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시절은 체벌이 가능했던 시기였다.수업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전체 아이들을 책상 위에 무릎 꿇게 하여 대걸레 자루로 피멍이 들도록 허벅지를 때리기도 했고 여고사들은 살살 약을 올리며 멍이 보이지 않는 겨드랑이를 비틀어 꼬집힌 적도 많았다.학교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선생님을 본적도 있다.당시 술을 드신 선생님은 학교측과 크고 작은 마찰이 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자신의 부당함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하소연했다.어린 눈에도 즉흥적이었고 감정적이라고 느껴졌지만 부모님에게조차 표현할 수 없는 시대였다.⠀결정적으로 믿음을 잃게 된 일이 있는데 고등학교 담임쌤이 반아이들을 상대로 블라인드 설문? 같은 걸 진행 했었다.선생님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반에 대한 불만 같은 걸 익명으로 적어보자는 제안에 아이들은 소신껏 써서 제출했는데...부반장이었던 나는 며칠 후 쌤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집에 가서 아이들의 글씨체를 하나하나 비교해 본 선생님은 평소 수업태도나 용모단정하지 않았던 몇명을 가려내고 제대로 프레임을 씌워버린 것이다.학교라는 공간이 결과 중심 체제로 흘러가면서학생은 성적순위에 따라 정렬되는 선별 대상으로,교사는 경쟁시스템을 위한 부속품으로,부모는 자녀의 학업 성패에 따라 좋은 부모로 판단되는 무거운 양육의 책임을 알기에 나는 그냥 모두가 안쓰럽고 각자도생의 삶이 눈물겹다.녹록치 않은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땀흘려 일하시고 밤새 고민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상식을 벗어난 학부모의 행동에 지쳐 점점 마음의 문을 닫고 메뉴얼대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고충을 들으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교실 속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제대로 눈을 맞추고 일체의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신념이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또 매 사연마다 드라마틱하게 아이들이 변화되었다는 결말을 읽으면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저자가 아이들을 존중하고 진심을 다하는 이 열정이 다치고 지칠까봐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따뜻하게만 읽을 수 없었던 이 책은 내게 여러 의미로 무겁게 느껴진다.독서모임에 이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아마도 이번 주제 역시 '좋은 어른이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도서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