있는 대상들도 다양하다.
그녀는 사람들이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거기서 떠올리는 생각이 다르고 그 이면에 있는 무엇인가를 서로 다르게 보는 현실에서 세계를 보는 나름의 시각을 깨닫는다.
우리 각자는 자기만의 우물 안에서 살아오고 있기 때문에 나와 너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세계관이란 나의 우물이 어디쯤에 있고 다른 이들의 우물과 어떻게 다르게 생겼는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나와 다른 우물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들이 보는 세상은 어떠한지, 어떻게 꺽이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 우리가 알고있는 세상 역시 나만의 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각성하고 좀 더 넓은 세상과 만나서 이를 넓게 확장할 것을 촉구한다.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도축되는 동물에게까지 관심을 갖고 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솔직히 어떻게 이런 세계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묻는다면 아직 나는 자신이 없다. 작가의 말처럼 ‘안다’는 것과 ‘감당한다’는 것 사이에는 큰 강이 놓여있다. 그래도 일단은 나의 우물 밖 세상의 존재에 대해서 알려는 노력,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려한다. 부끄러움과 충격을 감내하면서 계속 내 밖의 세상에 대한 책을 읽으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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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싸웁니까?”
그녀가 대답했다.
“싸운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뼈가 저리도록 처절하게 알지. 그래서 싸우는 사람들의 곁을 떠날 수가 없어.”
그땐 몰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두 문장 사이에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떠났다. ‘안다는 것’과 ‘감당한다는 것’ 사이엔 강이 하나 있는데, 알면 알수록 감당하기 힘든 것이 그 강의 속성인지라, 그 말은 그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부단히 헤엄치고 있는 사람만이 겨우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신영복은 ‘아름다움’이 ‘앎’에서 나온 말이며, ‘안다’는 건 대상을 ‘껴안는’ 일이라 했다. 언제든 자기 심장을 찌르려고 칼을 쥔 사람을 껴안는 일, 그것이 진짜 아는 것이라고.
그냥, 사람 | 홍은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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