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베를린 - 분단의 상징에서 문화의 중심으로
이은정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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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베를린 하면

<비긴어게인3>에서 이적이 베를린 공원에 앉아 강산에의 <라구요>를 부르는 장면이 떠오른다.

공원의 밝은 햇살과 자유로운 분위기의 베를린 공원은 오래전 류승완감독의 영화 <베를린>에서 봤던 우울하고 스산한 비와 밤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그 노래를 꼭 부르고 싶었다던 이적의 마음 정도만 알 것 같은데

훨씬 어린 가수들은 어떤 감정으로 그 노래를 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기억은

작년 겨울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독일에서 기증했다는 베를린장벽의 콘크리트 잔해들을 보면서

먼 곳의 잔해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가볍지 않아서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조각 조각의 기억이 전부인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분단국에 살면서 통일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아무 생각도 없었다는 자각으로 조금 부끄러워졌다.

 

지금 국회에서 진행되는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타협의 방식은 상당히 치졸하고 피곤하단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타협은 각자의 최선에서 차선으로 한발자국 물러서야 하고 그래야 최악을 피할 수 있다.

한국전쟁의 최악을 경험한 독일은 그 밑거름으로 정치적으로 차단된 상황에서도 교류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합의점에 도달하고자 하는 각자의 방식을 존중했다.

통일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생각하면 갈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이다.

토요일 오후 읽을거리를 찾던 초등6학년 딸아이가 후루룩 읽었다기에 몇 마디 인터뷰를 시도해 본다.

나: 이 책의 한 줄 소감은?

딸: 민간교류가 통일에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완전히 단절되지 않고 계속 연결되어 있었던 점이요.

나: 그럼 우리의 통일은 어떤거 같아?

딸: 통일이 낯설어요. 원래 다른 나라 같아요.

나: 그럴 수 있지. 엄마도 낯설어. 그래도 통일되면 좋지 않을까?

딸: 통일이 되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나: 맞아. 당장은 먼 일처럼 느껴진다. 독일도 많이 혼란스러웠대.

당장 통일은 어렵겠지만 단절되서 전혀 교류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은 엄청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

딸: 그건 그래요. 북한에 자유롭게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 엄마는 부산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고 싶긴 하다.

딸: 그럼 유럽까지 그냥 갈 수 있겠네요. 그건 참 좋겠어요.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독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분단 30년 통일 30년의 독일

분단 70년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고,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합의‘라는 표현방식이 그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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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왕 이채연 창비아동문고 306
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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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다부진 표정과 씩씩한 자세가 채연이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푸른색 잔디구장과 노란 유니폼도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렇듯 이야기는 시종 활기차고 유쾌합니다.

큰아이가 채연이와 같은 6학년 여학생이라 채연이의 고민이나 생각들이 우리 아이와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아이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네요.

3학년인 작은 아이는 축구하러 학교가는 운동이 세상 전부인 남자아이입니다.

늘 땀냄새 가득한채로 학교를 다니는데 그런 아이의 마음도 좀 이해가 됐어요.

소설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실제로 여자축구부를 지도한 유우석 선생님이 글을 쓰셨다고 합니다.

사실 드라마틱한 우승기가 아니여서 승부에 대한 스토리가 아니여서 승부에 집착하는 작은 아이는 이야기가 좀 심심했대요. 아이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되구요.

저는 채연이의 성장소설로 이해하니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편견없는 시선과

승부보다는 즐기는 스포츠로 학교체육이 자리잡히는 과정인거 같아 신선하고 즐거웠습니다.

어머니축구단과의 경기는 평생스포츠의 건강한 가치를 보여준거 같아요.

직업인으로서의 운동이 아니라 협동과 리더쉽을 배우고 함께 땀흘리는 가치를 배운다는 점에서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운동의 긍정적인 역할을 본 것 같아 좋았습니다.

채연이가 축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남자아이들을 이해하게 되었듯

시선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바꿔가는 일은 작은 시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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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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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구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권정생 작가님의 단편에 그림을 입혀 새롭게 태어나는 창비시리즈의 6번째 이야기입니다. 어디서든 권정생 작가님 책을 만나면 발길을 멈추고 열어보게 됩니다.  

