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가 카오스와도 같은 우리의 삶을 정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내가 리스트를 만드는 건일을 해치우는 것과 전연 관계가 없다. 정확히 그 반대다. 나는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취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러므로 리스트에 적어둔 목표를 성취해야 할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기 때문에 리스트를 좋아한다.
리스트 만들기, 리스트 붙여놓기, 리스트 잃어버리기, 잃어버린 리스트를 찾아서 오후 시간 보내기, 전부 리스트에 있는 일을설제로 끝내는 데 쓸 수도 있었을 시간이다. 이게 바로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투두 리스트에 중독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이유는, 해치워야 할 일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리스트에 있는일을 실제로 해치우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울 때가 많다는 점이다.
원래 의무에 이름을 붙이는 게 의무를 다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난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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