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리는 현대사 쟁점
박태균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평점 :
예약주문


표지에 쓴 말처럼 정말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린다. 현대사 문제는. 5.16이 쿠데타라는 당연한 사실이 혁명으로 둔갑하는 판이니. 객관적인 역사가 있을 수 없다지만(역사가의 해석이 들어가니까), 그렇다고 해서 역사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한다면 그건 역사가 아니다. 5.16이 쿠데타가 된다고 해서, 박정희 시대에 있었던 경제성장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거참.

 

책 정말 잘 읽힌다. 아마 저자는 직접 말할 때도 이렇게 쉽게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내용은 알차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실들을 쉽게 설명하면서도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예를 들어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길 때 늘 거론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고 설명하면서도, 그 조약 초안에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써 있다는 몰랐던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정병준의 책을 읽으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안내까지 해준다.

무슨무슨 어버이회 참전용사회 같은 곳에서 혈맹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흔히들 이승만과 미국은 사이가 좋았을 것 같고, 그래서 혈맹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승만과 미국은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심지어 미국이 이승만 제거 계획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그 근거가 되는 편지부터 두 나라의 첨예한 대립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준다.

 

박정희를 다룬 부분도 재미있다. 박정희 하면 경제성장이 곧바로 떠오르고, 그래서 이 시대의 명과 암을 살피고, 박정희 공과를 함께 살피는 게 객관적인 역사라고 다들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마치 박정희 시대에는 당연히 엄청난 경제성자을 했을 거라는 걸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제사를 깊이 공부한 사람 답게, 당대의 경제지표를 가지고 마냥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IMF 경제위기의 씨앗이 이때부터 자라왔다고 말한다. 경제사하면 무척 어려울 것 같은데, 전문적인 내용을 소화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게 쉬울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현대사 책을 여럿 읽었지만, 대부분 저자의 주장이 많아서 어떤 게 사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좌익 교과서니, 뉴라이트 필독서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이념과는 무관한 팩트로만 엮었기 때문이다. 우리 근대사도 이렇게 정리해주면 좋겠다. 그 시대야말로 정말 팩트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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