권정생 작가님을 생각하면 문학적 존경과 개인사의 안쓰러움이 공존해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정순희 화가님이 저의 그런 마음을 아셨을까요? 작품을 넓은 품으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정순희 화가님이 경북 영천이 고향이고 권정생 작가님이 경북 안동에서 사셨으니 권정생 작가님이 그렸던 그 시절의 만구아저씨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고추 판 돈을 들고 막걸리 한 잔 걸치시고 진달래가 활짝 핀 산길을 걸어오는 모습이라든지

빗자루를 닮은 톳제비(도깨비)들의 선한 얼굴과 올망졸망 귀여운 움직이라든지

보라색 꽃 무늬의 통치마를 받아들고 요리조리 대어보시던 아주머니의 표정이라든지

어느 한 장면도 버릴 게 없습니다.

톳제비들이 지갑 속의 돈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현실의 팍팍한 물질주의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평생을 무소유로 사셨던 권정생 작가님의 메시지이기에 짧지만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따뜻한 추억여행으로 오래 두고 읽을 책으로 추천합니다.     

 

 

만구 아저씨는 기분이 썩 좋았습니다.
오늘 장날, 고추 한 부대를 팔아 막걸리를 한 잔 마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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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감이여 - 충청도 할매들의 한평생 손맛 이야기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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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감이여>는 충청도 사투리의 제목과 귀여운 일러스트레이트가 먼저 눈길을 끕니다.

표지 뒷면에 <백년식당>의 저자 박찬일 셰프의 추천사가 나오는데

특유의 느리지만 따뜻한 느낌으로 할머니들을 응원합니다.

51명의 충청도 할매들은 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웁니다.

때론 받아쓰기가 떨리고 자꾸 잊어버려서 속상하기도 하지만

한글 배우는 일이 누구보다 즐거우시다고 죽는 날까지 공부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전쟁으로 학교가 문을 닫아서, 여자라서 공부하지 못했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내다 보니 자기 인생을 돌볼 시간이 없었던 거지요.

배운 우리는 할머니들의 고백에 조금은 미안하고 많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할머니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나는 혼자 웃다가 마음이 아프다가 그랬어요.

그러나 사실 내용은 매우 아기자기 하고 재미있습니다.

내가 하면 다 맛있다는 세월에 쌓아온 자신감도 있구요.

아이들 먹일 마음에 힘든줄 모른다고 하는 우리네 엄마들 마음도 고스란히 있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도서관봉사자들이 채록하고

할머니만의 요리법을 할머니들이 또박또박 직접 쓰셨어요

그 요리법에 청소년들이 상세한 삽화를 넣어서 책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여러 세대가 함께 동참해서 만들어낸 의미있는 작업이란 생각입니다.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즐겁게 한글공부하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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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2 - 검은 땅의 주인 창비아동문고 30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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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이 수사자 심바의 성장기라면 푸른 사자 와니니는 암사자 와니니의 성장기예요

어린 시절 심바의 성장기를 기억하는 어른이라면 와니니의 모습에서 심바가 떠오를텐데 읽다보면 어느새 심바의 스토리와는 다른 와니니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딕딕, 회색관두루미, 붉은머리베틀새, 바위너구리 같은 낯선 동물들이 나오면 아이와 같이 검색해서 찾아보면서 어느새 우리는 세렝게티 초원에 와 있었어요.

아이는 특히 사냥꾼의 마음을 좋아했어요. 와니니가 사냥을 할 땐 굉장히 집중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무리에서 뒤쳐지거나 시선을 딴곳에 팔고 있는 초식동물들이 주로 와니니 무리의 레이더에 포착되면 와니니가 몸을 숨기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려요. 말하지 않아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초원의 어떤 동물도 자기의 목숨을 쉽게 내주진 않기 때문이래요.

비가 오지 않는 계절을 견디고, 인간들이 검은숲을 만든 시련도 견디고 어느새 와니니는 물속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서 할머니와 엄마의 모습, 우두머리 암사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와니니의 성장기를 읽으면서 아이는 너무 즐거워합니다. 와니니가 멋지고 즐거우니 되었지요.

와니니는 왜 멋진거 같아? 그랬더니 사냥도 잘하고~ 어린 암사자도 잘 챙기고~ 친구들을 따돌리지도 않고~ 검은땅의 주인이 되어서랍니다.ㅎㅎ 아직은 우리편이 이기면 무조건 좋아하는 초3의 답변다웠어요. 그러나 아이의 대답 속에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이 모두 들어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약한 자들이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면서 위로받는 함께의 가치.

와니니 무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주신거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사자들과 함께 어둠이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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