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강하게 몰입될 수 밖에 없는 첫 문장이었다.카지노에서 태어나 전당포에 맡겨진 주인공 아이는 전당포 주인인 할머니와 그 딸과 아들이 각각 엄마와 삼촌이 되어 새로운 가족으로 살고 있다.열 살이 넘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학교조차 다닐 수 없는 아이는 '그림자 아이'로 산다.⠀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 '지음'예전에는 탄광촌이었던 지장산 중턱에 카지노가 들어서고 산을 깎아 골프장을, 인공 눈을 뿌려 스키장을 만들었다.거대한 카지노 랜드가 형성되면서 외지인들은 앞다투어 땅을 사들였고 랜드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모텔과 리조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탄광이 멈추고 죽은 도시였던 지음에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외부인들이 북적거리고 지역주민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등 도시는 활기를 되찾는다.강원도 정선이 연상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탄광 마을에 대한 기억과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면서 쌓인 다양한 취재경험을 살려 소설을 썼다고 한다.이야기는 열 살 아이의 시선으로 흘러가는데 자신이 왜 카지노에 버려졌는지 출생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동시에 아이를 이미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지켜주고자 하는 할머니의 무뚝뚝하면서도 속깊은 배려가 따뜻하게 그려진다.한편 부동산 투기, 주식과 비트 코인 열풍, 도박장에 발을 들여 삶을 망친 사람들 등 한탕주의에 빠진 현사회의 부조리함을 비판함과 동시에 삼풍 백화점 붕괴나 세월호 참사 등 재난 사건을 소설속에 함께 녹여내기도 했다.⠀⠀한 아이의 성장소설인 동시에 산골 도시의 흥망성쇄를 보여준 이 작품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놀라운 흡입력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독자의 시선을 잡아둔다.작가님 첫 작품이라고 하던데,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긴 이야기 끝에 죽음이란 꽉 차버리거나 텅 비워버리는 거라고 할머니는 말했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할머니는 그냥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 옛날 할아버지는 지음에서 꽉 차거나 텅 비워지고 있었다.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반드시 살아남아야겠다고 할머니가 굳게 마음먹은 것도 그때였다. (P.253)⠀⠀*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에서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