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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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하고 색채가 없는 것 같은 사람. 누가 뭐라고 찔러대도 '아, 그렇습니까?'하고 가만 상대를 쳐다보고만 있을 것 같은 사람.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시간이 되면 제깍 책상에 앉아서 자기 글쓰기에만 빠져있을 것 같은 사람. 한결같은 사람. 그래서 강함이 조용히 뿜어져나오는 사람.

나에게 하루키는 그런 사람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가 누구인지 아주 쉬운 언어로 그러나 뚜렷하게 그를 설명한 책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느낌만 부여잡고 있었다면, 이 책을 읽고난 후 좀더 구체적으로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읽으면서, 읽고나서 오히려 책을 붙잡고 있던 시간보다도 더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난해함, 그래서 은근 하루키에게 부화도 내보고 짜증나는 마음도 있었던게 사실이지만, 지나고나서 보면 늘 그 전보다 조금 더 그를 마음속에 크게 그리고 있던 나를 본다.

단단하고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색채를 밀고나갈 수 있는 힘을 갖고싶다.

한 해를 새롭게 맞이해야 하는 시점이 읽은 하루키의 글은 내 마음 한구석에서 무엇인가가 불끈 솟아오르게 하는 힘을 주었다. 사랑해요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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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내 작품이 간행되고 그것이 설령 혹독한─생각도 못 할 만큼 혹독한─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뭐,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할 만큼은 했다’는 실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 작업에도 양생에도 진득하게 시간을 들였고, 망치질에도 충분히 시간을 들였다는. 그래서 아무리 혹독한 비판을 받아도 그것 때문에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는 일은 일단 없습니다. 물론 약간 불쾌해지는 정도의 일은 가끔 있지만,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시간에 의해 쟁취해낸 것은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시간에 의해서가 아니면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만일 그러한 확신이 내 안에 없었다면 아무리 배짱 좋고 태평한 나라도 어쩌면 침울해졌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똑 부러지게 했다’는 확실한 실감만 있으면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습니다. 그다음은 시간의 손에 맡기면 됩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신중하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은 곧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양윤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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