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하우스는 자연석으로 벽을 세우고 집으로 지붕을 이은 전통적인 가옥 형태였다.사람의 거처는 물론 축사 역할도 했다.큰방의 돌로 된 바닥 한가운데에서는 밤낮으로 토탄이 탔다.그런 탓에 큰방은 기관실이라고 불렸다.굴뚝이 따로 없었던 터라 연기는 짚으로 된 지붕 사이사이 구멍으로 천천히 빠져나갔다.연기가 잘 배출되지 않는 집 안에서는 항상 그을음이 가득했다. (P.25)스코틀랜드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 최북단에 위치한 루이스 섬.어딘가 모르게 폐쇄적이고 고립된 이 섬은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 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굴뚝 없는 블랙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짧은 수명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고 그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변에 밀려온 잡동사니를 팔아가며 삶을 유지했다.한 남자가 낡은 보트 창고 서까래에 목을 매고 있었다.주황색 밧줄에 매달린 고개는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 있었고 벌거벗은 거구의 복부는 갈라진 채 내장이 꺼내진 뒤였다.잔인하게 살해된 의문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8년 만에 고향 땅을 밟게 된 형사 핀 매클라우드.그는 얼마 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다섯 살 난 아들과 관계 회복조차 어려워진 아내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 내키지 않는 고향에서의 과거 기억 속으로 발을 딛게 된다.이야기는 핀의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의 과거 시점과 살인사건이 발생한 현재 시점이 교차되는 전개방식으로 흘러간다.시신으로 발견된 애인절이라는 남성은 핀도 이미 아는 얼굴로 어린 시절부터 악행을 이어오며 수많은 용의자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인물이었다.사건을 수사하면서 핀은 고향에서의 부모와 친구들, 첫사랑 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단면들을 떠올리게 되고 단순 살인사건이 아닌 대서사가 고향의 고독한 정취와 함께 흘러간다.이 섬의 오래된 전통인 가넷새 사냥, 섬의 사내들은 식사를 위해 새들을 죽이는 일상이 반복된다.블랙하우스, 희생 제물, 오래된 전통. 새들의 시체.이 섬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후반부에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모든 퍼즐이 맞추어지는 순간 인물,사건,배경 삼박자가 제대로 들어맞는 작품이구나라며 감탄을 하게 된다.시나리오 작가답게 촘촘하게 쓰여진 이 소설은 "차가운 동시에 불같은 강렬함을 품은 걸작"이라는 극찬과 함께 2009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으며, 영국, 노르웨이에서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고 한다.책표지 만큼이나 어둡고 섬뜩한 분위기에 스코틀랜드 특유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묘사가 어우러져 여행지에서 일몰을 바라보듯 낯설고 아름다운 감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결말에 이르러서야 '블랙 하우스'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이 소설은 초반부에는 인내심이 조금 필요했지만 마지막에는 스코틀랜드 호러 스릴러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루이스 섬' 3부작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머지 두 작품도 기대가 될만큼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이 도서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