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은행 강도, 아파트 오픈하우스,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다.하지만 그보다는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다.<오베라는 남자>로 1300만 독자를 사로잡은 브레드릭 배크만의 최신작전작을 워낙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었던 터라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었고 읽으면서 역시나 싶었다.무릎을 치도록 유쾌한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 속에 서글픔이 섞이고, 어딘지 모르게 어설퍼 보이는 등장 인물들의 몸부림이 처음엔 답답하다가 못내 측은해졌다.불안한 인간들이 어른인 척 살아가는 너,나, 우리의 이야기가 브레드릭 배크만 특유의 블랙유머로 담겨 따뜻한 위로를 준다.자전거 도둑도 없는 작은 도시에 허술했던 은행 강도 미수 사건이 순식간에 대형 인질극으로 바뀌었다.권총을 든 마음 약한 강도는 항복을 선언하고 더럽게 말 안 듣는 인질들을 풀어주었다.잠시 후 경찰들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할 때 한 발의 총성이 들리고 강도는 총과 핏자국을 남긴 채 사라진다. 부자 관계인 경찰 짐과 야크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 인질들과 한사람씩 취조를 이어나간다.소설은 말장난 같은 취조 장면에서 독자를 막 웃기다가 각장의 마지막에 슬쩍슬쩍 새로운 단서 하나씩을 던져 스릴감을 높인다.단돈 6천 5백 크로나가 필요하여 은행을 털어야 했던 겁 많은 강도를 비롯하여 하나같이 너무나 독특하고 엉뚱해서 바보같은 인질들의 사연을 따라가다보면 나름의 걱정과 고민을 안고 불안한 어른으로 살고 있다.저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들의 일상 이야기를 결코 무겁지 않게 담아냈다. 그녀는 발코니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그 정도 높이면 충분한지 알 수 없었다. 반드시 살고 싶은 사람과 반드시 죽고 싶은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이 그거다. 뛰어내리려는 곳의 높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사라는 자신이 둘 중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삶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 반대를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164쪽)* 이 책은 다산북스에서 제공받은 책입니다.