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액체다. 가고 싶은 대로 흐른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같다가 역행하기도 하고 넘치기도, 말라버리기도 한다. 때로는당장이라도 데일 듯 뜨겁다가 한순간에 얼어붙기도 한다. 그렇게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를 마음의 흐름을 간수하는 방법은 딱히 없다. 그럴 때는 그저 이런 기도를 하게 된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세요."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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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잔걱정 때문에 일상이 피곤해지는 건 다른 얘기다. 걱정은 삶을 거들 뿐 삶을 방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박 장애나 불안 장애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은 불안과 강박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생명에 지장을 받는지의 여부다.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화재를 걱정하느라 하루에 몇 번씩 가스밸브를 확인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가 그 행동을반복하면서도 정상적으로 출근하거나 끼니를 챙겨 먹는 등 일상생활과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면 그는 조금 유난스러운습관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가스 밸브를 확인하느라 할일을 못 하고, 기본적인 일상생활마저 지장을 받거나 생명에 위협이 가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성향이나 습관이 아닌 장애로분류될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습관에 대해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은 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 여기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라면 충분히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로 했다. 그 시간을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보면서 부디 그 시나리오만큼만 되지않기를 바라게 됐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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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줄기차게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해 모른다.
정체성은 우겨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묻어나는 것이다.
아이고, 이제야 조금 알겠다. 솔직함 역시 우겨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묻어나는 것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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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본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다. 말인즉슨, 그는 우리를 대변한다. 일을 미루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를 회피하는 캐서본 씨의 습성(스스로를 보호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좌절시키는 습성)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캐서본 씨라는 캐릭터를 만든 장본인도 틀림없이 공감할 것이다. 엘리엇은 꾸물거리는 예술가 중에서도 여왕으로 꼽힌다. 엘리엇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30대 중반에 이르러서인데, 그마저도 친구들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닦달한 뒤에야 시작한 것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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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가 카오스와도 같은 우리의 삶을 정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내가 리스트를 만드는 건일을 해치우는 것과 전연 관계가 없다. 정확히 그 반대다. 나는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취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러므로 리스트에 적어둔 목표를 성취해야 할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기 때문에 리스트를 좋아한다.
리스트 만들기, 리스트 붙여놓기, 리스트 잃어버리기, 잃어버린 리스트를 찾아서 오후 시간 보내기, 전부 리스트에 있는 일을설제로 끝내는 데 쓸 수도 있었을 시간이다. 이게 바로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투두 리스트에 중독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이유는, 해치워야 할 일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리스트에 있는일을 실제로 해치우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울 때가 많다는 점이다.
원래 의무에 이름을 붙이는 게 의무를 다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난법 아닌가.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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