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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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그 혼잡함 속에서 행복해한다.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고,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은 걸레질할 수 있어야 하고,
청결하게 유지되어야하고, 위생적이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생명은 관상용 도자기가 아니다. 생명은 더럽다.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생명은 온갖 곳에 오물을 남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명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P.91)


이 책에서 그려진 정원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단정히 손질된 잔디밭에 잘 관리된 나무나 꽃이 아니다.
주말에 시골 별장에서 베란다 너머로 만개한 꽃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 있는 풍경도 아니다.
질서 잡힌 아름다움은 과감히 버리고 살아 숨 쉬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손에 흙을 묻히고 땀을 흘리는 십 년간의 여정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생태 다양성을 회복시켜보고 싶었던 저자 시몽.
강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정원이 있는 집을 충동적으로 계약하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사를 온다.
방치된 정원에서 끝없이 나오는 홍자단 덤불을 뿌리뽑아 공간을 만들고 산책길에서 만난 식물, 나무시장에서 사 온 나무들, 쓰레기장에 버려진 뿌리식물들을 옮겨다 심는다.
또 쓰지 않는 욕조에 오래된 펌프를 연결하여 물을 채우고 물옥잠과 물수세미를 심고 시장에서 사 온 물고기도 풀어놓는다.
제일 압권은 콘크리트 판석 아래 강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발견하고 시간을 들여 가꾸면서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식물들을 위한 공간도 만들었다는 것.
저자가 정원 가꾸기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부분부분 특별하게 조성된 생태 환경이 만들어지고 식물이 많아지면서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제 발로 찾아와 생태계에 다양성을 더해간다.


생명이 가득한 정원이지만 모든 동물이 환영받는 건 아니었다.
뱀을 괴롭히는 고양이와 나무에 집을 짓는 말벌, 집안을 방문하는 벌레 등 시행착오도 겪고 적당히 개입도 하며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정교하게 표현된 수채화풍의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세밀하게 묘사된 곤충과 동물 스케치가 도감을 보는 듯 흥미로웠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생명력 넘치는 정원의 공간들이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요즘 만나는 그래픽 노블마다 감동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 되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한 번 보고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재미있고 신기한 그림책💕


* 이 도서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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