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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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밀히 말하면, 제 일은 사람이 죽은 다음에 행해지는 일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P.29)


대한민국 1호 유품정리사이자 유품정리 전문회사인 키퍼스코리아 대표 김석중.
그는 과거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에서 젊은 직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경험한다.
업무 중 재해는 아니었지만 젊은 청년이 죽은 마당에 보험료를 따져야하고 회사차 열쇠를 받으러 청년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순간이 마치 형벌같이 느껴졌다고 한다.
돈은 벌었지만 이렇게 사업하는 게 맞는지,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 그길로 일본 유품정리회사 대표와 연락해 연수를 받은 후 본격적으로 유품정리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유품이란 무엇일까?
고인이 살아있을때는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어지던 물건이 주인을 잃는 순간 소홀해지고 찜찜한 천덕꾸러기가 된다.
어렸을 때 죽은 사람 물건을 함부러 만지면 귀신이 옮겨 붙는다는 말을 들었던 나도 두렵지 않냐고 질문하고 싶었다.
저자는 자신의 직업이 미디어에서 많이 소개되어 관심은 높아졌으나 여전히 폐기물 처리정도로 취급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유품정리'는 한 사람이 전 생애에 걸쳐 남겨놓은 물건이 매개가 되어 죽음으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상실감을 유족들이 스스로 치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다루는 물리적인 일은 맞지만 그 이면에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서지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냉장고에서 음식물의 상태로 고인의 생활상을 먼저 확인한다.
고시원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물일곱 공대생의 캐리어를 차마 버릴 수 없어 그 가방에 다른 유족들의 유품을 넣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고인이 살아생전 물건을 다루던 그 마음으로 유품을 대하는 저자에 태도에서 존중과 엄숙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죽으면 끝일까?
저자도, 살아있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유품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은 가족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대답이 가능하다.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죽음 이후 벌어지는 다양한 현실을 깨닫고 어떻게 내 주변을 정리해야하는지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 자신의 사후정리를 미리 하는 이유는 마지막 남은 인생을 자녀와 함께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소통하는 데 있습니다. 주제가 죽음이라서 무겁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 죽음이라는 주제는 그렇게 두렵거나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마지막까지 잘 쓰기 위해 치약을 눌러 짜는 것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더 많은 추억을 나누어야 합니다.접(P.253)


* 이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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