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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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게 과연 무슨 소린가 한참 생각했다. 수학과 물리학의 세계는 정말 멀고도 험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낀 계기가 됐다고 해야하나.

물리학자들 사이에 벌어졌던 학문적인 논쟁을 중심으로 각 인물들의 성장과정과 주장해는 이론들의 대략적인 설명, 그리고 둘 사이에 첨예하게 대치되는 쟁점들을 소설처럼 긴장감 넘치고 흥미롭게 기술했다. 처음엔 소설인가? 했다가 인물들 이름 검색해보니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논쟁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블로그나 과학잡지 혹은 신문기사들이 꽤 있어서 함께 참고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 보어와 아인슈타인 이야기.
닐스 보어가 원자모형을 발표하고나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원자 안에서 전자의 진동수와 세기를 알아낼 수 있는 행렬역학을 만들어 내지만, 계산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여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때 비슷한 시기에 에르빈 슈뢰딩거가 '파동방정식'을 발표한다. 계산과정은 반대인데 그 결과는 하이젠베르크와 같았다. 그러나 사실 슈뢰딩거도 '왜 전자가 궤도를 뛰어넘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고, 그가 묘사했던 파동은 의미가 없어졌다. 하이젠베르크는 원자란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전자의 위치는 알 수 있지만 운동성은 측정이 되지 않는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한다.

한편, 보어는 자신의 이론인 '상보성의 원리(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하면 전자가 너무 빨리 움직이니 전자의 위치를 측정할 땐 운동성은 배재한다는 것)'를 주장하며 하이젠베르크와 논쟁한다.

아인슈타인은 보어의 이론을 비판하며 공세를 가했지만, 보어의 이론에서 모순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승복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러나 여전히 양자역학은 과거 고전물리학 시대에 모든 것이 명확했던 세계를 모호하고 불확정성이 가득한 세상으로 바꿔놓은 것은 분명한듯 하다.

또 하나 재미있던 이야기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인 복잡한 미분방정식을 정확히 풀어낸 슈바르츠실트 이야기.
그때 상황을 영화처럼 재구성해서 보여주는데, 정말 긴장감 있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검색해서 알게된 사실을 포스팅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인용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15년 11월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질량과 에너지가 있으면 시공간이 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 내용은 장방정식이라는 매우 복잡한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됐고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이 방정식의 정확한 해는 풀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독일군 중위 카를 슈바르츠실트는 러시아 전선의 포화 속에서 한 달 만에 이 낯선 장방정식의 정확한 해를 발견하고 그해 12월 22일 아인슈타인에게 알리지만 이듬해 병사하고 만다. 이 해가 바로 수학식으로 표현된 블랙홀이었다.

104년 전 아인슈타인의 예측과 슈바르츠실트의 계산이 맞았다—인류 최초의 블랙홀 촬영, 그 방법과 의미, 주간동아, 제1185호, 2019.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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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다. 뒤로 갈수록 허구의 비중이 커진다. 「프러시안블루」에는 허구적 부분이 한 군데밖에 없는 반면에 뒤에서는 더 자유분방하게 쓰되 각 작품에서 다루는 과학 개념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심장의 심장」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모치즈키 신이치의 경우는 독특하다. 나는 그의 연구에 나타난 특정한 측면에서 영감을 얻어 알렉산더 그로텐디크의 정신을 들여다보았지만 이 책에서 서술하는 모치즈키와 그의 일생, 그의 연구는 대부분 허구다. 이 책에 실린 역사적·전기적 자료는 대부분 다음의 책과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 벵하민 라바투트, 노승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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