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밀히 말하면, 제 일은 사람이 죽은 다음에 행해지는 일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P.29)대한민국 1호 유품정리사이자 유품정리 전문회사인 키퍼스코리아 대표 김석중.그는 과거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에서 젊은 직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경험한다.업무 중 재해는 아니었지만 젊은 청년이 죽은 마당에 보험료를 따져야하고 회사차 열쇠를 받으러 청년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순간이 마치 형벌같이 느껴졌다고 한다.돈은 벌었지만 이렇게 사업하는 게 맞는지,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 그길로 일본 유품정리회사 대표와 연락해 연수를 받은 후 본격적으로 유품정리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유품이란 무엇일까?고인이 살아있을때는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어지던 물건이 주인을 잃는 순간 소홀해지고 찜찜한 천덕꾸러기가 된다.어렸을 때 죽은 사람 물건을 함부러 만지면 귀신이 옮겨 붙는다는 말을 들었던 나도 두렵지 않냐고 질문하고 싶었다.저자는 자신의 직업이 미디어에서 많이 소개되어 관심은 높아졌으나 여전히 폐기물 처리정도로 취급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유품정리'는 한 사람이 전 생애에 걸쳐 남겨놓은 물건이 매개가 되어 죽음으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상실감을 유족들이 스스로 치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죽은 사람의 물건을 다루는 물리적인 일은 맞지만 그 이면에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서지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냉장고에서 음식물의 상태로 고인의 생활상을 먼저 확인한다.고시원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물일곱 공대생의 캐리어를 차마 버릴 수 없어 그 가방에 다른 유족들의 유품을 넣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고인이 살아생전 물건을 다루던 그 마음으로 유품을 대하는 저자에 태도에서 존중과 엄숙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죽으면 끝일까?저자도, 살아있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하지만 한 사람의 유품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은 가족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대답이 가능하다.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죽음 이후 벌어지는 다양한 현실을 깨닫고 어떻게 내 주변을 정리해야하는지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자신의 사후정리를 미리 하는 이유는 마지막 남은 인생을 자녀와 함께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소통하는 데 있습니다. 주제가 죽음이라서 무겁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 죽음이라는 주제는 그렇게 두렵거나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마지막까지 잘 쓰기 위해 치약을 눌러 짜는 것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더 많은 추억을 나누어야 합니다.접(P.253)⠀* 이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