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상상해봤는데,만약 푸코랑 다르게 생긴 애가 본인이 푸코라고 하면서 푸코의 기억과 똑같이 기억하고 있다면 나는 그 애를 푸코라고 생각할 거 같아.사람이든 로봇이든 강아지든 기억이 같으면.(옥수수밭과 형 中)SF 소설에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best 를 뽑으라면 망설임 없이 '천개의 파랑'을 택할 것이다.휴머노이드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가 달리는 장면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영상으로 기억된다.콜리가 투데이를 위해 낙상을 결심했을 때 모든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경기장 너머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작가님은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셨는지 감동적인 영화 한편을 본 듯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이번 작품도 예외는 없었다.SF 못지 않게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게 단편집처럼 짧은 호흡의 소설인데 노랜드에서는 열편이 모두 좋았다.읽다 보니 다른 주제를 가진 열편의 이야기가 '노랜드'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얽혀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또 묘하게 좋았다.처음 몇편을 읽었을때는 수많은 경고와 고통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인간군상에 대해 저자가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그러다 책을 덮고 나서 뒷면에 소개된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진 사람들과 이름 없는 땅에서 자라난 무섭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글을 읽고 나서야 조금은 넘겨짚을 수 있었다.고요한 우주에서 홀로 시끄럽게 돌고 있는 지구를 떠올리 듯 자신의 시끄러운 내면을 우주 속 지구만큼 작게 만들고 싶으셨구나.⠀⠀한 작품, 한 작품 생각할 거리가 많았고 여운이 길게 남아서 호로록 읽히지는 않았다.'옥수수밭과 형' 작품은 읽고 나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도 싶었다.그리고 나는 천선란작가님의 작품을 더깊게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작가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에서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