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소설Y 시리즈는 나인, 스노볼, 위저드 베이커리 등 워낙 유명한 소설이 많았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어보았다.그간 아이들 동화책만 몇번 가제본 서평단으로 활동 했는데 장편소설은 처음이다.대본집 느낌이 신선하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오타와 중복인쇄된 문장이 이것 또한 가제본의 맛?인가 싶기도 했다.그리고 TMI 지만 소설이 굉장히 편한 느낌으로 읽혔는데 왜그런가 생각해보니 가로인쇄본이라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있었던 것 같다.작가는 블라인드형식이었는데 27일에 온라인서점에 <단요>작가님으로 공개되었다.신인작가님이라고 하는데 첫 소설을 내놓으면서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이 4시간 동안 쓸말을 찾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손편지 내용에서 느껴졌다.📚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 높이가 한참은 높아졌다고.그래서 한국 주변에 댐을 세우게 되었다고.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댐이 무너지고 서울도 물에 잠기게 되었다고.그게 벌써 십오 년 전의 이야기라고. (P.25)2057년,전쟁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도시는 물에 잠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나 산에 자리잡았다.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은 물꾼으로 자라 부풀지 않은 통조림 등 식량과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건져올렸다.어느 날 노고산 물꾼 선율이와 남산 물꾼 우찬이가 내기 시비에 붙게 되고 쓸만한 물건을 찾으러 물속으로 들어간 선율은 플라스틱 큐브속에 보관된 기계인간 채수호를 만나게 된다.서울이 수몰된 2042년부터 15년 동안 잠들어있던 수호의 마지막 기억은 2038년,기억에서 사라진 4년 동안 수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골육종으로 죽은 자식을 곁에 두고 싶은 부모의 욕심으로 수호는 기계인간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정신은 인간이지만 몸은 기계인간으로.머리를 감을 필요도, 목욕을 할 필요도, 뭔가 먹을 필요도, 심지어는 잠들 필요도 없는 삶에서 수호는 끊임없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부모와 갈등을 겪는다.수호에게는 인간과의 사소한 간극이 병상의 인간으로 살았을때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잔인하다.김영하 작가님 소설에서도 깨달았지만 인간이 인간이어서 좋은 점은 시작과 끝이 있고 그래서 더 현실에 충실하게 되는거 아닐까 싶다.과거의 서울을 꿈에서나 일어나는 터무니 없는 곳으로 여기는 선율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와 음식이 썩어 날 만큼 풍족하게 채워진 냉장고현재 차고 넘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주는지 명확하게 느껴졌다.잔잔한 펼쳐지는 문장들이 편안하게 읽혀 좋았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