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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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시고 이삼년쯤 지났을까?
주기적으로 점사를 본다는 회사친구에게 이끌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점을 보러 갔다.
당시 나는 이십대였기에 무엇보다 연애운이 가장 궁금했던 터.
자세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으스스한 점집의 분위기와 무당아주머니의 카리스마에 제대로 주눅이 들어 아빠가 최근에 돌아가셨다는 것, 나의 연애상황 등 개인사를 줄줄이 보고 드렸다.
무당아주머니는 아빠의 영혼이 구천을 떠돌고 있고 지금 자신 옆에 계시다며 굿을 해서 좋은 곳으로 보내드려야 한다고 계약금?을 요구하셨다😓
뭐 어찌어찌 잘 해결하긴 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호된 경험을 끝으로 다시는 점집을 찾지 않는다.


그렇게 내가 무당을 만난 경험은 흑역사를 남겼지만 가족들과 주기적으로 점사를 보는 내 친구는 조금 달랐다.
비유하자면 마음이 힘들때 심리상담사를 찾는 느낌이랄까?
그뿐 아니라 음식을 해서 맛보시라고 가져가기도 하고 식사시간이 되면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무당이란 신과 인간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 특별한 존재라는 선입견이 깨지고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이웃일 뿐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MZ세대 무당 홍칼리
힌두교.기독교.불교.이슬람교.증산교 등 다양한 신자들이 방문한다는 신당에는 여러 종교를 끌어안는 짬뽕 무당이자 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지향인 홍칼리가 있다.
범상치 않은 이력의 그녀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우리가 일정 부분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차별과 인정, 자본과 분배, 기후와 생태 등 자신의 삶과 돌봐야 할 존재를 책임지려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연대하며 살아간다.


세대도 젠더도 지향점도 다른 무당 6인을 인터뷰한 여섯 빛깔 무당이야기.
이 책을 픽할 당시는 점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연이나 에피소드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을거라 추측했다. 그런 나의 예상을 깨고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억울한 존재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 끝없이 공부하는 진지함이나 굿이 끝나면 뒤풀이로 노래방으로 향하는 모습 등 그들의 묵직한 고민이나 소박한 삶을 좀더 깊이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무당이 하는 일의 핵심은 개인의 과거와 미래를 맞히는 데 있지 않다. 무당은 세상의 좁은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사연에 담긴 고통을 주워 담아 한을 푸는 존재, 소음처럼 들리는 말들을 한데 모아 위로하는 존재다. 무당의 영험함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P.194)


※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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