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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큰 사건이 아니면 알려지지도,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 큰 사건들은 생활고에 지친 주부, 쪽방촌의 노인, 공장에 다니던 20대 여성 중 누군가가 큰일을 당했을 때다. 어느 사장이 몇억을 해먹었고, 어느 장관이 리베이트에 연루되었다는 둥의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겪는 큰일과 사뭇 다르다.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현직 기자들이 위장취업이라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겪고 쓴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한 달 후면 다시 기자라는 정규직에 있을 사람의 노동과 오늘 저녁의 식비와 전기세, 방값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노동은 질적으로 다르다. 그저 몸이 힘들고, 억울하고, 안쓰러운 마음은 가난이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가난이 뭔지 모른다. 그런 내게 적어도 최저생계비, 우리 사회의 모순을 생각하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식당에 가면 유독 한번에 시키지 않고 하나 가져오면 다음 거 주문하고, 다음 거 주문하면 또 다음 거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안해서라도 그렇게 못하는 내게 그들은 “내가 내는 밥값에 서비스 가격이 들어있는 거라고”라고 말한다. 그 서비스 가격은 아줌마가 아니라, 사장님이 가져가는 건데 말이다. 시급 4000원의 아줌마의 최저생계비는 사회가 챙겨야 하는 거란다. 그 사회라는 게 우린인데 말이다. 띠지 카피처럼 나는 첫 번째 글부터 “울면서 읽었다.” 식당 일을 하시던,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계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약은 약국에 있는데, “우리 아들 누구 꺼”라고 물으며 즐거워하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마트에선 동생들을 보았고, 마석의 가구 공장과 난로 공장에서는 삼촌과 아버지들을 만났다. 이렇게 일반화할 수 있는 건, 이 책을 쓴 기자라고 하더라고 그 자리에 서면 누구나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궁을 들어내는 한이 있어도 시급 4천 원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억울하고 분한데 고향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참아야 하고, 나와 같은 처지의 반장을 생각하며 야근을 해야 하는 현실은 그대로다. 그리고 다들 먹고 살기 바빠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현실도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