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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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집,
이렇게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괴담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간 짧은 호흡의 단편집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와닿는 단편을 만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대표적인 두세 작품만 눈에 들어오는 다른 단편집과 달리 여덟 작품이 모두 좋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읽으면서 정세랑작가님의 #보건교사안은영 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안은영보다 이 작품이 더 좋았다.


작가님 작품 중 <스노볼 드라이브> 만 읽어보았다.
만나보지 못한 작품들 중 <칵테일, 러브, 좀비>,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제목들에 궁금증이 더해지는데 내가 잘 소화하지 못하는 판타지 장르의 순한 맛같은 예감에 읽고 나면 작가님을 더 애정하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릴리의손
읽다가 중간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
손이 왜 여기서 나오지? 내가 잘못 읽었나?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무릎을 탁 칠 수 있었다.
아! 이게 시공간의 힘이구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시공간을 넘어선 애틋함은 희망을 이야기 하기에 충분했다.


#가장작은신
먼지 바람과 먼지 비가 내리는 바깥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2년 째 문을 걸어잠그고 단절된 삶을 사는 수안.
다단계 판매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수안의 집 문을 두드리는 고교 동창 미주.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을만큼 교류가 없던 인물이지만 수안은 자신이 등쳐먹히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물건을 팔아주면서 그녀의 방문을 기다린다.
일상의 말을 주고 받고 맥주 한잔을 함께 기울이는 별것 아닌 그 시간이 너무도 그리웠던 탓에.


여덟 단편을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는 '외로움'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혼자만의 시간이 확보되어 오히려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지독히 외롭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호러와 스릴러를 적당히 버무린 센스로 너무 심각하지 않게 손을 내밀어 위로한다.
한여름 밤의 괴담집이라고 하지만 전혀 공포스럽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애틋하고 슬프다.


그간 만난 단편집에서는 짧은 이야기 안에 밀도를 높여 메세지를 전하려다보니 소화 자체가 힘들었는데 트로피컬 나이트는 읽기도 쉽고 소재도 독특하여 재미있게 읽었다.
또 마냥 가볍지 않아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단편집이었다.


한마디로 정말정말 좋았다🧡


*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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