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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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이 쓴 에세이는 오래 전에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읽었던 것이 전부다. 그 이전에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도 접해 본 적 없었고, 그래서 평소에 어떤 식으로 말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딱 에세이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아, 이런 사람이구나’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있는 사람이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전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이 여전히 그대로였다. 참 담백하고 솔직한 사람, 오롯이 ‘살기위해서’ 버티는 것이 체질이 되어버린 사람이구나 싶다.

요즘 니체를 읽고있어서 그런지 이번 책에서 허지웅이 니체를 언급한 부분에 눈길이 갔다. ‘삶의 밑바닥에서 괜찮다는 말이 필요할 때’ 그는 니체를 다시 읽는다. 역시 버티고 이기는 사람이라 니체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니체의 주요 개념 중에서 운명애(아모르파티)와 영원회귀를 설명하면서 니체의 찌질한 삼각관계 연애이야기를 한 부분이다.

엄청난 사랑과 배신의 역풍을 견디고 나서 그 참옥한 밑바닥에서 니체는 기어이 필생의 저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썼다. 그가 책 속에서 영원회귀를 말하면서 떠올렸을 루 살로메. 그는 그녀로 인해 고통을 겪었고 끔찍하고 참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마저 모두 부정될 수 있는 것인가. 삶의 가장 기쁜 순간을 반복하기 위해서라면 가장 추악한 순간마저 얼마든지 되풀이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니체는 차라투스트라가 되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그것이 삶이었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다시 한번!‘을 위치는 니체의 얼굴을 생각하며 슬며시 다운됐던 마음을 비척비척 일으키는 허지웅씨 모습이 떠오르는 듯 하다.

니체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 한 번 더 등장하는데, 바로 길거리에서 심하게 매질당하는 말을 끌어안고 소리지르며 정신을 잃고 쓰려진 후 미쳐버리고 결국 몸저누워 세상을 떠난 철학자 니체의 모습을 담은 부분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라는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문 중에서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설명하면서 허지웅은 마부에서 학대받는 말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던 니체를 떠올렸다.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니체의 언어로 말하자만 ‘초인’ 즉 ‘워버멘쉬’다. 위버멘쉬는 영원회귀와 아모르파티를 실천하는 사람, 이 삶이 영원히 똑같이 반복된다 할지라도 주체적으로 끌어안고 긍정하며 살아내는 사람이다. 따라서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란 자기 삶을 향한 주체적인 긍정으로부터 나온다.

니체는 평생 마부에게 학대받았을 말을 보면서 그런 삶조차 긍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에 관해 생각하며 그는 대신 맞아주기 위해 말을 감싸 안았던 것이다. 영원회귀고 아모르파티고 위버멘쉬고 그 길에 이르는 처연함에 관해 누구보다 예민하게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읽은 세 권의 책에서 이 대목과 비슷하거나 직접 언급된 내용이 있어서 서로 연관되는 느낌이라 흥미로웠다.

마흔에 읽는 니체 | 장재형, 최재훈 저
죄와 벌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김연경 저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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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의식과 결별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로 결심하라는 것. 무엇보다 등 떠밀려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게 아닌 자기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고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라는 것. 오직 그것만이 우리 삶에 균형과 평온을 가져올 것이다.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내가 듣지 못했던 말을 모두 털어냈다. 나는 앞으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갈 생각이다. 포스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바라며.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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